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17살인데 불과 27㎏.. 딸 채식시킨 호주 부모 결국

남성 징역 6년 6개월, 여성 징역 5년 선고
"반성은커녕 책임지려는 태도 보이지 않아"

딸에게 10년간 채식 식단을 줘 영양실조에 걸리게 한 호주의 40대 부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발레 레슨을 받는 딸의 모습. [사진 서호주 법원]

[이코노미스트 김영서 기자] 8살 때부터 시작된 채식으로 만성 영양실조에 걸린 딸을 돌보지 않은 호주의 40대 부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서적·신체적으로 딸의 발달을 도와야 하는 부모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질책했다. 부모의 비상식적인 행태로 어린 딸이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성장 문제를 겪었다는 소식이 알려져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 CNN 등 유수의 해외 매체에 따르면, 호주 퍼스 지방법원은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6년 6개월을, 그의 아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들 부모는 17살인 딸에게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리게 만든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이 부모가 딸에게 정서적, 사회적, 기능적 발달을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모의 학대는 딸이 영양실조로 입원했을 때 알려졌다. 작은 체구에 비쩍 마른 딸의 상태를 보고 무용 교사들은 부모에게 영양사를 만나야 한다고 강하게 설득했다. 그러나 부모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교사들은 당국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키는 147.5㎝였다. 몸무게는 27.3㎏에 불과했다. 체질량 지수는 12.5로, 정상 범위인 18~25에 못 미쳤다.

이 일로 재판에 넘겨진 부모는 변호인을 통해 “딸이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영양이 조금 부족한 것뿐”이라며 “영양실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딸이 끼니를 스스로 원하는 만큼 차려줬다고도 했다. 딸은 홈스쿨링으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 8살부터 채식 식단을 시작했다. 10대에 접어들었을 무렵 유제품과 달걀조차 먹지 않는 완전한 비건이 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부모)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딸이 심각한 영양실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가 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딸이 영양실조로 인해 정상적으로 자라나지 않자, 부모가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딸의 나이를 두 살 어리게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딸이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정서 교육을 받았다는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딸은 집에서 '텔레토비' '토마스와 친구들' 같은 영유아 프로그램만을 주로 시청했다. 제 나이에 맞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부모도 딸의 몸을 씻겨주고 코를 풀어주고 어린이 만화를 읽어주는 등 어린아이처럼 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재판부는 해당 부모가 딸을 너무 오랫동안 미성숙한 상태로 유지하려 한 잘못이 있다는 걸 강조했다. 재판부는 “딸을 고립시키고 자라는 것을 막았고, 딸이 마땅히 받아야 할 방식으로 발달하는 것을 막았다”며 “딸을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만들고도 반성은커녕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딸은 관리 당국의 보호 아래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딸은 부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모님은 삼시 세끼 만들어주셨다"며 "음식을 얼마나 먹을지는 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전적으로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다"며 "부모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랑하는 분들이다. 부모님이 감옥에 간다면 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지안 비브이엠티 대표 "화장품은 제가 즐겁게 일하는 원동력"

2‘등골브레이커’된 초등 책가방…가성비 제품 뜬다

3"삼성맨 평균 연봉, 얼마일까?"...지난해 7% 올라 ‘억 소리’

4데이원컴퍼니‧아이지넷 주가 하락 지속…환매청구권 부담 커지나

5한국게임산업협회, 조영기 전 넷마블 대표 신임 협회장 추대

6“100주 있으면 45만원 받는다”…삼성생명 배당금 역대 최대

7트럼프의 ‘심야 트윗’에 잠 못 드는 미국·유럽 투자자들, 왜?

8재무상담 원하는 MZ 세대 주목…예산 5억원 투입

9“삼겹살이 890원?”...오픈 직후 사람들 몰렸다

실시간 뉴스

1이지안 비브이엠티 대표 "화장품은 제가 즐겁게 일하는 원동력"

2‘등골브레이커’된 초등 책가방…가성비 제품 뜬다

3"삼성맨 평균 연봉, 얼마일까?"...지난해 7% 올라 ‘억 소리’

4데이원컴퍼니‧아이지넷 주가 하락 지속…환매청구권 부담 커지나

5한국게임산업협회, 조영기 전 넷마블 대표 신임 협회장 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