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주택시장에도 90년대생들이 온다 ③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1·2기 신도시와 문 정부 3기 신도시 ‘제로섬 관계’
기존 신도시 반발에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전화위복’되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다. 주택가격이 계속 치솟았지만 정부 인사들은 투기수요, 저금리 탓만 했고 공급대책에 인색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결국 시장을 이기지는 못했다. 수요억제로 일관하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갑자기 ‘회심’(回心)한다.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수도권 4545만㎡(약 1377만 평)에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을 비롯한 6개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 24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내 8개 중규모 택지 1035만㎡(약 313만 평)에도 6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3기 신도시는 기존 1기, 2기 신도시보다 더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으로 선정됐다. 이 같은 강점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주택수요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1·2기 신도시 주민 등 경기도민에게는 악재였다. 서울과 기존 신도시 간 허파역할을 했던 그린벨트가 대거 해제돼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게 됐기 때문이다. 광명·시흥을 뺀 3기 신도시 5곳의 그린벨트 비율은 전체 3274만㎡ 중 3069만㎡(약 930만 평)로 93.7%에 이른다. 

가뜩이나 서울까지 출퇴근이 고생스러운데 서울로 가는 길목에 그린벨트 대신 ‘아파트 숲’이라니.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특히 경기도 일산신도시, 운정신도시 등 수도권 서북권의 반발이 컸다. 운정신도시에서 아직도 신도시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점, 3기 신도시가 생기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은 파주 운정 및 일산의 슬럼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점, 서울 진입 시 교통 혼잡 역시 심화하며 이로 인한 1,2기 신도시의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투기 탓’ 하다 회심한 주택정책, 정권교체로

과거 신도시 개발 당시 발생했던 갈등이 주로 토지를 수용당하는 원주민과 사업주체 간에 일어났다면, 3기 신도시 개발 갈등은 이처럼 인근 신도시 주민들과의 이견으로 확산됐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저항이나 반발은 3기 신도시 철회운동으로 까지 이어졌고 관련부처와 정치권으로 확대됐다. 21대 총선 당시에도 수도권에선 3기 신도시 이슈가 부각됐다. 그럼에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압승을 거두었고 3기 신도시 건설에 대한 주민의 저항은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에 액셀레이터를 밟게 된다. 2021년 2월24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를 여섯 번째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지정해 주택 7만채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2018년 8월 이후 발표한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은 200만호에 이른다. 지금의 1기 신도시를 탄생시킨 1989년 ‘주택 200만호 계획’이 연상될 것이다. 200만호 계획으로 시작된 1기 신도시 주민에게 앞으로 지어질 새 200만호는 그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안전핀이 아직 꼽힌 ‘공급 폭탄’ 이었다. 

그런데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이 폭탄의 안전핀이 뽑히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투기의혹의 뇌관이 바로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터진 것이다. 2021년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사업 시행자인 LH 직원 13명과 가족들이 광명·시흥 지구에서 땅 투기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0억원을 투자해 2만3000㎡(약 7000 평)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LH 사태는 급기야 장관사퇴와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졌고 신도시 건설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무너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3기 신도시의 위기와 1기 신도시에 찾아온 기회 

그리고 2022년 3월 정권이 교체됐다. 언론에선 정권교체의 주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았다. 그러나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은 여전히 조금 수정된 채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토지수용도 마치기 전에 사전청약을 시행했기에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더욱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첫째는 늘어지는 사업 속도다. 고금리·고물가·주택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신도시 건설이 당초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수용이 아직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지가도 동반하락하며 토지 수용가격을 놓고 지주와 LH 간의 막판 갈등이 우려된다.

둘째는 멈췄던 재개발·재건축 추진으로 인한 수도권 수요 분산이다. 당초 3기 신도시는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억제하는 정책 하에서 추계된 주택수요를 바탕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재개발·재건축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나 재개발·재건축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기존 도심에 위치하므로, 이 같은 도심 노후 주택가가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면 신도시 주택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세번째로는 가구분화의 임계점 도달 및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를 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주택수요 증가 현상은 인구증가와 더불어 진행된 가구분화 현상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이제 국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동시에 전체 가구 수에서 1·2인 가구 비중 또한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출생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 국민이 ‘나 홀로’ 살지 않는 이상, 가구분화도 이제는 임계점에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1기 신도시에겐 기회가 왔다. 비록 3기 신도시 계획 자체를 철회시키지 못했지만 3기 신도시 건설에 대한 저항은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일명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해당 법안은 필자가 20대 국회 당시 3기 신도시 계획에 반대하며 입법했던 ‘노후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의 진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아직도 넘어야 할 규제의 벽이 높지만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재건축은 물리적인 주택 개보수의 차원을 넘어 고층아파트로 점철된 현대도시의 미래에 새 이정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과연 재건축을 맞이하는 1기 신도시의 90년대 아파트들은 다시 한 번 중산층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부담이 될 것인가. 3기 신도시와 1기 신도시 중 ‘수도권 주택시장 제로섬 게임’에서는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수도권 신도시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2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3"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4'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5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6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7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8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9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

실시간 뉴스

1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2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3"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4'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5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