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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녀오니 보험금이 계좌에…‘실손 간소화’ 도입 가시화

실손보험 간편청구 개정안, 국회 정무위 통과
법제사, 본회의 남겨둬...통과 기대감 커진 상황
의료계 반발 여전...데이터 효율적 관리 방안 필요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14년 묵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가 드디어 실현될 조짐이다. 지난달 법안심사 문턱을 처음으로 넘어선 실손 간소화법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의결됐다. 그동안 실손 간소화법이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진전이다. 아직 본회의 등이 남아있지만 실손 간소화법은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법이 국회 문턱을 최종적으로 넘어서면 소비자들을 번거롭게 했던 ‘종이서류 발급’ 번거로움이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회 정무위가 열렸던 이날에도 반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법 폐기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회 문턱 ‘절반’ 넘었다...실손 간소화 ‘가시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 5월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의결된 바 있다. 이제 실손 간소화법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 등을 거치면 정식 법안으로 채택된다.

지난달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에는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데이터를 관리할 ‘중계기관’ 선정을 추후 시행령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험업계와 의료계간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또 중계기관 없이 직접 전송하는 것을 포함해 전송 방식까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실손 간소화란 병원과 환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 후 별도의 서류 제출없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 간소화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집적,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며 14년간 반대해 온 상황이다. 이에 실손 간소화 관련법들은 지난 14년간 꾸준히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왔다. 

또 국회의원들도 이 개정안이 ‘진료비’, ‘보험금’ 등 사회적 이슈와 맞닿아 있어 법안 통과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져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2021년 4월 금융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 등 소비자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실손보험 미청구 이유 등을 설문했다. [자료 코리아리서치]

실손 간소화가 국회 본회의까지 넘어서면 현재 3900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2021년 4월 실시된 시민단체 설문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 포기 경험은 절반(47.2%) 수준에 달했고 이유는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와 증빙서류를 보내는 일이 귀찮아서(23.5%) 등이 꼽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청구된 보험금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가입자들이 귀찮음을 이유로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 액수를 모두 더하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반대 여전..."보이콧 불사"

보험사들은 이번 실손 간소화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보험사가 수천억원의 낙전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실손 간소화를 원하는 것은 그만큼 서류 청구와 관련된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많은 만큼 청구량도 어마어마하다”며 “청구작업을 데이터화하면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보험업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 [사진 연합뉴스]

한편 이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통과 시 데이터 전송 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 간소화로 집적한 환자 데이터를 통해 보험금 미지급, 보험 가입 거절 등에 나설 것이라며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실손 간소화법이 통과돼더라도 ▲환자·의료기관이 방식을 선택해 직접 전송하는 것을 법안에 명문화 ▲전송대행기관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개발원 제외 ▲보험금 청구 방식·서식·제출 서류 간소화 ▲전자적 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 자기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날 실손 간소화법에 반대표를 던진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보험회사가 보험료 지급을 이유로 획득한 정보는 오직 해당 목적으로만 쓰게 하고,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인의료정보의 직접 활용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것도 못 하게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간소화법이 통과돼도 중계기관 선정이나 청구 방식 등 세부 과제가 많다”며 “의료계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양 업계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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