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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투약에 5억짜리 항암제? ‘저렴한 암백신’에 꽂힌 의사 출신 CEO [이코노 인터뷰]

[백신도 암 치료제가 된다] ③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 인터뷰
암백신 정복하는 mRNA 기업들…안전성·비용 등 한계도
치료비용 비싸면 환자 못써…“저렴한 암백신 개발하고파”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암백신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mRNA 기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가 mRNA 암백신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어서다. 모더나는 2030년까지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는 암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세계 각지의 바이오 기업들도 mRNA 암백신 개발에 뛰어든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도 mRNA 암백신 등 항암 분야 성과를 들고 온 기업들로 북적였다.

암백신은 암세포의 항원을 환자에게 투여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식의 암 치료제다. 백신처럼 면역세포를 학습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기술이라 ‘암백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암 치료에 많이 쓰이는 화학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를 사멸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암백신은 면역세포가 돌연변이인 암을 스스로 공격하게 만들어 이런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항암 치료에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에게 암백신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전성도 암백신의 강력한 장점 중 하나다.

암백신 핵심은 안전성…치료제 개발 뛰어들어 

경기 하남의 현대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난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도 “의료현장에서 암백신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안전성”이라며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몸에 다른 이상이 나타나는 등 항암 치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매우 적어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암백신은 쉽게 말하자면 환자들이 웃으며 진료받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약물”이라며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면역원성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암백신의 안전성에 주목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상교수로 일하다 미국 머크(MSD) 한국 지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쳐 2018년 애스톤사이언스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암백신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다양한 형태의 암 치료제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과학적으로 뛰어난 약물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치료제 가격만 수억원에 달하는 항암제를 실제 쓸 수 있는 환자가 몇이나 되겠냐”며 “애스톤사이언스는 더 많은 환자에게, 저렴한 치료제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mRNA는 유망한 기술이지만, 이 기술로 허가받은 암백신은 현재 없다. mRNA 암백신을 투여한 환자도 많지 않고,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한 환자의 수도 적다. 암백신은 코로나19 백신처럼 건강한 사람이 아닌, 투병 생활로 몸이 약해진 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mRNA 암백신은 맞춤형 치료제로 만들어지다 보니, 개발 비용과 치료제 가격 모두 높을 공산이 크다. 초저온 설비를 통해 유통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mRNA가 좋은 암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애스톤사이언스는 더 많은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플라스미드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기반으로 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플라스미드 DNA는 DNA를 체내 투입하기 위해 플라스미드라는 유전 물질에 DNA를 넣은 것이다. mRNA 백신과 같은 유전자 백신의 일종으로, 안전하고 뛰어난 백신 개발 방법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플라스미드 DNA 암백신은 17년 전 암백신을 투여받은 환자가 현재까지 별다른 치료 없이 생존해 있을 만큼 안전하다”며 “긴 항원을 넣기도 적합해, 그만큼 찾아낼 수 있는 항원의 수도 많다”고 설명했다.

애스톤사이언스가 플라스미드 DNA로 개발한 여러 파이프라인이 현재 글로벌 임상에 진입해 있다. 사람상피세포인자수용체 2형(HER2) 저발현 삼중음성 유방암과 HER2 양성 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ST-301는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후보물질이다. 애스톤사이언스는 현재 미국과 대만 등에서 AST-301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승인받은 표준치료제와 애스톤사이언스의 암백신을 병용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유방암 환자가 대상인 파이프라인은 2025년이나 2026년 연구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라스미드 DNA 기반의 또 다른 암백신 후보물질 AST-201은 난소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애스톤사이언스는 현재 이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하반기 AST-201의 임상 2상에 진입하고, 파이프라인 진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난소암은 희귀암종이라 연구 결과가 잘 나온다면 임상 설계와 결과 등을 바탕으로 규제기관과 논의해 신속 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스톤사이언스가 플라스미드 DNA 기반 암백신만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암백신 후보물질 AST-021p는 항원의 길이가 짧은 펩타이드를 활용했다. 표적 암종에 따라 개발 방향을 다르게 정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백신은 항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굴한 항원에 따라 적절한 전달체를 사용해야 한다”며 “전달체를 고집하면 이 전달체에 항원을 맞춰 주객이 전도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파이프라인별 항원에 맞춰 플라스미드 DNA와 펩타이드 등 유연성 있게 전달체를 선택하고 있다”며 “질환마다 치료제 개발의 방향은 다 다르다”고 했다.

애스톤사이언스는 mRNA 기술을 활용한 암백신으로도 파이프라인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mRNA 기술 기업을 인수해 이 기업에 애스톤사이언스의 항원결정기(에피토프) 기술을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지역 내 mRNA 기술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비롯한 R&D는 mRNA 기술 기업이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mRNA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물질을 우리 몸에 잘 주입하는 기술과, 실제 mRNA 기반 약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경험과 설비를 갖춘 기업을 찾아 mRNA 암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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