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2년 전 전국 집값상승률 1위를 기록하던 인천이 최근 집값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깡통전세’ 위험도 커지고 있다. 

2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7.2% 하락했다. 시도별로 가장 크게 하락한 지역은 -21.5%를 기록한 인천이었다. 

치솟던 인천 집값의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위험도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서울과 경기, 인천 아파트에서 지난해 4분기 거래된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인천은 전세가 이하로 매매된 아파트의 비율이 48%로 매우 높았다. 

인천은 원래 서울보다는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3개월간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가율을 집계한 결과 인천이 87.7%로 수도권 중 가장 높았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아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추월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최근 인천에서는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피해가 컸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는 인천이 356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다음으로는 경기(344건), 서울(299건) 순이었다. 

보증 사고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의 해지 및 종료 후 1개월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 계약 기간 중 경매 또는 공매가 이뤄져 배당 후 보증채권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도 늘었다. 지난달 인천의 집합건물 기준 임차권등기 신청건수 793건으로 지난 1월 399건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인천 구역별로는 ▲남동구(65건→130건) ▲미추홀구(93건→182건) ▲부평구(84건→185건) ▲서구(96건→191건) ▲연수구(6건→32건) 등이 지난 1월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는 최근 전세사기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임차권등기 신청은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임차권등기를 설정하면 부동산 점유 상태가 해제되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 및 대항력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인천이 전세가율 자체가 높게 책정돼 있다 보니 갭투자도 많이 이뤄졌다”며 “그 과정에서 전셋값이 하락하면 부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는 만기가 2년에서 4년 주기로 돌아가는 반면, 매매는 경기 여건에 따라서 변동률이 급변하므로 그 과정에서 격차가 좁혀지면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빌라 같은 전세물건을 싸다고 무턱대고 계약할 것이 아니라 전세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최우선으로 검토해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 100%에서 90% 이하 주택으로 조정하는 등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세사기 피해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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