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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대명사’ 게임사가 변했다…너도나도 ‘소통’ 강조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게임사들]①
금강선 디렉터의 남다른 소통 행보…게임사 자극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먹방' 모습 [사진 넥슨]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과거 ‘불통’의 대명사였던 국내 게임사들이 최근 유저 소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변하게 했을까.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21년 벌어진 ‘트럭 시위’ 열풍과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유저 소통 행보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국내 게임사들이 유저와의 소통을 완전히 등한시했던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했으며, 여러 루트로 유저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문제는 유저들의 체감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게임사들이 일방적으로 게임 패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패키지 게임 시절에는 이런 방식이 큰 문제가 없었다. 당시의 패치는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추가 서비스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련 커뮤니티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토론의 장이자 정보 공유의 장이 된 지금, 유저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패치를 단행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특히 PC 온라인게임 시대를 거쳐 모바일게임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저와의 소통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현재 모바일게임의 경우 매일 매출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성공한 패치를 통해 매출 순위가 크게 오를 수도, 잘못된 패치로 매출 순위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얼마만큼 잘 수용하느냐다. 
 
‘확률 조작’ 논란 메이플스토리, 유저 소통 강화로 민심 회복

사실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게임사들이 유저들의 피드백을 잘 수용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잘못된 업데이트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게임사들은 ‘사과문’ 올리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부터 게임업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유저들이 온라인에서 항의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트럭’을 보내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한번 시작된 ‘트럭 시위’ 열풍은 수많은 게임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수많은 언론과 대중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게임사들의 불통 행보가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

게임사들이 유저 소통을 강화하게 된 또 다른 계기로는 ‘로스트아크’ 금강선 디렉터의 남다른 소통 행보가 꼽힌다.

지난 2021년 12월 열린 온라인 모험가 축제 ‘로아온 윈터’에서 금강선 디렉터는 게임 속 캐릭터인 ‘이고바바’ 인형 탈을 쓰고 깜짝 등장해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등 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금강선 디렉터의 ‘매출 17% 포기’ 발언은 게임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게임 내 ‘골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이후에도 금강선 디렉터는 유저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이어 나갔고, 메인 디렉터의 적극적인 소통에 감동한 유저들은 자발적 기부 릴레이로 이에 보답했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발사지만 게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쪽은 유저들이다.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서 게임 내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게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금강선 디렉터가 유저들에게 ‘빛강선’으로 불린 것도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스트아크식 소통은 다른 게임사들에도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 실제로 로스트아크가 소통을 강화한 이후 다른 게임사들도 유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유저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던 일부 게임들까지 빠르게 민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금강선 디렉터 모습 [사진 스마일게이트]

대표적으로 ‘확률 조작’ 논란으로 민심을 잃었던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계속되는 피드백 업데이트와 유저 소통 강화를 통해 빠르게 민심을 회복한 케이스다. 메이플스토리 개발을 총괄한 강원기 디렉터는 지난해 ‘직접 서비스 7000일’을 기념한 깜짝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강 디렉터는 직접 유저들의 질문에 답하며 ‘케이크 먹방’을 진행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해당 방송에는 4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지난 6월에도 강 디렉터는 ‘메이플스토리’를 주력으로 방송하는 여러 인플루언서들을 직접 방문해 유저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물론 게임사와 유저간 소통이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앞서 소통의 성공 사례로 제시됐던 로스트아크조차 금강선 디렉터가 물러난 이후 소통 부재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선 디렉터가 2022년 5월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 후임으로 들어온 3명의 디렉터는 금강선 디렉터만큼의 소통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진행된 ‘로아온 썸머’에서는 기존 유저를 위한 콘텐츠 업데이트 부진 및 소통 부재로 인해 많은 유저가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로스트아크 측은 긴급 사과 방송을 진행하며 여러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고 행사 진행이 미흡했던 점에 사과했다. 이에도 불구하고 한번 돌아선 유저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해당 사과방송의 경우, 실시간 질의응답 방식이 아닌 일방적 담화문 발표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해당 사건은 금강선 디렉터가 한시적으로 디렉터로 복귀, 유저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며 일단락될 수 있었다. 이는 다시 한번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요즘 유저들은 각종 SNS에 익숙한 만큼,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거리낌이 없다”며 “게임사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유저와의 소통 창구를 점차 늘려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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