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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국제회의 유럽 국가·도시가 ‘싹쓸이’ [E-마이스]

ICCA 국가·도시별 국제회의 실적…韓 세계 17위, 서울은 세계 18위
점유율 유럽은 10%p↑ 亞는 하락…“4~5년 뒤 행사 유치 전략 필요”


오스트리아 비엔나 호프부르크(Hofburg) 궁전.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제궁으로 1958년 시설 일부를 컨벤션센터로 전환해 연간 300건이 넘는 국내외 컨벤션 행사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비엔나관광청]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지난해 한국이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표하는 국가·도시별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세계 17위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해 국제회의 162건이 열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3위보다 4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전체 개최 행사 숫자는 2019년(248건) 대비 86건이 줄어 35%의 감소율을 보였다. 감소 폭만 놓고 보면 2019년 대비 2022년 299건이 줄어든 일본(▼57%), 430건 (539건→109건)이 감소한 중국(▼80%)보다 호성적이다. 

전체 시장 점유율도 일본, 중국은 2019년 대비 2~4%포인트(p) 줄어든 반면 한국은 0.09%p 소폭 감소에 그쳤다. 지난해 내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출입국 제한, 항공 노선 감소 등 국가, 도시 간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이 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감소 폭은 작지만 통상 2~3년 전 개최지를 선정하는 국제회의 개최 프로세스를 감안할 때 이전 수준 회복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美 부동의 세계 1위…中은 7위→ 26위로 급락
ICCA는 매년 전 세계 국가와 도시를 대상으로 국제회의 개최 실적을 집계해 순위를 발표한다. 국제회의 기준은 3개국 이상 순회하며 정기적으로 열리는 참가자가 50명 이상의 국제 협회·학회 주최의 국제회의다. ICCA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국가·도시별 국제회의 개최 순위를 발표한 건 2019년 치 결과를 발표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ICCA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국가·도시별 국제회의 개최 순위(Country&City Ranking)에서 1위 국가 타이틀은 미국(690건)이 차지했다. 이전부터 10년 넘게 부동의 1위 타이틀을 지켜온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위기에서도 국제회의 개최지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2위는 스페인(528건), 3위는 이탈리아(522건)가 이름을 올렸다. 2019년 4위(578건)와 6위(550건)였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이전에 근접한 실적을 올리며 독일(484건)과 프랑스(472건)를 제치고 각각 2위와 3위로 올라섰다.

전체 국가별 순위에선 유럽 국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벨기에가 9위로 처음 10위권 이내 진입한 가운데 오스트리아(16→11위), 그리스(21→13위), 스위스(17→15위), 덴마크(21→16위) 등의 순위가 급상승했다. 모두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낮은 순위에 머물던 국가들이다.

지난해 유럽에선 5749건의 국제회의가 열려 6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53%이던 2019년보다 10%p 점유율이 높아졌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19년 23%이던 점유율이 지난해 14%로 10%p 가까이 줄어들었다. 아시아 지역의 국제회의 수요가 유럽으로 고스란히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ICCA는 “고유가와 고환율, 항공노선 복구 지연 등 코로나19 대유행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기구와 협회 본부가 많고 국가 간 이동 시 항공 이외에 차량, 철도 등 대체 수단 이용이 가능한 유럽이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강세에 아시아는 열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이 큰 폭으로 순위가 급락했다. 3년 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중국(7위)은 순위가 26위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올 1월에야 국경 폐쇄 조치를 완화한 데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이전 중국과 함께 10위권 이내에 랭크됐던 일본도 12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ICCA 기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9093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만3269건의 70% 수준에 육박했다. ICCA 측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인 1만500개가 넘는 국제회의가 열렸다”며 “이 가운데 온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행사 포함 직접 대면 방식으로 열린 행사 등 기준에 부합하는 것들만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빈 사상 첫 세계 1위 국제회의 도시 등극

오스트리아 빈(162건)은 2019년 1위와 2위였던 프랑스 파리와 포르투갈 리스본을 제치고 세계 1위 도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위는 리스본(144건)과 3위 파리(134건)에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133건)와 체코 프라하(129건), 마드리드(128건), 독일 베를린(113건)이 뒤를 이었다.

유럽의 강세는 도시 순위에서도 이어졌다. 유럽은 상위 20위권 안에 18개 도시가 진입하며 절대 우위를 과시했다. 상위 20위권 이내에 진입한 비유럽권 도시는 싱가포르(13위)와 서울(18위)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싱가포르와 서울 외에 일본 도쿄와 태국 방콕, 대만 타이베이 5개 도시가 20위권 이내에 포함됐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은 2019년 28위에서 단숨에 9위(108건)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리스 아테네(17→8위), 핀란드 헬싱키(29→16위), 노르웨이 오슬로(35→17위), 이탈리아 밀라노(32→18위)도 순위가 급상승하며 유럽 강세 분위기를 주도했다.



국가별 순위 1위인 미국은 도시 기준에선 52위인 보스턴(35건)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도시 순위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시애틀과 시카고, 워싱턴, 올랜도 등 무려 34개 도시가 순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IT·전자박람회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12건으로 스위스 바젤 등과 함께 공동 164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도시 순위에선 싱가포르(101건)가 1위, 서울(66건)이 2위를 차지했다. 2019년 서울보다 위에 있던 방콕(50건)과 도쿄(39건)는 각각 32위, 41위로 순위가 급락했다. 코로나19 이전 22위였던 베이징은 19건으로 107위까지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국내 도시 중에선 제주(27건)가 세계 74위, 부산(17건)이 118위, 대구(11건)는 173위, 대전(8건)은 223위, 인천(6건)이 292위, 경주(5건)가 326위를 기록했다.

하홍국 한국마이스협회 사무총장은 “대다수 국제회의가 2~3년 전 개최지를 선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지역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긴 호흡을 갖고 지금부터 4~5년 뒤 열리는 국제회의를 국내로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본부 [사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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