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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폭탄 ‘째깍째깍’…“전세사기 더 늘어난다”

[죽음의 전세사기] ② ‘빌라왕 사태’ 대표적 갭투자 전세사기 유형
집값 하락 기조 유지시, 갭투자 주택 중 40%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충격을 던진 이른바 ‘빌라왕’ 사건은 무자본 캡투자(전세를 낀 매매)로 전세사기 수백 건을 벌인 사건이다. 집값 하락 기조가 유지될 경우, 이처럼 갭투자를 통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피해가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갭투자 주택 40%가 보증금을 반환 못 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이 27% 하락했을 경우에는 보유한 현금성 금융자산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한 대출을 고려했을 때, 보유 주택을 처분해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임대인은 최대 1만3000가구로 추정된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갭투자는 시장 변동성 위험을 선호하는 투자 행위”라며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매입자가 주택매입을 위해 지불한 자기자금은 잠식되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갭투자란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한 후, 매매가 상승에서 얻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말한다. 주택가격 상승기인 2020~2021년 특히 가격 상승 기대감에 이처럼 전세 보증금을 활용하는 투자가 많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 구입 형태 가운데 갭투자 비율이 2020년 12월 43.3%에서 2021년 4월 52%까지 늘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갭투자 방식은 자기자금 손실뿐만 아니라 타인자금 손실로 이어져 보증금도 반환해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사기 핵심 고리로 꼽히는 ‘무자본 갭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하락기 갭투자, 타인자금 손실 문제 커져


무자본으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빌라 등을 매입하고, 요즘 같이 전셋값이 하락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세입자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전세사기 유형으로 꼽힌다. 무자본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 동일 매물이나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 추월) 매물에서 활용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빌라왕 사태’의 시발점이 부동산 갭투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의 특별단속 결과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피의자는 주택 매매와 전세를 동시 진행하는 수법으로 수십에서 수백건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

빌라왕이 갭투자한 부동산은 무려 1139채에 달한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의무 가입을 요하는 정식 임대사업자임에도, 정작 실제 가입은 44채에 불과했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및 서울보증보험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614명이다. 하지만 전세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도 HUG로부터의 보증금 반환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HUG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을 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때 HUG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HUG는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불하고, 집주인을 상대로는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문제는 ‘빌라왕 사태’처럼 집주인이 사망하면서 계약해지를 통보할 대상이 사라졌을 때다. 임대사업자 빌라왕이 사망하며 HUG는 대위 변제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지급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임차권등기 사례 4배 급증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들은 주택 경매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면 통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며, 세금 등이 우선 변제되기에 온전한 보증금 회수는 쉽지 않다. 심지어 빌라왕의 채무 규모도 상당하다. 종합부동산세만 무려 62억원이 체납돼 재산이 압류된 상태다. 

최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나 보증보험회사에서 신청한 경매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임차권 설정 등기가 이뤄진 물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피해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란 전세 계약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단독으로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는 제도다.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 등기가 이뤄지면 임차인이 개인 사정으로 먼저 이사를 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는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전국에서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부동산 수는 2815건으로 전월 대비 683건(32%) 늘었다. 지난해 2월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등기 신청 부동산 수가 62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4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하는 체계를 마련해 상환 능력이 높은 임대인과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부연구위원은 “보증금 예치제도를 도입해 임대인의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하고 예치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는 반환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며 “소유자가 신탁기관에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신탁기관이 임대차 계약·운용을 하고 소유자는 신탁기관으로부터 운용수익과 임대 기간에 비례한 세제 혜택을 받는 ‘임대차 신탁제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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