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많이 샀다던 꼬마빌딩, 고금리에 ‘싸늘’
[얼음장 수익형부동산] ③ 수익률 떨어지며 거래량 급락추세…반등 기대감은 여전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난 수년간 각종 설문에서 ‘직장인의 꿈’ 최상위권에는 ‘건물주’가 빠지지 않았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거치며 제로금리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며 상업·업무용 건물 가격과 수익률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인이 소규모 빌딩 투자로 시세차익을 봤다는 뉴스가 쏟아지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꼬마빌딩 투자 강의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최근 몇 달 사이 이 같은 열풍은 주춤한 상태다. 이미 건물 시세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투자 수익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불황까지 겹치며 일부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건물주들은 임대료도, 건물가격도 쉽사리 내리기 힘든 분위기다. 결국 호가는 높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 정체 상태가 현재진행형이다.
‘에셋파킹’이라더니…몇 달 새 거래량 급감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료를 받아 불로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출규제를 피해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꼬마빌딩을 비롯한 서울 소재 건물은 구분 상가 또는 오피스등과 달리 토지 투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일명 ‘에셋파킹(Asset Parking)’ 대상으로 부상했다. 안정자산으로 평가 받는 서울 토지에 자산(asset)을 주차(parking)하듯 장기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건물과 함께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근린상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단독·다가구주택 등의 시세도 동반상승했다. 강남권은 물론 ‘MZ세대’ 상권으로 떠오른 성수동과 연남동, 망원동 같은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벨류맵 거래내역에 따르면 2016년 약 20억원에 거래됐던 한 단독주택은 근린상가 건물로 개조되며 2021년 6월 두배 가격에 매각됐다. 인근 한 다가구 주택 역시 2016년 2월 23억9000만원에 매매된 뒤 근린상가 건물로 신축된 이후인 2021년 6월 4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걸그룹 시스타 출신 소유가 2016년 매입한 주택을 증축해 약 16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뒤 이 같은 건물 거래는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200~300건을 유지하던 서울시 소재 건물 거래량은 7월 들어 194건, 8월 186건, 9월 128건으로 점점 줄었다. 그러다 올해 1월에는 51건(2월 23일 기준)으로 전년 동월 224건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단독·다가구주택 거래량 역시 지난해 7월 386건을 기록한 뒤 8월 319건, 9월 280건, 10월 165건으로 지속 감소하다 급기야 올해 1월 95건(2월 23일 기준)으로 100건을 밑돌았다. 지난해 6월 이후 거래취소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50억원이 넘는 강남구, 서초구 소재 주택이나 100억원 대 건물도 마찬가지다.
강남 소재 한 빌딩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심리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강남 건물의 경우 투자수익률은 워낙 낮은 수준이지만 건물주들이 토지가치를 생각해 호가를 낮추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치는 불변? 금리인상 브레이크에 ‘기대감’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업무·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모든 유형에서 떨어졌다.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전기 대비 -0.65%, 중대형 상가는 -0.47% 변동률을 보이며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은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임대수익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시장 위축으로 순수익, 자산가치 모두 전년 대비 상승폭이 감소하여 투자수익률도 오피스 및 상가 모든 유형에서 전년대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반등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특히 대출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 그중에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빌딩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건물시세를 떠받치는 토지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가변동률은 지난해 11월부터 0.09% 하락하며 토지가격이 하락 전환했으나 강남구와 서초구 땅값은 상승폭이 줄었을 뿐 연말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풀리며 상가와 오피스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 역시 청신호로 읽힌다.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졌지만 사무실이나 사옥용 빌딩을 찾는 기업 수요는 여전히 있고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면서 번화가 상가 공실 역시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 관계자는 “법인과 장기 임대계약이 돼있거나 임차 수요가 확실한 건물은 지금 같은 시기에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것도 현명한 투자법”이라면서 “강남이나 서울 역세권 부동산 가치는 결국 우상향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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