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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R&D도 압도적 1등…LG 사상 첫 10조 돌파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4대그룹 재무돋보기]②
삼성 R&D 규모, SK·현대차·LG 합보다 커
4대그룹 지난해 연구개발에 51조5557억 지출
반도체·배터리 중심으로 유형자산 취득도 증가

다사다난(多事多難). 2022년을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풍토병(엔데믹)화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자금이 살인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류비용과 원자잿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4대 그룹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둔화됐고, 재고자산과 부채가 크게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4대 그룹은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역시 경기침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대 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디스플레이 법인(SDV)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그룹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일제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4대그룹 R&D 지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삼성은 맏형으로서 저력을 보여줬고 전장과 배터리 등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는 LG 역시 1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현대차와 SK도 R&D에 5조원 이상 지출하며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4대 그룹이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미래 먹거리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4대 그룹에 속한 55개사(비금융 상장사 기준)가 지난해 R&D에 지출한 비용은 총 51조5557억원으로 전년(45조2005억원) 대비 14.1% 증가했다. 

사업보고서상 R&D 비용은 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한 돈으로 국고보조금이 포함돼 있다. 55개사 중 사업보고서상 R&D비용을 명시하지 않은 9개 업체(호텔신라, 제일기획, SK가스, SK렌터카, SK디앤디, SK리츠, 이노션, 지투알, LG헬로비전)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4대 그룹 중 삼성 R&D비중 54%

4대 그룹 중 R&D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곳은 삼성으로 지난해에만 27조5597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늘어난 수치로 4대 그룹 전체로 보면 53.5%에 달한다. 즉 삼성의 R&D 규모가 SK와 현대차, LG의 연구개발비를 합한 것 보다 많다는 얘기다. 

삼성의 R&D 비용은 대부분 삼성전자에서 지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 보다 10.3% 많은 24조9292억원을 집행하며 ‘기술 초격차’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 이후 천문학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R&D를 통해 미세공정 분야에서 매년 기술 초격차를 실현 중이다. 삼성전자가 실적 성장이 꺾인 올해에도 투자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R&D 지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외에는 삼성SDI가 1조764억원을 R&D에 투자하며 뒤를 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22.7% 증가한 것으로 최근 격화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차량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기 역시 5771억원을 R&D에 지출했다. 삼성 그룹 내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진 곳은 삼성물산(3836억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682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93.4%, 191.8% 급증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LG]

LG, 전장 등 미래사업 투자 가속

삼성 다음으로 R&D 지출 규모가 큰 곳은 LG그룹으로 지난해에만 10조2265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4% 증가한 수치이며 4대그룹 전체로 보면 19.8%에 해당된다. 삼성 외에 10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한 곳은 LG그룹이 유일하다.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전장사업과 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R&D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에서 R&D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계열사는 LG전자로 4조37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 늘어난 수치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모바일 사업 철수 이후 회사 내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 잡은 전장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 다음으로 R&D 투자 규모가 큰 곳은 LG디스플레이다. 비록 지난해 적자전환 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과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R&D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R&D 규모는 2조4316억원으로 전년(2조1277억원) 대비 14.3% 증가했다. 이밖에 LG화학(1조7800억원·28%↑), LG에너지솔루션(8761억원·34%↑), LG이노텍(7530억원·33.4%↑) 순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기아·모비스가 연구개발 주도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계열사들이 그룹 R&D를 주도했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최근 전동화가 빠르게 이뤄짐에 따라 글로벌 제조사들의 R&D 투자가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의선 회장 주도 하에 북미와 유럽 등 핵심 지역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메이저(Major·주류) 완성차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7조5004억원의 돈을 R&D에 투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4대 그룹 전체로 보면 14.5%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순으로 R&D 규모가 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3조3406억원, 2조1630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 15.6% 증가한 수치다.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1조1693억원에서 1조3727억원으로 17.4% 늘었다. 이들 3사의 R&D 규모(6조8763억원)가 그룹 전체 연구개발 비용 중 91.6%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밖에 현대제철(2456억원·19.6%↑)과 현대건설(1368억원·9.4%↑), 현대로템(1126억원·8.8%↑)순으로 R&D 지출이 많았다.SK는 4대 그룹 중 상장 계열사가 가장 많지만 R&D 투자 규모는 가장 작았다. R&D에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하는 계열사가 SK하이닉스 외에는 전무하다 보니 R&D 규모에서 다른 그룹 대비 열세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SK그룹이 지난해 R&D에 지출한 비용은 총 6조2291억원으로 전년(5조2282억원) 대비 19.1% 증가했다. 이는 4대 그룹 전체에서 12.1%에 해당되는 수치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팹.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실적 부진에도 기술 초격차

SK그룹의 R&D 비용 중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지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선단공정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R&D 지출 규모는 4조9053억원으로 전년(4조448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이는 SK그룹 전체 R&D 비용 중 78.7%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 다음으로 R&D 지출이 많은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으로 지난해 4179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8% 늘어난 수치로 비상장 자회사인 SK온(2346억원)의 R&D 비용과 합하면 6500억원이 넘는다. 이외에 SK텔레콤(3744억원·0.2%↑)과 SK바이오팜(1230억원·7.1%↑), SK바이오사이언스(1130억원·13.5%↑) 순으로 R&D 지출이 많았다.

한편 4대그룹은 R&D만큼 시설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대그룹 계열사들이 유형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사용한 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38조4650억원으로 전년(107조7887억원) 대비 28.5%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23조76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1조5352억원) 보다 확대됐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해당 법인이 그만큼의 금액을 투자활동을 위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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