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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은행 금융사고…내부통제 해법은?

[은행 '횡령의 시대' 언제까지]③ 사건·사고 온상지 된 은행
‘보여주기식’ 대책 난무…“전관예우식 감사 선임 관행 바꿔야”

시민들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지난 몇 년간 주요 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횡령 등 내부통제 관련 문제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은행권에 자성적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도 중요하지만 직원 교육 강화, 감사제도 개선 등 현장에서 바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직원 교육 부재”…전관예우식 감사 선임도 도마 위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한 간부급 직원이 지난 15년 동안 약 562억원을 횡령한 사건을 발견한 뒤 자구책으로 ▲순환근무 준수 ▲감독기능 확충 ▲내부통제분석팀 신설 ▲예방 및 윤리교육 강화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의 이번 횡령 건은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과 비슷하게 장기 근무자의 불법 행위였다. 이에 BNK금융지주(138930)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장기 근무자 100명 중 70명을 대상으로 인사발령을 내렸다. 해당 인력들 중 본점 직원은 5년 이상, 영업점 직원은 3년 이상 동일 업무를 맡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장기 근무자들은 올 연말 정기 인사 때 타 부서 이동이 예정됐다. 

BNK경남은행에서 한 간부급 직원이 15년간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은행 측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8월 3일 예경탁 은행장이 이에 사과했다. 사진은 사과문 읽는 경남은행장. [사진 경남은행 제공]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횡령 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사의 순환근무 준칙과 명령 휴가제 등을 이행하도록 한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최근까지도 이 방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이런 조치들이 오래전부터 은행권에서 진행돼 온 만큼 사고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은행권은 직원이 서류를 조작하거나 횡령 자금을 가족법인 계좌에 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을 시도하면 횡령 사실을 적발하기 매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아무리 가동해도 직원들의 비윤리적 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에도 거액의 횡령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직원 윤리 의식 고취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은 우선 직원 교육이 부재한 탓”이라며 “단순히 윤리 교육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 교육을 강화해 한 번의 사건 사고가 은행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 교육 외에도 감사 위원 선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다수의 은행은 금융당국 출신을 감사위원에 선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상임감사위원도 모두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은행에서는 금융당국 출신을 상임감사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 왔다. 상임감사는 은행 전반의 감사 업무를 볼뿐 아니라 경영진 견제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감원 출신으로만 감사자리를 채우면서 내부통제보다 ‘당국과의 소통’을 더 신경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감사의 의미 자체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으로 감사를 선임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면서 은행 간의 경쟁”이라며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선임되는 이유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금융당국 출신들이 은행 감사자리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관예우를 목적으로 선임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당국, 법 개정 통해 CEO에도 책임 묻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월 10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 업무협약식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당국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사 대표이사도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개선의 골자는 금융사고 대응을 위해 임원 개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CEO나 사고가 발생한 해당 부서 책임자는 내부통제 제도 도입을 이유로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제도의 ‘마련의무’를 넘어 ‘관리의무’까지 법에 추가하면 CEO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EO 제재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8월 10일 “은행권 핵심 업무 관련 사고와 관련해 법령상 최고 책임을 묻겠다”며 “최대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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