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소송전에서 국내 필러 기업 제테마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소송전에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으며 반사 수혜를 입은 덕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취득한 경로가 확인된 곳은 메디톡스와 제테마뿐이다. 제테마는 앞으로 발생할 균주 관련 소송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알려지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제테마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과 비교해 430원(2.32%) 오른 1만89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최근 이어진 상승세에 힘입어 장중 한때 2만원을 돌파했다. 제테마의 주가가 고점을 기준으로 2만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일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18.39% 폭등했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순매수로 돌아섰고, 이날 거래량은 전일 대비 44배 수준 늘었다.

제테마는 히알루론산 필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다. 주름이나 윤곽 개선에 쓰이는 필러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매출은 319억원, 영업이익은 26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5%, 368.9%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이상이다. 히알루론산 필러를 포함한 제품은 80% 가까이 수출한다.

제테마의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톡스’를 사이에 두고 벌인 법정 공방이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생산공정을 훔쳤다며 2017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최근 이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배상금을 지급하고 해당 균주로 만든 제품을 폐기하라고 했다.

이번 판결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갈등에 대한 것이지만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대다수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취득 경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불법으로 얻은 기업의 균주 보유 허가를 취소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도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확인된 경로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확보한 메디톡스와 제테마는 소송에 휘말리거나 제품의 허가가 취소되는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제테마는 영국의 공중보건원(PHE·Public Health England)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들여왔다. 현재 이를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제테마 더 톡신 100U’는 2020년 수출용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주름 개선과 근육 경직·안검 경련 치료를 위한 고순도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다. 회사는 국내 허가를 위해 지난해 이 제품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바 있다.

제테마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국내 임상 3상을 올해 마무리하고 허가 신청도 마칠 계획이다. 임상 일정이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이르면 2023년 하반기 국내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허가를 획득한 이후 브라질과 중국 등에도 제품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브라질의 유통업체와 2020년 보툴리눔 톡신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중국 홍콩 등과 보툴리눔 톡신 제품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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