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칩스법’에서 반도체 후공정 핵심 ‘리드프레임 기술’ 빠진 이유가…
[한국 반도체의 명암]①
국가전략기술에 오르지 못한 ‘반도체 금속재료기판’…업계 ‘우려’
국회·산자부 검토 나섰지만, 시행령 개정 ‘불확실’…공은 기재부에
“관련 중소·중견기업 목소리 부처에 전달 안된 것으로 보여”
해성디에스, 3900억원 투자 단행…K-칩스법 이전과 동일한 세액공제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세제지원 등의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게 됐지만, 정작 반도체 후공정 핵심인 반도체 금속재료기판(리드프레임) 기술은 혜택에서 빠져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금속재료기판 관련 기술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 대통령령(시행령)에서 정한 국가전략기술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다. 신성장·원천기술 목록에도 오르지 못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으로 확대된 세액공제 등의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기재부가 시행령으로 정하는 주요 기술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 리드프레임 기술은 여기에서 빠지면서 이를 제작하는 기업은 K-칩스법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연결해 주는 전선(Lead) 역할과 반도체 패키지를 전자 회로 기판에 고정하는 버팀대(Frame)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재료다. 차량용 반도체 일부 제품은 리드프레임이 없으면 상품화되지 못한다. PC·모바일에 들어가는 반도체 일부도 리드프레임 없이는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리드프레임 공급망은 반도체 생태계는 물론 완성차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국내 리드프레임 제작 기업이 무너지면, 중국·대만·일본 등으로부터 해당 부품을 전량 수입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갈수록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심화되면서 수입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공급이 끊길지 모른다는 의미다.
반도체 금속재료기판 제작 업계에서는 “K-칩스법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되레 박탈감만 커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리드프레임 공급 기업은 “시행령 개정에 기대한 게 잘못”이라며 “새액공제율 확대 대상에 오르지 못해 당초 세웠던 투자 계획 일부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국회·부처 검토 나섰지만…개정 ‘불투명’
업계의 이 같은 볼멘소리가 전해지자, 국회와 정부 부처 일각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국회에선 양향자 의원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를 지내다 국회에 입성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K-칩스법 통과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양 의원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K-칩스법 혜택 대상에 반도체 금속재료기판 제작 기업들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달한 바 있다”며 “리드프레임이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해당 산업 육성으로 인한 효과가 상당한데도 현재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엄연히 반도체 제작 범주에 포함되는 기술인데도 혜택을 못 받는 구조라, 산자부 차원에서 이를 살펴봐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은 불확실하다. 권한이 있는 기재부가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측은 양향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재 반도체 관련 특정 기술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포함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세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관계부처 등 건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 진흥의 주무 부처인 산자부나 국가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건의해야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리드프레임 공급 업체들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듣고 있는 중”이라며 “반도체 금속재료기판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을 대상으로 국가전략기술 목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지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효과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논의 일정 등 구체적인 절차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학계 인사(교수)는 “리드프레임이 후공정의 핵심 부품인 점은 반도체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가전략기술에 반도체 금속재료기판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해당 분야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중소·중견이라,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기재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 개정 취지에 맞춰 시행령 확대해야”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는 4월에 이뤄졌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경쟁력 강화가 개정의 취지다. 시행령을 통해 정해진 국가전략기술에 기업이 연구개발(R&D)·설비 증설 등을 진행하면, 이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대비 높게 적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국가전략기술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중견 기업의 경우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6%·중견기업 10%·중소기업 18%로 3∼6%p씩 오른다.
현재 국내에서 반도체 금속재료기판 제작 기술을 확보한 곳으론 ▲해성디에스 ▲티에스피 ▲에이엘에스 ▲신성프리시젼 등이 꼽힌다. 전장용 반도체 등에 쓰이는 리드프레임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해성디에스는 현재 3위인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을 오는 2027년까지 1위로 끌어올리겠단 목표다. 이를 위해 39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에도 세액공제율은 8%만 적용받는다. K-칩스법 통과에도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해성디에스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연 3000억원 규모의 리드프레임을 제작하고 있는 기업으로, 우리도 엄연한 반도체 생태계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시행령으로 정한 국가전략기술의 범위엔 반도체 분야 22개 기술이 포함돼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가전략기술로 오른 반도체 기술 대다수가 전공정과 관련돼 있다”며 “후공정이 전공정 대비 기술적 난도가 낮은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육성에 소홀하면 결국 공급망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BTS 뷔·박효신 명동 뜬다...신세계스퀘어, K-컬처 명소 도약
2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3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4“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5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6“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7‘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8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9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