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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로 뜬 모더나, ‘암백신’ 개발 뛰어든 이유

[백신도암 치료제가 된다]②
단백질 발현 RNA 물질 체내 투입해 면역 반응 유도
암백신 개발에도 적합…“2030년 암백신 선보일 것”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기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가 암백신을 개발한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은 앞다퉈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을 제치고 코로나19 백신을 시장에 내놓은 기업은 모더나.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을 연구해 온 미국의 바이오 기업이다.

m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정보가 단백질이 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 몸이 항원을 생성하게 만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다. mRNA 기술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표적 항원을 쉽게 변경할 수 있어 연구개발(R&D) 속도가 빠르다. 표적 항원이 바뀌어도 기존 생산 공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절차도 짧다는 강점이 있다.

코로나19가 기회로…독일의 바이오엔텍 추격 

mRNA 기반 치료제가 그동안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이유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새로운 모달리티인 만큼 오랜 기간 이 기술로 개발된 약물이 치료 효과를 잘 내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mRNA 기업들에 코로나19는 기회가 됐다. 어느 때보다 백신과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하는 게 목적이 되면서 mRNA를 실제 환자에 대규모로 투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mRNA로 다른 치료제를 개발하던 모더나가 급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사는 결국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공급하며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문제는 mRNA로 어떤 약물을 더 개발할 수 있느냐다. 세계 각지에서 유행했던 코로나19는 사그라들었고 최근까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들은 속속 ‘백기’를 들었다. 이제 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봤자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모더나가 mRNA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선택한 분야가 ‘암백신’이다. 이 회사의 폴 버튼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올해 4월 영국 매체를 통해 “5년 내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내놓을 것”이라며 “암과 심혈관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에 대한 백신도 2030년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모더나가 이른 시일 내 암백신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한 건 최근 발표한 임상 결과 덕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와 자사 약물을 원발성 흑생종 환자들에게 병용 투여하는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약물을 병용 투여한 환자들은 키트루다만 투여한 환자들보다 피부암이 다시 발생하거나 사망하는 비중이 44% 정도 적었다.

모더나는 올해 6월 더 발전된 연구 결과로 전 세계 암 연구자들 앞에 섰다. 이 회사가 최근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SCO)에서 공개한 발표에 따르면 키트루다와 모더나의 암백신을 병용 투여한 환자들의 피부암 악화 가능성은 키트루다만 투여한 환자들보다 65%가량 줄어들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임상 3상에 진입하는 한편, 폐암으로 이 암백신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검토할 계획이다.

독일의 바이오엔텍도 mRNA 기반 암백신을 개발하며 모더나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바이오엔텍은 스위스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오토진 세부메란이라는 물질을 암백신으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이 후보물질과 로슈의 티센트릭을 췌장암 환자에게 병용 투여했을 때 좋은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바이오엔텍과 제넨텍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토진 세부메란과 티센트릭을 모두 투여받은 환자들의 절반가량이 새로운 형태의 면역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반응을 보인 환자군은 반응이 없었던 환자들보다 질환이 재발하지 않거나 생존한 기간이 더 길었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로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두 약물을 투여하고 18개월이 지난 환자들이 재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그릿스톤바이오도 주목받는 mRNA 암백신 개발 기업이다. mRNA 기반 암백신은 환자의 면역 반응을 자극해 암세포를 사멸하도록 하는 원리인데, 그릿스톤바이오는 기존 면역 요법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전이성 결장암을 대상으로 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에는 병용 요법으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결과를 받는 게 목표다.

mRNA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신속성’을 앞세웠던 만큼 암백신을 개발하면서도 빠른 개발 속도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1년 만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고, 암백신 완성 시기도 7년 후로 잡은 상황이다. 모더나가 특정 질환에 대한 암백신을 개발하면 이후 새로운 항원을 발굴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데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mRNA 기반 암백신의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mRNA 암백신은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의 수도 적을뿐더러, 오랜 기간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조사한 연구 결과도 적다. mRNA 기술의 특성상 초저온 설비가 들어서지 않은 지역에는 치료제를 공급할 수도 없다. 해당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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