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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설’에 걸린 저축은행…대출 ‘엑소더스’ 조짐

대출 금리 2021년 말 연 9%대→최근 연 13%로 급등
금리 높아지자 고객 감소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 한 명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고금리 시대를 맞아 불황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높은 금리 영향에 대출을 찾는 고객이 사라지고 있고, 기존에 있던 대출 자금마저 줄고 있어서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정책대출 상품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겹친 상황이다.   

계속 늘던 저축은행 대출…작년 12월 들어 감소 전환

79개 저축은행 업계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28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총 1조2486억원이 감소한 115조283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대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부터 증가세를 유지했고, 이후 2021년 12월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저축은행 업계 전체의 2021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9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5657억원) 증가했고, 이자이익만 5조951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21년 12월 말 당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9.48%를 기록했다. 예적금 금리는 1.70%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가 6%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이익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대출 금리가 너무 오르면서 고객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에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는 13.07%까지 치솟았다. 증가세도 강했는데,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11월 말보다 0.24%포인트 상승한 반면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 금리는 1.11%포인트 올랐다. 

대출이 주춤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축은행 업계의 순이익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3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했다. 대출 감소 등 영향으로 순이익은 연간 기준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고정금리 상품 인기 끌며…저축은행 불황 부추길 듯 

정부가 내놓은 정책대출 상품 탓에 업계의 불황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상품을 통해 저축은행 고객층도 연 4%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1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3조8000억원 줄어든 345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원 감소했다. 전월 대비나,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한은은 정책대출 상품이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안심전환 대출 취급으로 비은행예금 기관의 주담대가 예금은행으로 옮겨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1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인기를 끌고 있어 저축은행의 부담을 키우는 중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이 상품이 출시된 이후 2월 17일까지 누적 신청금액은 총 14조5011억원으로,1년간 공급하기로 한 목표치의 36.6%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창구의 금리 게시판을 보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6%로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전체 신청건수 6만3491건 중에서 기존에 있던 대출 상환이 목적인 경우가 57.9%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대출 등의 높은 이자에 부담을 느낀 대출자들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 상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를 3월부터 동결한다고 밝히면서 저축은행이 금리 경쟁력에서 뒤처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일반형의 경우 연 4.15%부터 4.45%이고, 우대형은 연 4.05%에서 4.35%다.

믿었던 정기예금 금리, 시중은행보다 낮아져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마저 빠르게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 능력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월 27일 기준으로 12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81%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 6%대까지 올라갔던 금리가 3%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기준으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3.60%, 오케이(OK)저축은행은 연 3.7%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 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3.70%다.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은 4.00%로 저축은행보다 높았다. 이런 이유로 자금 조달에서 시중은행에 밀리게 될 경우, 신규 대출 확대나 대출 만기 연장 등이 어려워지면서 순이익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내부에서부터 많이 나왔다”며 “대출이 감소하면서 어려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건전성 관리를 철저하게 해왔기 때문에 규모가 있는 저축은행에서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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