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뜨거운 관심’에 네이버가 선물처럼 내놓은 기술 [가봤어요]
국내 대표 개발자 콘퍼런스 된 ‘데뷰’
삼삼오오 모여 토론…3500명 찾아 ‘뜨거운 열기’
“챗GPT 대비 한국어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AI 7월 공개”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 손엔 노트북을 쥐고 다른 손엔 커피를 든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차분한 이도, 다소 들뜬 표정을 보인 이도 눈에 띈다. 옹기종기 모여 진중한 표정으로 토론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네이버는 자사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기대감을 초대규모 인공지능(AI)의 윤곽을 드러내며 충족시켰다.
네이버가 기술로 그린 미래 그림을 보기 위해 숱한 개발자가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네이버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은 28일까지 총 이틀간 개최된다. 이 기간 46개 발표를 통해 AI·머신러닝(ML)·클라우드·웹·검색·모바일·자연어처리(NLP)·데이터·추천·인프라 등이 소개된다. 해당 기술들은 네이버 앞에 ‘혁신 기업’이란 수식어가 붙게끔 만든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밑단부터 만든 ‘자재’와도 같다.
스마트폰을 쥐고 원하는 정보를 찾거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등의 서비스를 구현하기까진 개발자의 치열한 고민이 전제된다. 이들의 얘기를 직접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데뷰는 현역 개발자나 지망생 입장에선 ‘놓쳐선 안 될 콘퍼런스’인 셈이다.
현장의 열기는 앞서 온라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8일 열린 데뷰 사전 신청은 3분 만에 마감됐다. 동시 접속자는 최대 8000명 수준으로 몰렸다. 선착순 모집에 성공한 이는 약 3000명. 행사장엔 네이버 직원 등까지 포함하면 양일간 참석권을 따낸 ‘운 좋은’ 3500명이 방문한다. 현장 열기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뜨거웠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 개발자들은 자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회사는 이들을 위한 무대를 2008년부터 마련해왔다. 사내 기술 행사로 시작한 데뷰는 2010년부턴 외부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올해 15회차를 맞이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네이버를 넘어 국내 대표 개발자 연례 콘퍼런스로 자리 잡았다.
개발자 ‘열기’에 기술로 보답한 네이버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한 개발자 지망생(27)은 “네이버가 터치 한 번에 기능이 작동하도록 구현한 다양한 서비스들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주 충격을 느끼게 한다”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콘퍼런스 참석을 신청했고, 선착순 모집에 성공해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음성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에 적용된 인식 기술 관련 발표를 들을 예정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이 같은 관심에 개발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선물을 내놨다. 앞으로 선보일 초대규모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3일 언급한 ‘서치GPT’(SearchGPT·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명)의 윤곽도 드러냈다. 최 대표는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며 “올 상반기 내로 네이버만의 업그레이드된 검색 경험인 서치GPT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이에 맞춰 데뷰의 막을 올리는 ‘키노트’의 주제로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기술 기업의 도약을 내걸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키노트 연사로 올라 ‘대답하는 AI 서비스’ 챗GPT와 같은 기술이 세상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네이버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초대규모 AI를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네이버는 구체적으로 고객의 목적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는 초대규모AI 출시를 예고했다. 해당 기술은 ‘하이퍼클로바X’란 이름으로 7월에 공개된다. 하이퍼클로바X는 향후 네이버가 선보일 AI 기반 서비스의 뼈대가 된다.
김 대표는 “‘팀 네이버’는 글로벌 수준의 AI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 가세할 준비를 마쳤다”며 “하이퍼클로바X는 고객이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하이퍼클로바와 결합해 사용자 니즈(요구)에 맞는 응답을 즉각 제공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초대규모 AI”라고 소개했다. 이어 “개별 서비스부터 특정 기업 또는 국가 단위까지 누구나 저마다 목적에 최적화된 AI 프로덕트를 만들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생성AI와 같은 초대규모 AI로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흐름에 대응책으로 ‘하이퍼클로바X’를 꼽은 셈이다.
네이버는 챗GPT와 같은 글로벌 AI 서비스와 자사 기술의 차별점으로 ‘한국 특화’ 기능을 꼽았다. 챗GPT의 한계점으론 ‘언어의 장벽’이 꼽힌다. 비교적 학습 데이터가 영어 집중돼 있어, 답변의 수준과 응답 시간이 언어별로 차이를 나타낸다. 이와 함께 데이터처리에 대한 비용 증가도 해결해야 할 지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챗GPT의 한계를 자사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와 함께 키노트 연사로 오른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하고 사용자가 바라는 AI의 모습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개선된 모델”이라며 “작은 양의 데이터라도 고객이 보유한 데이터와 결합하면 특정 서비스나 기업 등 해당 영역에 최적화된 초대규모AI 프로덕트 구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곽용재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해당 기술 구현 과정에 있어서 국내 기술 생태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함께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연산·학습·추론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춘 반도체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며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10분의 1 크기를 갖추고 4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경량화된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이퍼클로바X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적 자원을 이미 상당 부분 갖췄다는 설명이다.
김용범 네이버 서치US 치프 사이언티스트(Chief Scientist)는 이 같은 기술과 생태계로 제작될 서치GPT에 대한 구상을 내놨다. 그는 ▲정보의 신뢰성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결성 ▲효과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멀티모달(Multimodal)을 핵심으로 꼽았다. 김 치프는 “쇼핑·페이·지도 등과 같은 네이버 서비스와의 유기적인 연동을 통해 사용자의 검색 의도에 최적화된 정보를 이미지·동영상·음성 등을 활용, 직관적인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며 “서치GPT 프로젝트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한층 더 차별화된 검색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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