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상장사 6년 만에 2배, 코스닥 ‘더 큰 충격’
한계기업 9.3%→17.5%로 증가
코스닥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 9.3%→20.5%
국내 상장사 1분기 실적도 부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는 우리 기업들이 6년 만에 2배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 상장사가 100곳 중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797개)과 코스닥(1550개)에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22년 12월 기준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데, 이 값이 1미만이라는 건 기업이 일 년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금리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 2016년 기준 한계기업 비중은 9.3% 수준이었는데, 불과 6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6년 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한계기업 비율은 각각 9.3%였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한계기업을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 한계기업은 11.5%로 약 23%가량 증가하는 동안 코스닥 한계기업은 20.5%로 100% 넘게 불었다. 전경련은 코스닥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금리라는 외부 충격에 취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계기업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22년 기준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30.4%)으로 10곳 중 3곳이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 및 창고업(25.8%),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5.0%), 도매 및 소매업(23.2%), 정보통신업(16.8%), 제조업(16.4%), 건설업(15.5%), 금융 및 보험업(3.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과 비교하면 운수 및 창고업이 6.5%에서 25.8%로 약 19%p 뛰었고,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은 6.9%에서 25.0%로 18.1%p 증가했다.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17.4%p, 13.0%→30.4%)도 17.4% 늘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한계기업 비율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전 세계 7개국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주요 7개국(G5+중국 및 한국 상장사) 중 미국의 한계기업은 20.9%, 프랑스는 19.2%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한계기업 비중은 16.5%로 집계됐다. 한계기업 증가 속도도 미국 다음으로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1분기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기업의 올해 실적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622개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5조165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2.75% 줄었다. 지난해 1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영업이익 50조5105억원)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절반에도 못 미쳤던 셈이다.
이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기업들의 대표주자로 평가됐던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손실과 관련있다. 많을 때는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겼던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고, SK하이닉스도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밖에 한국전력공사도 5조원 가까운 손실을 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34%, 47.98% 감소한 것으로 계산된다. 연결 재무제표 분석 대상 622개사 중에서 순이익 흑자를 낸 곳은 470곳(75.56%)으로 1년 전보다 19곳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를 낸 곳은 152곳으로 전체의 24.44%를 차지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상황도 만만찮다. 1115곳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2.2%, 26.3% 감소했다. 적자를 기록한 곳은 465곳으로 41.7%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적자전환한 곳도 182곳으로 나타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실적이 1분기에 저점을 기록하고 2분기에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면서도 “미국 경기 침체가 이연된 측면이 있어 2분기와 3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개선될 수 있지만 내년에도 좋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2020년부터 확산한 코로나19, 급격한 금리인상, 최근의 경기악화 등이 한계기업의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안정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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