서울 대중교통 요금인상 공방戰…‘불가피’냐, ‘책임전가’냐
서울시 “노후시설 개선 위해 인상 미룰 수 없어”
운송업계도 시 의견 동의…“400원 인상안에 동의”
시민단체 “서민들 물가압박에 몰아넣는 나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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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오후 시청 서소문청사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을 이르면 4월 300원 또는 400원 올리는 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창석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이날 요금조정안을 발표하며 “8년간의 요금 동결로 운송기관의 적자가 늘어 시 재정을 압박하는 데다 법정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큰데도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을 위한 노후시설 개선과 친환경 차량 교체를 위한 재원이 필요해 요금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는 요금을 300원 인상하면 3년간(2023∼2025년) 평균 운송적자 전망치가 지하철은 3162억원, 버스는 2481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400원 인상 시 적자 감소 폭은 지하철 4217억원, 버스 3308억원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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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요금을 660원 올려야 하지만 여건을 고려해 서울시 안 중 400원 인상안에 동의한다”며 “추후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와 연계해 요금을 조정하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윤범 서울교통공사 기획조정실장은 “무임손실이 적자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금 지급을 미루는 등 직원 복지 측면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지만,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실장은 “요금 인상과 함께 자구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며 “부대사업 확대와 함께 업무인력 효율화, 단순 비핵심 업무 외주화 등 경영혁신을 지속해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개선 노력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요금 인상이 적정 시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의 짐이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며 “요금 인상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교수는 또한 “요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재원을 이용환경 개선에 쓰겠다는 약속을 시민에게 명확히 하고, 탄력적인 대중교통 수요에 맞춰 시간대·요일별 할인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시민단체 “인상안 수용 어려워”…공청회 전 점거 농성도
반면, 시민사회는 고물가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시민에 큰 부담이 된다며 서울시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이번 인상안은 소비자가 수용하기 어렵다”며 “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까지 올리는 것은 소비자를 물가압박에 몰아넣는 나쁜 정책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중교통 요금은 공공정책으로 해결해야지 시장의 수요공급과 원가분석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가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도 “요금 원가 보존율을 높이기 위해 이용객을 늘리는 방법도 있는데 서울시는 가장 쉬운 요금 인상을 택했다”며 “공청회 개최 이전에 이용자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대중교통 운영 적자와 공공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인프라 투자로 인한 적자를 분리해 얘기해야 한다”며 “대중교통의 적자 원인이 정말 요금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게 세부적인 적자 구조를 밝히고, 준공영제 개선과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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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 일부는 공청회 시작 전 단상을 10여분간 점거하고 공청회를 중단하라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시민 등과 욕설이 오가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는 당초 요금인상에 맞춰 지하철처럼 버스에도 일정 거리를 넘으면 추가 요금이 붙는 거리비례제를 도입하려다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8일 추진 계획을 철회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거리비례제 관련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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