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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대기업, 갈수록 은행에 손 벌린다[부채도사]

경기 악화 지속되며 기업 자금 상황 어려워졌단 분석
가계대출 줄어든 은행…대기업 대출로 여신 규모 유지
당분간 은행-대기업 불안한 상생 이어질 듯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기업, 은행 등 빌딩이 밀집한 도심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대기업과 은행의 불안한 상생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근 들어 대기업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경기 악화 여파에 돈줄이 말라가는 대기업들이 이를 해결해 보고자 고금리 대출이라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도 가계대출 감소 현상의 탈출구로 대기업 고객 확보에 나섰다. 

5대 은행 대기업대출, 1분기에 21조원 증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13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20조9100억원) 증가했다. 

은행별 대기업 대출 잔액을 보면 ▲우리은행 40조5000억원 ▲KB국민은행 31조2000억원 ▲신한은행 25조5000억원 ▲하나은행 22조2000억원 ▲NH농협은행 16조4000억원 등이다. 

5대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3648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증가하며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가계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고, 높은 금리를 바탕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5대 은행의 1분기 가계대출은 기업대출과 달리 3.0%(21조2700억원) 감소한 680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21조원 축소됐지만 대기업 대출이 21조원 가량 확대된 영향에 총대출 자산이 줄지 않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산업 악화는 지속되는데…대기업 대출도 고금리 적용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대기업 대출이 증가해 은행 이익 확대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불안 요인은 산재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체 기업대출 중 66.8%가 변동금리로 적용받고 있는데 기업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까지 신규취급액 기준 대기업 대출 금리는 연 5%를 넘고 있다. 3월에 취급된 대기업 대출 중 금리가 연 5~6%에 적용받는 대출은 전체 잔액의 44.5%에 달했다. 연 4~5%는 42.9%를 기록했다. 금리가 연 6~7%에 달하는 대출도 전체의 9.9%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아직 0.2%대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높은 금리로 대출이 이뤄지며 은행 자산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별 수출입 실적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실제로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체 산업 수출 악화를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월간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무역적자도 14개월째 계속됐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0%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업을 제외하고 상장기업 604개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전년 동월 대비 17.3%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한 번 나가면 큰 규모로 장기간 이뤄지는 특징이 있어서 은행 입장에서 중요한 대출”이라며 “대부분 담보를 두고 대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회수 불능을 걱정할 건 아니지만 연체 발생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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