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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썼다”…은행원들이 앞다퉈 구해보는 ‘이 책’[E-북]

은행권에 ‘경제정책 어젠다 2022’…화두의 책으로 떠올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금리 인하 지침은 투명하지 않은 가격 규제”
尹 대통령이 내놓은 ‘스튜어드십 코드’…공동저자 최상목 경제수석이 강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행정지도, 공문, 지침 등의 명목으로 하는 규제와 심지어 ‘구두지시’에 이르기까지 불투명한 규제가 지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위 ‘그림자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약 2년 전 발간됐으나 최근 은행권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저자 중 두 명이 금융지주 회장이 됐고, 한 명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다. 새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철학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원들이 너도나도 구해보는 책이 됐다.

금융지주 회장 두 명, 대통령실 경제수석 배출한 화제의 책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정책 어젠다 2022’의 저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내정자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김낙회 전 기혹재정부 세제실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원 국장 및 전 신한지주(055550) 사외이사 등 5명이다. 지난해 새로 출범한 정부를 위한 일종의 경제정책 가이드북이다.

‘경제정책 어젠다 2022’ [사진 신인섭 기자]

임 회장 내정자는 책에서 정부와 당국의 규제를 주제로 다뤘다. 법률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소위 ‘그림자 규제’라고 일컫는 정부와 당국의 구두지시 및 지침이 과도할 경우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 내정자는 이 책에서 규제가 투명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근거하고 법률에 위임된 하위 법령에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림자 규제는 법률상 명확한 근거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뿐 아니라 명시적이고 투명하지 않아 언제까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 예시로 금융사의 금리 산정, 수수료 책정, 배당 지급을 들었다. 임 회장 내정자는 “금융회사의 금리, 수수료, 배당에 대한 제한은 대표적인 가격 규제”라며 “이는 투명하지 않은 그림자 규제고, 서민, 중소기업 등을 위해 ‘금리 인하’, ‘신용 공급’ 등을 요구하는 것도 투명하지 않은 가격 규제임은 물론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 회장 내정자는 “금융회사 간 경쟁에 따라 금융상품의 금리 수수료 등 가격이 경쟁적으로 형성되면 효율성이 높아져 참여자들의 후생은 최대화된다”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는 이 책에서 당국의 그림자 규제 예시로 금리, 수수료 배당에 대한 제한을 들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다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권에 지적한 과점 체제에 대해서는 “독과점이 존재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존재하는 경우 등 시장 개입이 필요하고 정당화되는 경우”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역대 정부가 규제를 일관성 있게 다루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지향하는 이념에 의해 (규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 개혁은 경제적 자유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바른 규제의 방향으로 ▲규제의 단순화 및 완화 ▲기업 경영에 관한 법원 관여 축소 ▲지속적인 개혁 과정 필요 등 세계은행이 제시한 규제 개혁 원칙을 제시했다. 

尹 대통령이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경제수석, 책 주제로 언급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 책에서 최근 윤 대통령이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경영 참여를 말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한 내용을 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이다. 

최 수석은 책에서 “우리나라도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며 “아직 도입 초기 단계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에게는 “지배주주 견제와 이해관계자 대변이라는 두 가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최근 금융권에 요구되고 있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전문성과 다양성, 이사회 선임 절차의 투명성 등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주주 가치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과점체계인 은행과 통신사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보고 등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실제로 윤 대통령은 1월 30일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엔 민영화에도 성공한 우리금융을 포함해 케이티(KT) 등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 업계의 주목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울러 당국이 은행권의 내부통제 개선 요구를 강조하던 시기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 이후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에 외부 출신인 임 전 금융위원장을, KT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다시 내놓는 등의 발표를 했다. 

이석준 회장, 부의 소득세 통한 양극화 해소 다뤄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책에서 김낙회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함께 소득과 재산의 불균형을 주제로 부의 소득세 도입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기본소득제와 달리 부의 소득세는 다양한 복지제도로 인한 중복지원 문제를 줄이고, 저소득층 국민에게만 구간별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단일 복지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를 도입한 국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 소득세는 선별적 복지를 추구한다. 지원받는 사람의 소득이 늘어나면 보조금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 연령에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저하하는 단점도 지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책의 저자 두 명이 금융지주 회장이 됐고, 대통령과 당국의 정책적 발언과 유사한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며 “최근 은행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책이 필수 도서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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