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전락한 생숙…“숙박업 의무화 소급적용은 재산권 침해”
주산연-강대식의원, ‘생숙 당면문제와 제도 개선방안 세미나’ 개최
10월부터 매년 공시가 10% 강제금 부과…“규제 후 건축허가 분부터 적용해야”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오는 10월 14일부터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불법건축물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 규제 이전에 분양받은 생숙까지 소급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주택산업연구원은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강대식 국토교통위원회 의원과 공동으로 ‘생활형숙박시설 당면문제와 제도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활용 중인 생숙을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지만 주거기능을 하고 있는 고시원, 오피스텔, 노인복지주택도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시대적 여건 변화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류형 주거시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구조에 호텔 서비스 갖춘 생숙, 文 정부때 각광받아
생숙은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형 구조로 주거와 숙박의 중간적 성격을 갖추고 있다. 임대업과 숙박업이 모두 가능하고 개별등기와 전입신고를 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이어 생활숙박시설에까지 투자 수요가 옮겨붙으면서 아파트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았다.
이에 정부는 투기를 막겠다며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생숙을 숙박용도로 사용할 경우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소급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신고 시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분양공고에서 ‘주택 사용이 가능하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할 경우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경우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준 뒤 오는 10월 14일까지 용도 변경을 미이행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생숙의 용도 변경과 관련해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용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상업지역, 녹지지역 등을 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령인구 유발에 따른 학교 추가 확보, 공공서비스 등 기반시설 문제도 있다.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려 해도 발코니 설치 제한, 전용면적 85㎡ 초과 바닥난방 불가, 세대당 1대 이상 주차장 확보 등 오피스텔 건축기준과 주차시설, 설계 변경,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한다.
생숙의 주택‧오피스텔 용도 변경, 현실적 어려움 커
김지엽 교수는 “현실적으로 주택이나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분양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투자이민제를 근거로 생숙을 매입한 외국인에게도 국가정책 신뢰도 하락과 외국자본 유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법률 불소급의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석호영 명지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도 “생숙 규제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부진정소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급적용을 배제해서 헌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과 신뢰 보호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규제적용은 시행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시 가격에서 10%씩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소유자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지는 종합토론에는 이명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장의 사회로 김상겸 동국대학교 교수, 홍경구 단국대학교 교수, 김진유 경기대학교 교수,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정부는 생숙 규제 완화는 형평성 문제로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숙 용도 변경을 위한 발코니, 주차장 등 건축요건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취사가 가능한 숙박업을 위한 취지인데 실제로는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에 주택 확보 수단으로 쓰여 이 과정에서 주차장 요건, 학교 부지 등 공공 부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실거주 또는 실제 피해자에 가까운 분들에 대해 구제나 지원 방안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법 지키는 사람은 다 바보냐, 시간이 지나면 합법화 해주는 거냐’ 등 형평성 문제가 있어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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