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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 멀었나…한올바이오·유유제약, 임상 또 실패

유유제약 美 임상 1·2상 통계적 유의성 확보 못 해
한올바이오파마도 두 번째 임상 3상서 고배 마셔
치료제 개발 난이도 높아…“자금 여력 영향 줄 것”

유유제약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파이프라인 ‘YP-P10’의 임상 1·2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사진은 유유제약 공장 전경. [사진 유유제약]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시험에 연달아 실패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개발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만큼 임상시험을 여러 번 진행하는 제약사가 많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자금 여력과 임상 설계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YP-P10’의 미국 임상 1·2상에 실패했다. 이 회사는 안구건조증 환자 257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를 나눠 각각 YP-P10와 위약(가짜약)을 투여했고 이들의 총각막염색지수(TCSS)와 안구불편감(ODS)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YP-P10을 투여한 환자들의 TCSS와 ODS 지표는 다소 좋아졌다. 그러나 가짜약을 쓴 환자들의 지표도 함께 개선되면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YP-P10을 투여한 환자들의 안구건조증 증상이 좋아지긴 했으나 이 약물이 실제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최근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개발해 온 탄파너셉트의 미국 임상 3상에 실패했다. 이 회사는 260명의 임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탄파너셉트가 각막중앙부손상개선(CCSS)과 안구건조감(EDS)에 효과를 보이는지 관찰했으나 탄파너셉트를 투여한 환자들과 가짜약을 쓴 환자들이 통계적으로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번 임상은 한올바이오파마가 두 번째로 진행한 임상 3상이라 더 뼈아프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첫 번째 임상 3상에서도 주요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CCSS와 EDS 등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고, 이를 주요 평가지표로 변경해 이번 임상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한올바이오파마는 주요 평가지표 달성에 연달아 실패했다. 이 회사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이다.

주요 평가지표 변경…“임상 재도전”

안구건조증은 안구가 말라 눈의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이 악화하면 각막과 결막 내 염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아직 없다. 애브비와 앨러간의 레스타시스(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가 대표적인 안구건조증 치료제지만 증상을 완화할 뿐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진 못한다. 노바티스와 샤이어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자이드라(성분명 리피테그라스트)도 마찬가지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운 만큼 많은 제약사가 연구개발(R&D)에 난항을 겪었다. 국내 기업인 휴온스와 삼천당제약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계를 느껴 철수한 바 있다. 이미 치료제를 내놓은 기업들도 임상 당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자이드라를 개발한 샤이어는 주요 평가지표를 수정하며 임상시험을 여러 번 진행하고서야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완주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주요 평가지표를 조정해 탄파너셉트의 임상 3상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 임상 3상의 주요 평가지표는 셔머테스트와 관련한 지표가 될 공산이 크다. 두 번째 임상 3상을 진행한 결과 이 셔머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셔머테스트는 안구건조증 환자들의 눈물 분비량을 측정하는 검사다. 3㎝ 길이의 종이를 눈 밑에 걸친 후 5분간 적셔진 종이의 길이를 측정한다. 

셔머테스트는 유유제약이 YP-P10의 미국 임상 1·2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지표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이번 임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으나 지표를 조정해 다음 임상시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눈물의 분비 작용이 3개월 후 나타나지만 YP-P10를 투약한 환자들은 (셔머테스트에서) 15일 만에 눈물 분비량이 늘었다”며 “자문단과 임상 결과를 분석해 R&D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 관계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개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임상시험을 계속해서 진행할 순 없는 만큼, 치료제의 시장성과 회사의 자금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올바이오파마와 유유제약 등 국내 기업들이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지속한다면 이들 기업의 자금 여력도 임상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상을 여러 번 진행할수록 비용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자금을 수혈하지 못한 신약 개발 기업들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중단하고 생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은 지난 3월을 기준으로 569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 9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유동비율은 2021년 3월 499%에서 올해 3월 372%로 낮아지는 추세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당장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200%보다 높으면 안정적으로 본다.

유유제약의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27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을 제외하고 최근 3년 동안 2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유동비율은 2021년과 2022년 3월 각각 290% 수준이었다. 올해 3월에는 이 비율이 145%로 낮아졌다. 유유제약은 지난달 245억원 규모의 자금도 조달했다. 박노용 유유제약 대표는 “재무제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했다”며 “R&D와 설비 투자 등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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