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고발한 ‘나는 신이다’ PD, 성폭법 위반인가[백세희의 컬처&로(LAW)]
대중의 알권리와 개인 사생활 자유의 충돌
법과 공익 사이에 선 창작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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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방영된 <나는 신이다> 다큐멘터리는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시작으로 다양한 죄명의 고소·고발이 현재 진행형이다. 올 1월 9일에는 위 작품이 다룬 인물 중 하나인 JMS 교주 정명석씨에 대한 징역 17년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다큐멘터리의 PD가 명예훼손이나 무고 따위가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다니, 어찌된 영문일까.
나체 그대로 노출…성폭력처벌법 위반 문제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의 이른바 ‘메시아’와 연루된 사건을 추적하는 총 8부작 다큐멘터리다. ▲정명석의 JMS ▲박순자의 오대양 ▲김기순의 아가동산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를 조명했다.
이 중 JMS 측에서 여성 신도들의 나체가 드러난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송출했다는 이유로 조 PD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위 고발이 일리있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문제의 장면은 욕조 장면이다. 옷을 벗은 여성들이 욕조에 앉아 “주님(정명석 총재를 지칭), 피곤하시죠. 우리와 함께 반신욕해요”라 말한다. 이들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자이크돼 있지만 나머지 신체는 그대로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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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PD에 대한 고발이 바로 이것이다. 기계적으로는, 당사자가 본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나체 영상을 동의 없이 상업 방송에 송출한 것으로서 일단 위 조항에 포섭할 수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를 성폭력처벌법이 단속하는 불법촬영물 내지는 음란물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을까? 조 PD는 이 다큐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2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는데 말이다.
다만 본의 아니게 전 세계에 알몸이 공개되어버린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허락도 없이 알몸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람이 상까지 받으면 더 화가 날 것 같기도 하다.
‘구성요건 해당’ 이후 ‘위법성 조각’ 가능할까
방송과 다른 법익이 부딪치는 문제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대중의 알권리와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가 충돌하기도 하고,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와 질서유지 같은 공공의 이익이 부딪히기도 한다.
비단 방송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 사회에서 각자의 이익이 부딪히는 일은 비일비재하며, 이 중 심각한 해악을 만들어내는 몇몇만이 모두에게 금지되는 행위로 법전에 기록된다. 그것이 바로 ‘구성요건 해당성’이다. <나는 신이다> 역시 성폭력처벌법의 구성요건에 일응 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성요건에 해당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 때가 있다. 이를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한다. 우리 형법은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정하고 있다. 조 PD는 <나는 신이다>의 공익성을 고려할 때 일부 개인적인 법익의 침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주력해야 한다.
경찰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 조각사유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이 어떻게 판단할까? ‘N번방의 조주빈과 같은 혐의로 고발당한 사실이 너무나 수치스럽다’는 조 PD는 과연 처벌을 받게 될까?
문화예술 분야를 다루는 변호사인 필자가 수차례 받은 질문이다. 대답은 매번 ‘잘 모르겠다’였다. 이런 답변은 변호사가 매우 꺼리는 일인데, 그럼에도 필자가 모르겠다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슷한 쟁점에서 대법관들조차 의견이 팽팽히 갈렸기 때문이다.
일단 고발 보도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된 유사 사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비슷한 취지의 판례는 있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뤄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이다.
방송 기자였던 피고인은 구 국가안전기획부가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해 만든 도청자료를 입수한 후 이를 자사의 방송에서 공개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 녹음 자체를 금지하고 나아가 이를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 역시 동일하게 처벌한다.
기자는 불법으로 녹음을 한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입수된 자료를 대중에 공개해 재판을 받게 됐다. 이때 방어 논리가 바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였다. 보도로 얻어지는 공익이 통신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이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기자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발 보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다수의견은 ‘불법 녹음 그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청자료를 공개한 것도 아니고, 보도 시점도 녹음으로부터 8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화 내용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판결에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이들은 ‘대화 내용이 정치자금 관련 문제로서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고, 대화가 이뤄진 8년 전과 비교해 현재에도 재계와 정치권의 유착관계를 근절한 장치가 확립됐다고 보기 어려워 여전히 시의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보도에 의하여 얻어지는 이익이 우월하다’고 보았다.
법적 허용 기준을 체감하기 어려운 창작자의 딜레마
대법원에서도 반대의견이 5인이나 존재할 정도로 판단은 논쟁적이다. 위 판결을 <나는 신이다> 사건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여신도들의 알몸 촬영 사실 그 자체를 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개한 것이 아니고, 몸통도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은 경찰 판단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경찰이 <나는 신이다> 측에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나아가 공익을 이유로 동의 없는 나체의 공개를 허용할 때 생길 파장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시사 보도와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연계된 공신력 있는 해석이 없는 상황에서, 불송치라는 선례를 만들기엔 부담이 클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JMS는 아직도 포교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과거와 비슷한 피해자가 계속 양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도로 인해 얻어지는 공익이 더 크다고도 볼 수도 있다.
바로 여기 창작자의 딜레마가 있다. 허용되는 기준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변호사로의 조언은 ‘대법원이 설시하는 정당행위의 요건에 포섭되는지 확인해 볼 것’ 정도이지만, 그나마도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천차만별이라 딱 꼬집어 해법을 미리 제시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 대해 PD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설문 조사에서 그들 대다수는 수사와 정치·자본 권력의 고소·고발 및 소송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말하며, 이로 인한 압박감으로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앞서 필자는 조 PD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희망하는 결론은 말할 수 있다. 조 PD가 검찰에서 위법성 조각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좋겠다. 교양 PD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조직과 자본을 앞세운 고소·고발에 덮이지 않으면 좋겠다.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가짜 메시아에 대한 경고를 아무쪼록 수사기관이 곡해 없이 그대로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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