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이라던 K-바이오…이젠 지뢰밭 되나
[흔들리는 특례상장]②
셀리버리 사태로 바이오 업계 위기감 고조
고금리 타격 큰 성장산업…‘돈맥경화’ 위기
투자심리 약화·CB 조기 상환 등 악재 겹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인 셀리버리가 상장 5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바이오 업계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오를 위한 제도’라는 별칭이 붙은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바이오 산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종은 대표적인 성장산업으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타격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는 분야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와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거시적 경제 환경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깐깐해졌다. 대표적인 성장산업인 바이오 기업의 몸값이 뚝 떨어진 이유다.
이 가운데 ‘셀리버리 사태’가 터지면서 특례상장을 통한 자금 수혈 통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진 것이다.
2005년도에 도입돼 현재까지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은 약 100개가 넘는다. 이 중 대다수 바이오 기업은 영업적자 상태이거나 신약개발 등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 대거 상장된 바이오 기업의 상장폐지 요건 적용 면제 혜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부분 만료되면서 위기를 겪는 기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상당수 바이오 기업이 셀리버리처럼 영업손실을 겪거나 거래소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 받는 등 위기에 처해 있다. 2020년 특례상장한 항암 면역 치료제 연구 기업 박셀바이오는 상장 이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네오이뮨텍, 메드팩토 등 기업도 지난해 매출을 내지 못했다. 인바이오젠, 뉴지랩파마 등 기업들은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를 앞두게 됐다. 실적 부진 등 경영난으로 유동성 및 계속사업손실이 문제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오 업종 투자에 대한 심리가 냉각되며 바이오 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거란 우려도 커진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처한 또 다른 위기는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CB 보유자들이 셀리버리에 상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풋옵션 행사는 CB 발행 2~3년 뒤부터 가능하다. 바이오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을 시기인 2020~2021년에 발행한 CB가 현금상환의 부담으로 기업에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바이오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 판매라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까지 임상 단계를 통과할수록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바이오의 특징”이라며 “금리 인하와 같은 분명한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부 차원에서 전환사채 기간 등과 관련된 유연한 정책을 펼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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