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투자 핵심 CVC…루닛도 도전장
약 403억원 들여 CVC 설립
신기사·창투사 형태, 내부 검토 중
유관 기업 투자하고 M&A 매물 탐색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루닛은 2026년 상반기까지 약 403억원을 출자해 CVC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루닛은 CVC를 통해 인수합병(M&A) 매물을 물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 8월23일 이사회를 열고 2018억72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를 통해 신주 185만7150주를 주당 10만8700원에 발행하게 된다. 유상증자 직후 보통주 1주당 1주를 부여하는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루닛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402억6000만원은 신규법인 CVC 설립에 사용한다. 루닛은 해당 CVC 법인명을 ‘Lunit CVC(가칭)’으로 지었다. 추후 CVC 사명은 변경될 수도 있다.
CVC 유형은 신기사와 창투사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 창투사의 경우 납입자본금이 20억원 이상이면 되지만, 금융회사나 창투사 계열사 등에 투자하지 못하는 등 투자대상이 제한적이다. 신기사는 납입자본금이 100억원 이상이어야 하므로 자금부담이 크지만, 창투사보다는 투자대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점이 있다.
루닛 관계자는 “아직 CVC 설립 논의를 하는 초기 단계”라면서 “CVC 설립 유형은 창투와 신기사의 형태가 각각 달라 어떤게 더 이점이 있는지 따져 내부적으로는 검토 중이고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CVC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회사는 CVC를 통해 재정적 수익과 더불어 시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이나 제품의 동향 파악, 새로운 시장 진출, 잠재적인 인수 기업 파악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루닛의 CVC 설립을 위한 출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한다. 출자 계획을 살펴보면 ▲2024년 상반기 120억7800만원 ▲2025년 상반기 132억8600만원 ▲2026년 상반기 148억9600만원 등이다.
추후 루닛은 CVC를 통해 글로벌 의료 AI스타트업 투자와 공급사슬 내 유사 스타트업 발굴 등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루닛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사업 확장을 위한 무형자산(신약후보물질)을 취득하겠다고도 밝혔다.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루닛의 최종 목표다. CVC를 통해 신약과 관련한 기업 M&A나 관련 스터디 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루닛 또한 “의료 AI 플랫폼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신기술 및 신시장 탐색을 통한 혁신과 기업가치 창출 전략 기반으로 CVC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AI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CVC운영은 회사의 중장기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으며 중장기 M&A를 위한 사전 스터디 및 매물 검토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CVC는 바이오산업 분야 VC 거래의 핵심 축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CVC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VC 전체 거래의 35%를 차지한다.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는 노바티스벤처펀드(NVF)를 운영하면서 지난 7월 ‘DTx Pharma’를 인수하는 등 플랫폼 역량을 강화한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국내 바이오 회사들 또한 CVC를 설립해 바이오 투자에 나섰다. 올해 3월 대웅제약은 대웅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대웅인베스트먼트는 대웅제약 뿐만 아니라 한올바이오파마, 대웅바이오 등 그룹사 전체 연구개발(R&D)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투자(SI)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동아쏘시오홀딩스는 NS인베스트먼트, 종근당은 CKD창업투자, 광동제약은 KD인베스트먼트, 경동제약은 킹고투자파트너스, 한독은 이노큐브, 동구바이오제약은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회사를 설립해 바이오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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