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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돼도 무산돼도…대한항공·아시아나 미래는 가시밭길

[벼랑 끝 아시아나항공]②
“아시아나항공, 독자 생존‧재매각 사실상 불가능” 우려
일부에선 “무산 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재점화” 전망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양사 결합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섞이고 있다.

한편에선 “해외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해 우리 항공 자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기업 결합이 실패로 끝나면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시아나항공이 공적 자금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양사 결합이 무산되면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우려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무엇을 포기하든 양사 결합을 완수할 것”이란 입장이다. 

결합 성사 이후… 장거리 노선 경쟁력 하락?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최종 마무리하면 장거리 노선에 대한 시장 지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중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해 해당 국가 노선의 슬롯 반납을 약속했고,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 당국의 결합 심사 과정에서 더 많은 슬롯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슬롯은 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을 말한다. 사실상 노선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라 항공사의 주요 자산으로 꼽힌다. 

박상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항공은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려면 아시아나항공과 운항하는 유럽·호주·미주 노선의 운항 횟수를 주 183회에서 69회까지 감축해야 한다. 독과점 우려가 있는 노선의 점유율을 50%로 낮추려면 주 운항 횟수의 약 38%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양사가 주 12회 운항하는 인천~파리 노선 점유율은 60% 정도인데,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주 3회 운항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미주 노선의 경우 주 44회의 항공편을 다른 항공사로 이전해야 해외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려면 장거리 노선 경쟁력 약화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을 위해 해외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독과점 해소 방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양사의 점유율이 높은 노선에 대한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야 하는데, 결합 이후 장거리 노선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사히 양사 결합이 완료된 이후에는 ‘양사 결합을 위해 국내 항공 자산을 지나치게 많이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사 결합에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결합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양사 결합에 대해 “무엇을 포기하든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현재 여기(양사 결합)에 100%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결합을 위해 포기하는 것보다 이득이 더 크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는 좋은 해법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독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결합 무산 이후…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재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무산으로 끝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은 2조5770억원에 달한다. 1년 이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2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증권사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1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신영증권은 5월 26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하위 저비용항공사 지원 등의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며 “영업 경쟁 약화에 따른 수익성 제고 기대감도 접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 결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당장 재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에 수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긴 어렵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합 무산의 여진은 대한항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무산 이후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 지분 10.58%(1분기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양사 결합이 무산되면, 이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분 싸움이 복잡해진다.

1분기 말 기준 한진칼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이 19.79%, 델타항공 14.90%, 호반건설 측 11.60%, 팬오션 5.85%, 국민연금공단 5.06% 등이다. 대한항공과 긴밀한 협력 관계인 델타항공은 조원태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주요 주주들의 심중은 알 수 없는 상태다. “KDB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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