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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보다 ‘이것’…유커, 장바구니 달라졌다

[유커가 돌아온다] ②
명품·화장품 인기 한풀 꺾이고, K패션 날개
대량 소비서 취향 소비로…바뀌는 패턴

6년여 만에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속속 입국하고 있다.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서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면세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앞다퉈 중국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상품을 확대하고 통역 전담 인력을 갖추는 등 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遊客)의 장바구니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유커가 쓸어 담던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나 화장품의 인기는 한풀 꺾이고, 이젠 K패션 브랜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패션 브랜드가 유커의 쇼핑 필수품목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달라진 유커에…주력 품목 바꾸는 면세점

실제로는 어떨까. 지난 8월 24일 오후 5시 30분께 찾은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대형 관광버스에서 3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줄줄이 내렸다. 전날 중국 석도에서 인천까지 카페리를 타고 온 단체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MLB’ 매장. 같은 층의 루이비통·샤넬 등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이 한산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10여 명의 관광객은 전시된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직원들에게 가격을 물었다. 매장에서는 붐비는 인원 탓에 입장 인원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었다. 

한 관광객은 “중국에도 한국 브랜드가 있지만, 한국엔 품목들이 더 다양해서 좋다”면서 “국내 연예인들이 자주 착용한 제품들이 있어 몇 개 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매장 직원들도 6년 5개월 만의 단체관광객 맞이에 분주했다. MLB 매장 직원은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면서 “전날에 이어 앞으로도 방문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있다”고 했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앞에 중국어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서도 유커들의 장바구니에 전반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일부 고가 명품 브랜드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가성비 높은 중저가 패션 브랜드와 잡화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8월 28일 명동 본점 기준 국내 패션 브랜드 매장 매출 신장률은 전월 대비 35.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변화가 더욱 확실하게 두드러진다.

당시만해도 유커들의 쇼핑목록 1순위는 명품과 화장품이 독보적으로 꼽혔다. 코로나19 유행 직후인 2020년 1월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 비중은 화장품·향수(71.8%), 패션·잡화(13%) 등이었다. 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직전인 2017년 1월 화장품·향수(59.3%), 패션잡화(17.9%) 등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유커 방한이 본격화되면 화장품 비중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대신 패션 브랜드 비중이 커지고 개별관광객인 싼커족의 등장으로 헬스케어, 건강식품 등과 같은 잡화 부문의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명동에 위치한 국내 의류 매장을 찾는 중국인 숫자도 회복세가 확연하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스파오 명동점의 경우 이달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스파오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뿐 아니라 타 국가 외국인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량구매 소비행태를 보이는 유커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취향 소비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면서 “스마트 기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싼커의 발길이 늘어난 것도 쇼핑 품목 다양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커들의 장바구니에 ‘K패션 제품’들이 1순위로 담기면서 면세점들도 주력 품목을 바꿔나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기존 유명브랜드에 더해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K패션·뷰티 신진 브랜드의 입점을 추진 중이다. 중국 위챗 등을 통한 홍보도 나섰다.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실속구매, 스마트한 쇼핑을 즐기는 이들에 맞춰 면세점 브랜드도 시시각각 변화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동대문에 위치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중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서 단체 관광객 전용 데스크와 VIP 라운지를 시내 면세점에 설치할 예정이다.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 관광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각국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새 모델을 기용하고, 팬미팅 등 이벤트를 열어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내 MLB 매장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20만명 온다”…유커 경제효과 이르면 4분기부터


업계는 빠르면 4분기부터 유커로 인한 경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중국인 단체 관광 허용에 따른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4분기 유커는 220만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제고효과는 0.06%포인트(p)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또 중국 3대 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 연휴 기간에 본격적인 관광객 회복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 4분기 85% 정도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체 비자 허용 후 중국 여객선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4분기부터 면세점과 기업들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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