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 안 따지는 대출자들…불붙은 연체율에 ‘기름 붓네’
[다시 확대되는 가계대출] ②
고금리에 가계대출 재확산…연체율 상승 장기화 불가피
기업대출 연체율도 급등…‘이자보상배율’은 반토막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가계대출 재확대 속 연체율 상승이 금융권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금융사들은 부실 채권을 미래 상각·매각하면서 연체율 상승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자들은 빚을 갚기보다 오히려 늘리고 있어 연체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고금리에도 빚내는 대출자들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를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DSR는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DSR가 높으면 소득에 비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 부문 DSR는 1년 전보다 0.8%p 높아졌는데 이는 호주(1.2%p 상승) 다음으로 가파른 속도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한국의 DSR는 지난해 말까지 1.4%p 높아지면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조1000억원(0.2%) 늘었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266조9000억원(16.7%)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높아졌다. 현재 3.50%인 기준금리는 2019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1.25%)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은행권, 연체율 더 오르기 전에 부실 털고 간다
한은이 발표한 ‘2023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 말에 0.29%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0.85%, 저축은행은 5.1%까지 상승해 이들의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 채권으로 여겨지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에 은행권이 0.28%로 낮은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은 4.64%, 상호금융이 2.94% 등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연체율 상승을 대비해 부실 채권을 정리 중이다. 은행은 연체가 3개월 이상 된 대출 채권을 부실대출인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다. 또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상각하거나 싼 가격에 자산 유동화 전문 회사 등에 매각한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부실 채권을 2조2130억원어치 상각 및 매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907억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규모이며 지난 1년간 정리한 총 부실채권 2조271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대규모 채권 정리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건전한 대출만 들고 가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기업들, 빚 갚느라 휘청...부실 우려 확산
은행들은 부실 채권 정리에도 하반기 대출 연체율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갈수록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조달비용이 확대되면 대출 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0%로 전월 대비 0.14%p 상승했다. 전월에도 0.12%p 오른 바 있는데 상승세가 더 강해졌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의 금리가 인상되면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인다.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83%, 기업대출은 연 5.20%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연 12.24%. 새마을금고는 연 6.39%다.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부실 우려도 높아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평가데이터와 함께 1612개 상장사의 지난해 재무 상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4.2% 감소했다. 이중 대출 이자 비용이 31.9% 증가한 14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자보상배율(기업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은 2021년 10.1배 대비 지난해 말 5.1배로 줄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이 반토막 났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도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대출은 총 39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가계대출 증가액 4조2000억원 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이에 앞으로도 기업 이자비용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1.49%로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의 0.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향후 기업 부문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이 상승하고 신용손실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 대출 이자가 상승하며 대출자들 중 중저신용자들의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회복 조짐도 보이지 않아 은행들은 더욱 이런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충당금 적립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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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빚내는 대출자들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를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DSR는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DSR가 높으면 소득에 비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 부문 DSR는 1년 전보다 0.8%p 높아졌는데 이는 호주(1.2%p 상승) 다음으로 가파른 속도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한국의 DSR는 지난해 말까지 1.4%p 높아지면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조1000억원(0.2%) 늘었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266조9000억원(16.7%)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높아졌다. 현재 3.50%인 기준금리는 2019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1.25%)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은행권, 연체율 더 오르기 전에 부실 털고 간다
한은이 발표한 ‘2023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 말에 0.29%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0.85%, 저축은행은 5.1%까지 상승해 이들의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 채권으로 여겨지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에 은행권이 0.28%로 낮은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은 4.64%, 상호금융이 2.94% 등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연체율 상승을 대비해 부실 채권을 정리 중이다. 은행은 연체가 3개월 이상 된 대출 채권을 부실대출인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다. 또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상각하거나 싼 가격에 자산 유동화 전문 회사 등에 매각한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부실 채권을 2조2130억원어치 상각 및 매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907억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규모이며 지난 1년간 정리한 총 부실채권 2조271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대규모 채권 정리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건전한 대출만 들고 가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기업들, 빚 갚느라 휘청...부실 우려 확산
은행들은 부실 채권 정리에도 하반기 대출 연체율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갈수록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조달비용이 확대되면 대출 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0%로 전월 대비 0.14%p 상승했다. 전월에도 0.12%p 오른 바 있는데 상승세가 더 강해졌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의 금리가 인상되면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인다.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83%, 기업대출은 연 5.20%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연 12.24%. 새마을금고는 연 6.39%다.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부실 우려도 높아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평가데이터와 함께 1612개 상장사의 지난해 재무 상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4.2% 감소했다. 이중 대출 이자 비용이 31.9% 증가한 14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자보상배율(기업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은 2021년 10.1배 대비 지난해 말 5.1배로 줄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이 반토막 났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도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대출은 총 39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가계대출 증가액 4조2000억원 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이에 앞으로도 기업 이자비용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1.49%로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의 0.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향후 기업 부문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이 상승하고 신용손실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 대출 이자가 상승하며 대출자들 중 중저신용자들의 연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회복 조짐도 보이지 않아 은행들은 더욱 이런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충당금 적립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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