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빚무덤’ 은행은 ‘돈잔치’…고통 분담 요구 거세져
금융당국, 서민금융 공급 확대·리스크 관리 내 배당 등 강조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금리 여파로 서민들은 빚 부담에 신음하는 사이 퇴직금·성과급 등 ‘나홀로 돈잔치’를 벌인 은행권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총 16조5557억원으로, 2021년보다 8.99% 늘었다. 특히 이자이익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전년보다 20.04%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거치며 은행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이익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규모도 커졌다. 은행권은 올해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말 연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특별퇴직금으로 평균 3억∼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법정퇴직금까지 합하면 6억∼7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많게는 10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민들의 빚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2년 전 초저금리 환경에서 수억원을 빌린 사람 중에는 이자가 처음의 2배 수준으로 오른 경우도 있다.
정부도 은행의 고금리로 부담이 커진 국민들이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공공성’ 도마위…손실흡수능력·금융지원 내역 점검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연일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업무 범위와 중요성 측면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다. 외환위기 때 은행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받아 기사회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은행이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을 얻는 특권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해 유동성 악화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이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인만큼 성과급 체계나 경영진 연봉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권이 막대한 수익을 주주와 임직원 성과로만 배분하는 대신 위기 시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배당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특별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경우 배당금 지급에 쓸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이나 사회 공헌 활동 내역 등도 더 면밀하게 살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실효성 있게 금융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지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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