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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 벌고도 기부금 비공개…흑자전환에도 기부금 삭감[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기부금으로 본 외국계 기업의 두 얼굴]⑦
기부금 내역 자체 공개 않는 외국계기업 25곳
기부금 1억원 미만 ‘찔끔’ 기업도 20곳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지난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기부금 자체를 공개하지 않은 주요 외국계 기업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부금이 자발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대규모 이익을 보면서 기부금에 대한 정보 자체를 알리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기업 중 일부는 흑자 전환 시기에 기부금을 대폭 삭감했으며, 연간 기부금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안팎에선 “외국계 기업에 기부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기부금을 지속 줄이고 기부금 내역을 비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내의 디올과 루이비통 매장 모습. [사진 김채영 기자]

국내 소비자는 봉?…기부금 비공개 외국계 기업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이 국내 주요 외국계 기업의 영업이익과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외국계 기업 25곳은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등에 기부금 내역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기업은 루이비통코리아로 지난해 무려 4177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감사보고서에서 기부금은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 오비맥주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3617억원 이상이었지만, 기부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코리아도 작년 영업이익은 861억원이었는데, 기부금 지출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려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기부금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흑자 전환 시기에 기부금을 대폭 줄인 기업도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1년 영업손실 80억6200만원을 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 1847억94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기부금은 142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쌤소나이트코리아도 기부금에 인색한 외국계 기업으로 꼽힌다. 2021년 영업손실 13억1700억원에서 지난해 196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는데, 이 기간 기부금은 2370만원에서 710만원으로 급감했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2021년 639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294억원을 달성했는데, 기부금은 22억1000만원 수준에서 12억원 정도로 줄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1년 1378억원에서 지난해 4889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는데, 같은 기간 기부금은 28억2900만원에서 10억2800만원으로 63.7% 줄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 기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배당금이 8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해 이익을 냈는데, 기부금은 줄이고 배당금을 높인 것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지분 100%는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배당금 전부가 해외에 있는 법인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라는 얘기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이자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에쓰오일의 영업이익과 기부금도 정반대로 흘렀다. 에쓰오일 영업이익은 2021년 2조1388억원에서 2022년 3조4026억원으로 증가했는데 기부금은 177억3300만원에서 70억53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에쓰오일 배당금은 4424억원에서 6404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초에 이른바 ‘난방비 폭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해 정유 사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일부 석유화학업체들이 난방비 지원을 위해 기부금을 내놨을 때도, 에쓰오일의 기부금 규모가 가장 작았다. 다른 석유화학업체들이 100억원 넘게 기부금을 냈는데 에쓰오일 기부금은 10억원에 그쳤다. 

이 외에도 같은 기준 한국토요타자동차는 1년 새 영업이익이 43.1%(378억원→541억원) 증가했는데, 기부금은 4.8%(10억2310만원→9억7380만원) 줄었다. 한국쓰리엠은 1년 새 영업이익이 40.5%(1317억원→1850억원) 늘 때 기부금은 49.5%(2억2630만원→1억1430만원) 감소했다.노무라금융투자도 영업이익이 28.4%(538억원→691억원)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20.4%(2230만원→1780만원) 줄었다. 한국로렉스는 영업이익이 13.8%(287억원→327억원) 상승할 때, 기부금은 67.7%(12억3800만원→4억원) 하락했다. 


기부금 1억원 미만 기업에 “생색내기용 기부금” 지적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억원 이상인데 기부금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계 기업은 20곳으로 조사됐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크리스챤디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37억원에 달했는데, 기부금 항목으로 쓰인 금액은 1620만원에 불과했다. 히로세(HRS)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924억3700만원이었는데, 기부금은 3350만원에 그쳤다. 인텔코리아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이 228억원을 넘었는데, 감사보고서에 기부금은 따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기부금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억원 이상인데 기부금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노무라금융투자(0.03%), 한국이네오스스티롤루션(0.03%) 등이다. 괄호 안은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아래도 동일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00억~500억원 미만인 외국계 기업 중 기부금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 곳은 7곳으로 파악됐다. ▲한국알프스 2530만원(0.1%) ▲유타증권 3550만원(0.07%) ▲타타대우상용차 1920만원(0.07%)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제조 1560만원(0.03%) ▲버버리코리아 1200만원(0.05%) ▲한국호야전자 360만원(0.02%)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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