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논란에 백기 든 이유[이코노Y]

소비자 불만에도 강행했는데…전면 재검토 배경은

대한항공 보잉787-9. [사진 대한항공]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이 오는 4월 1일 시행 예정이던 마일리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2019년 12월 마일리지 개편을 발표한 이후 거센 비판에도 기존 개편 방식을 고수했는데, 시행 한 달을 앞두고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항공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방증”이라며 “초대형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소비자 혜택을 줄인 것에 대해 용납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12월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사용해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복합결제 도입과 함께 마일리지 공제율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변경하는 내용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했지만, 새롭게 변경되는 방식은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기준을 세분화해 마일리지 공제율을 다르게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상대적으로 높았던 마일리지 공제율은 내리고, 거리가 멀었음에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마일리지 공제율을 현실화한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었다. 

대한항공이 2019년 12월 마일리지 개편을 발표한 이후 일부 소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항공을 고발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의 노선별 마일리지 공제율과 자사 공제율을 비교하면서 “공제율 현실화”라는 논리를 폈다.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항공사의 마일리지 공제율을 근거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공정위 조사에도 기존 마일리지 개편안을 고수하는 등 다소 강경한 입장을 취했는데, 최근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초대형 국적 항공사의 ‘무게’

항공업계에선 “올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 불만이 폭증한 것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예상되는 독과점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 방안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점, 글로벌 항공사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나름 명분을 갖고 마일리지 개편안을 추진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독과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초대형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일부 구간에서 소비자 혜택을 줄인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그만큼 정부 역시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방식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정부가 올해 들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을 좌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진단이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논란이 불거지자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것 같다”,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언급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과 관련 “내부에선 4월 이전까지 약관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보다 엄격하게 대한항공을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내놓을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 문제 등도 이번 마일리지 제도 개편 논란 때처럼 소비자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쟁사가 있던 과거와 달리 초대형 국적 항공사로 시장에 안착하면, 그만큼 운신의 폭도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멕시코 대통령 "美와 관세 전쟁 없다"…中 전기차 투자도 미정

2 경제 삼중고...10월 생산 0.3%↓·소비 0.4%↓…투자까지 감소

3바이든 "트럼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계획 재고하길"

4항공업계의 ‘아픈 손가락’ 中...‘파격’ 발표에 함박 미소

5'닥터 둠' 루비니 "자산 지키려면 비트코인 멀리해야"

6‘트럼프 2.0’에 빗장 푸는 中, 韓에 손 내민 속내는

7평행선 그리는 ‘의정갈등’...고래가 싸우자, 새우는 울었다

8‘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9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실시간 뉴스

1멕시코 대통령 "美와 관세 전쟁 없다"…中 전기차 투자도 미정

2 경제 삼중고...10월 생산 0.3%↓·소비 0.4%↓…투자까지 감소

3바이든 "트럼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계획 재고하길"

4항공업계의 ‘아픈 손가락’ 中...‘파격’ 발표에 함박 미소

5'닥터 둠' 루비니 "자산 지키려면 비트코인 멀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