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부었다” 여당 일갈에 ‘길들이기’ 우려…네이버, 상생으로 약점 보완
총선 1년 앞두고 ‘네이버 질타’ 이어가는 여당
‘플랫폼 길들이기’ 본격화 양상에 업계 노심초사
네이버, 쇼핑몰 문제 대응해 연일 SME 상생 강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가)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네이버를 공개 저격했다. 그는 “네이버와 같은 거대 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했다는 점을 활용해 중소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태를 뿌리 뽑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독과점 기업을 넘어서 이제 대한민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빅브라더 행태를 보이는 네이버의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사무총장이 문제로 삼은 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정부나 지자체가 작성한 전자문서가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광고가 노출된 점 ▲쇼핑몰 가짜 후기 확산에도 네이버가 책임을 지지 않은 점 ▲가짜뉴스·편파보도가 네이버를 통해 전파되지만 별다른 대응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특히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시는데, 이는 네이버가 뉴스를 장악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이 사무총장 발언 후 여권을 중심으로 ‘네이버 때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 사무총장 지적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다. 윤 대통령은 3월 29일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짜뉴스 확산의 피해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말했다.
특정 플랫폼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뉴스 소비의 60% 이상이 네이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저격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 언론 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털뉴스 점유율은 네이버가 67%다. 다음은 19%, 구글은 11%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여당의 행보를 두고 정보통신(IT) 업계에선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반복적으로 나타난 ‘플랫폼 길들이기’가 시작됐단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여당이 네이버를 강도 높게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22대 총선은 2024년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인공지능 기반 뉴스 운영에도 여권 “편향적”
네이버는 총선·대선 등 대형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이 같은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뉴스 추천에 인공지능(AI) 기술 에어스(AiRS) 도입(2017년 2월) ▲뉴스 자체 편집 중단 및 AI 추천 기사 배치 적용(2019년 4월) ▲구독 기반 뉴스 서비스 전면 개편(2019년 9월) ▲네이버 콘텐츠제공(CP) 언론사 대상으로 집계한 많이 본 뉴스(랭킹 뉴스) 폐지(2020년 10월) ▲실시간 검색어 폐지(2021년 2월) 등을 통해 자정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 왔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가 AI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고, 독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단 입장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3월 30일 성명을 내고 “이 사무총장이 네이버를 질타하자, 네이버를 두둔하고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여당의 주장과 다른 보도가 나온 점을 두고 “막후에서 네이버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국민들은 네이버를 통해 왜곡된 정보를 사실로 믿게 된다”고도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AI 추천을 통해 뉴스 소비가 이뤄져 특정 의도가 개입될 수 없는 구조임을 (정치권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같은 지적이 대규모 선거를 앞두고 항상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여당 지적 후 중소상공인 ‘상생’ 강조
네이버는 여당의 질타가 이어지자 중소상공인(SME)과의 상생 방안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 서비스 운영과 별개로 이 사무총장이 ‘쇼핑몰 가짜 후기 확산’ 등을 지적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네이버 쇼핑몰에 콜라겐·아보카도오일 등 건강기능식품 ‘가짜 후기’를 올린 업체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생활건강과 광고대행업체 감성닷컴은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거짓 후기 2708개를 올렸다. 허위 후기를 올린 업체뿐 아니라 네이버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중소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태”란 지적 역시 네이버 입장에선 우려되는 사안이다. 지난 2020년 공정위는 네이버에 과징금 265억35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스마트스토어 입점한 업체 상품이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게 과징금 부과의 이유가 됐다. 네이버는 ‘AI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라며 과징금 취소처분 소송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2022년 12월 판결했다.
네이버는 여권의 지적이 나온 후 최근 2주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SME와의 상생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SME 사업자들의 친환경 소재 전환을 돕는 ‘그린 임파워링’(Green Empowering) 프로그램의 첫 성과 공개(4월 3일) ▲전국 SME와 지자체 기획전 및 상품을 모아 볼 수 있는 네이버쇼핑 상생전용관 ‘나란히가게’ 개설(4월 6일) ▲네이버 인플루언서와 스마트스토어 입점 SME 간 연결을 지원하는 ‘브랜드 커넥트’ 서비스 확대(4월 6일) ▲SME 물류 고민 해결을 목적으로 시작한 ‘더(The) 착한택배’ 운영 본격화(4월 7일) 등의 소식을 대외에 알렸다.
IT업계 관계자는 “여권의 비난이 뉴스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와 함께 지적한 네이버 쇼핑몰 운영 문제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며 “비교적 방어 수단이 많은 뉴스 운영과 달리 쇼핑몰은 비교적 맹점이 많아 네이버가 최근 SME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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