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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호황에 플라이강원 회생 절차 밟는 이유[이코노Y]

“항공 산업 재편 신호탄…3~4개 LCC만 살아남을 것”

플라이강원 항공기. [사진 플라이강원]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에 돌입한 가운데, 양양국제공항 기반의 LCC인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공항 활성화를 목표로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누적된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 시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LCC 난립, 중국인 관광객 수요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등이 플라이강원의 실패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플라이강원의 기업회생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은 내일(23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할 계획이다. 플라이강원은 서울지방항공청에 운항 중단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20일부터 국내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국제선의 경우 이달 3일부터 운항하지 않는다. 오는 6월 30일까지 모든 노선이 멈추는 것이다. 양양공항에서 운항되는 정기 노선을 운항한 항공사는 플라이강원이 유일하다. “플라이강원의 운항 중단이 길어지면 양양공항 역시 이른바 ‘유령 공항’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항공업계에선 “플라이강원의 기업회생 신청은 예견된 일”이란 진단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국내 공항의 수요에 비해 항공사가 지나치게 많아, 일부 지방 공항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며 “플라이강원이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인바운드 수요 중심의 사업 모델을 내세웠지만 실제 양양공항 인바운드 수요가 적은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양양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은 5만39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공항을 이용한 전체 국제선 여객(1880만861명)의 0.3%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선 수요 중심의 청주국제공항 다음으로 가장 적은 국제선 여객 실적을 기록한 공항 양양공항이란 얘기다. 다른 국내 공항의 1월부터 4월까지 국제선 여객은 인천국제공항 1545만3362명, 김해국제공항 193만5210명, 김포국제공항 77만598명, 대구국제공항 28만2749명 등이다. 

국토부도 두 번 반려…“항공 시장 포화 알았다”

플라이강원은 총 3번에 걸쳐 국토부에 국내‧국제 항공운송사업을 위한 운항증명(AOC) 발급을 신청해 운항증명을 받았다. 2016년 12월 처음으로 운항증명을 신청했으나 반려됐고, 2017년에도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국토부는 플라이강원의 운항증명 발급 반려에 대해 “충분한 수요 확보가 불확실하고 이에 따른 재무 안정성 부족 우려 등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비용항공사의 노선 편중이 심화되고 있어 과당경쟁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취항 희망 공항의 슬롯(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 확보도 불확실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다 2019 10월 말에 돌연 운항증명을 발급한 것이다. 당시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국토부가 2번이나 플라이강원 운항증명 발급을 반려했다는 것은, 국내 항공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LCC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지방 공항 활성화를 위한 LCC 출범 등이 정치적 사안과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공항을 거점으로 둔 LCC가 시장에 진입하는 문제가 되풀이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플라이강원의 기업회생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미뤄졌던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국내 항공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3~4개 정도의 알짜 LCC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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