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쪼개기’ 악몽…SM엔터 품은 카카오 목적은 IPO?
[카카오의 지키지 못한 약속]③
카카오엔터, 우회 아닌 직상장 전망
몸값 최대 20조…올해 상장 가능성도
모빌리티·손자회사 상장 시기 조율 중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 논란 재점화되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2021년 이후 멈춰있던 카카오그룹의 기업공개(IPO)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카카오(035720)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추진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상장 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SM엔터를 통한 우회 상장에서 직상장까지 다양한 전망이 분분하다. 금융투자업계예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몸값이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쪼개기 상장’은 카카오 주주들에겐 악몽같은 얘기다. 앞서 카카오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이 증시에 입성할 때마다 알짜 사업을 떼어낸 탓에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쪼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카카오 입장에선 IPO를 통해 새로운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기존 주주 가치도 제고해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카카오엔터 상장은 예고된 수순
카카오가 SM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그간 카카오 계열사들이 상장할 때마다 다음 타자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회사다. 2019년 NH투자증권, KB증권, 모건스탠리를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불확실한 시장 여건과 쪼개기 상장 우려에 일정을 잠정 연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카카오엔터가 올초 1조원대 투자유치에 성공한데다 SM까지 품으면서 상장 적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수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1조원이다. 같은해 2월 카카오는 SM 지분 9%를 인수하며 SM과의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 상향을 노렸지만 하이브가 SM 인수를 추진하면서 복병을 만났다.
카카오 입장에선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카카오엔터의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했다. 가뜩이나 카카오엔터의 효자 사업부였던 웹툰 거래액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카카오엔터와 픽코마의 웹툰 거래액 성장률은 2021년 51%에서 지난해 4분기 3%로 크게 둔화됐다. 결국 카카오는 주당 15만원 공개매수라는 초강수를 둔 끝에 SM 인수에 성공했다.
남은 건 카카오엔터 상장이다. 일각에선 상장사인 SM을 통한 우회 상장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직상장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최대 20조원에 육박한다. SM 인수로 인한 시너지를 반영한 수치다. 카카오엔터는 향후 SM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직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시기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또다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올해 상장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으나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부각되며 일정이 밀렸다. 2022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를 추진하다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지분 매각을 협상하기도 했으나 노조 반발로 같은해 8월 매각도 철회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카오모빌리티의 2023년 상장설이 우세했다. 지분 매각이 무산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칼라일, TPG캐피탈, LG, GS에너지·칼텍스 등으로부터 연달아 투자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2월 3조원대였던 기업가치는 12월 4조93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상장 일정이 2년째 미뤄지면서 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그밖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세나테크놀로지 등의 상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걸그룹 아이브(IVE)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카카오게임즈의 간판 게임 ‘오딘’ 제작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경우 지난해 상장을 추진하다 쪼개기 상장 비판 여론을 의식해 같은해 10월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바 있다.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 지겹다” 주주들 분통
카카오는 최근 3년간 쪼개기 상장을 반복한다는 논란에 휩싸여왔다. 게임즈, 뱅크, 페이 등 주력 계열사들의 상장으로 카카오 주주가 누려야할 기업가치가 사라졌다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카카오 주가는 카카오페이 상장일인 2021년 11월 3일 12만4500원에서 지난 3월 30일 6만1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간 카카오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쪼개기 상장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상장 계열사 대부분은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운영돼온 만큼 ‘쪼개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카오 생태계를 통해 계열사들이 동반 성장한데다, 카카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에 자회사 가치가 대부분 포함되고 있어 본질적으론 쪼개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카카오가 지난해 약속한 ‘계열사 다이어트’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성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해 4월 “올해 연말까지 계열사 30~40개를 줄여 100여개만 남길 계획”이라며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계열사를 정리해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 계열사는 상장사 5개, 비상장사 170개 등 총 175곳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2'10만 달러' 비트코인이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3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4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5“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6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7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8‘서울의 아침’ 여는 자율주행버스...26일부터 운행
9‘제조업 자동화’ 가늠자 ‘로봇 밀도’...세계 1위는 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