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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실적 개선 ‘이것’에 달렸다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 ‘진통’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와 철강사가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흐름을 고려해 가격 동결 또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최근 1년간 원자재 가격을 보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안정이 절실하다. 그간 조선사들은 충분한 일감 확보에도 후판 가격 급등 탓에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았다. 반대로 철강 제품 수요 둔화에 태풍 피해까지 겹쳐 부진한 실적에 시달린 철강사 입장에선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후판 가격에 관해 조선사와 철강사의 입장차가 커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10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사와 철강사의 후반 가격 협상은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등 두 번에 걸쳐 진행된다. 통상 상반기 협상은 2월 말이나 3월 초, 늦어도 4월 초에는 타결돼왔는데, 올해 협상 기간은 다소 길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선사와 철강사의 입장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북중국 현물 기준)은 올해 들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월 말에 t당 130달러에 근접했던 철광석 가격은 2월 초에 12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중순 이후 또 다시 가파르게 올라 21일엔 130달러를 돌파했다. 3월에도 중순까진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였는데, 23일엔 120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3월 30일 128달러를 기록한 철광석 가격은 이달 6일 기준 119.6달러로 나타났다. 

또 다른 원자재인 제철용 원료탄 가격(동호주 항구 현물 기준) 역시 올해 들어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1월에 톤당 300달러까지 하락한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이후 지속 상승해 2월 17일엔 390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다시 내려가 2월 말에 35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3월 초엔 370달러에 근접하는 등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이달 7일엔 292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등락을 거듭하는 원자재 가격을 두고 조선사들은 “하향 안정세”로 분석하고, 철강사들은 “변동성 우려”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후판 가격에 울고 웃는 조선사 

충분한 일감 확보로 수익성 있는 선박만을 선별 수주하고 있는 조선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른바 ‘저가 수주’ 등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났고,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후판 가격이다. 통상 선박 건조 비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라, 후판 가격 인상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사들은 202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세 차례 후판 가격이 올라 대규모 손실을 봤다. 반대로 지난해 하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이 톤당 10만원 안팎으로 인하되면서, 연간 약 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조선사와 철강사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 조선사와 철강사 모두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가격 흐름을 해석하고 있다”며 “조선사 입장에선 2021년 가격 폭등보단 안정적인 가격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철강사는 가격 변동성의 위험을 근거로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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