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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조화”…서울옥션·케이옥션 4월 메이저 경매 맞불 [E-전시]

20년 만에 그려낸 기억, 조선 후기 문인화가의 ‘금강산도’ 선보여
‘전통VS자본주의’…중국의 현실 담은 ‘쩡 판즈’ 초상화 2점도 출품

이번 양사 4월 오프라인 경매에 출품된 쩡 판즈의 '초상화(Portrait)'(추정가액 11억5000만~15억원)과 김소월 '진달래꽃'(추정가액 5000만원~1억원). [제공 케이옥션, 서울옥션]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오는 4월 25, 26일 국내 양대 경매업체인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나란히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를 개최한다. 두 옥션사는 각각 고미술품, 해외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에 초점 맞춰 서로 다른 매력을 부각시켰다.

서울옥션의 4월 메이저 경매에는 약 63억원 가치의 작품 총 105점이 출품됐다. 특히 고미술품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고미술품 수집가 박창훈이 소장했던 조선 후기 문인화가 연객 허필의 금강산도를 비롯해 김소월의 진달래꽃 총판본 등을 선보인다. 또 국내 작품뿐 아니라 동해도 53개 역참에서 본 풍경을 기반으로 제작된 일본 작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일본 판화집도 만나볼 수 있다. 

연객 허필의 '헐성루망만이천봉'(추정가액 1억8000만~3억원). [제공 서울옥션]

연객 허필의 금강산도 ‘혈성후망만이천봉’은 금강산 입구에 위치한 헐성루에서 바라본 만이천봉의 풍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오세창, 함석태 등과 함께 일제 강점기 주요 수장가로 꼽히는 유명 외과의사 박창훈의 소장품으로, 최근 미국에서 환수되며 80년만에 한국의 품에 돌아온 작품이다. 앞서 지난해 칸 옥션에 출품됐다.

언뜻 정선의 ‘금강전도’와 같이 지도식 화법에 만이천봉 봉우리를 나열한 듯하지만 그림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구름이나 절 등 금강산의 비교적 낮은 곳에 있는 풍경을 아래에 배치하고, 그림 상단에 여러 봉우리들을 빼곡이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에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 숨어있다. 그림 상단을 보면 작가가 직접 작성한 작품 스토리가 적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작가는 수미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천하의 으뜸이라 불리던 금강산의 아침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내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당대 문장가였던 최창헌이 금강산 유람을 다녀온 후 허필에게 그 풍광을 그림으로 그려달라 주문했고, 이에 따라 허필은 지난 1744년 금강산에 다녀온 기억을 되살려 20년만에 이를 그림으로 녹여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금강산의 표상을 되짚은 듯, 그림이 그려진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다.

쩡 판즈의 초상화(Portrait) 작품 2점. 추정가액은 두 작품 모두 11억5000만~15억원이다. [제공 케이옥션]

힌편 케이옥션의 4월 경매에서는 총 79점, 약 71억원어치의 작품이 출품됐다.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쩡 판즈를 필두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아야코 록카구, 앤디 워홀 등 주요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서울옥션의 4월 경매와 대비되는 분위기를 보일 전망이다. 

쩡 판즈는 1964년생으로 중국 현대미술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여겨진다. 이번에 출품된 그의 작품은 추정가액이 각각 11억5000만원에 달하는 초상화 작품 2점으로, 지난 2007년에 그려졌다. 

쩡 판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가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는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병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인물의 심리에 중점을 둔 ‘병원’ 연작을 시작으로 특유의 투박하고 강렬한 화풍의 인물 작품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개인의 아픔과 외로움을 웃는 얼굴로 가린 ‘가면’ 시리즈를 거쳐, 이번 출품작인 ‘초상(Portait)’시리즈를 완성했다.

작품에는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와 앞섶을 헤친 여자가 나타나 있다. 큰 손과 탄탄한 외형을 자랑하지만, 아래를 보면 그 형체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쩡 판즈의 작업물에는 작가의 삶과 중국 사회가 절묘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병원’에서는 격동하는 중국 사회의 이면을 환자의 표정을 통해 드러냈고. ‘가면’에는 대도시 베이징에서 목도한 허영심과 이로부터 비롯된 이질감을 담았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복잡하고 변화하는 역사의 중국이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미술이 바로 ‘차이나 아방가르드’”라고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쩡 판즈의 작품은 전통과 자본주의가 섞여가는 중국 사회 내 혼돈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경매는 각각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옥션 강남센터,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다. 프리뷰 전시는 오프라인 경매 당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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