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2년 6개월째…“인플레이션, 10년 갈 수 있다”[이코노 인터뷰]
[인플레이션 고착화된다]③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 인터뷰
“금리·물가 하락 기대하고 방심하면 고물가 고착 가능성↑”
“부동산·주식 등 한 곳 쏠림 투자는 지양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민들은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지원금으로 팬데믹을 견뎠다. 하지만 이제는 공짜 지원금의 대가를 치르는 분위기다. 그 사이 물가는 치솟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지출은 늘고 빚은 불어간다. 결국 국민들은 지난 2년간 지원 받은 돈을 다시 뱉어내는 셈이 됐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통화긴축에도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을 정부나 경제 주체들이 안이하게 바라볼 경우 1970년대 발생했던 ‘인플레이션 10년’을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물가가 최근 다소 해소됐다고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낙관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장미빛 기대’가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Q. 현재 물가 상황을 진단한다면?
A. 국민들은 ‘미래에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 같다. 경제 주체들도 물가가 금방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준금리가 곧 인하될 것으로 판단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2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Q.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 감기에 걸린 사람으로 예를 들어보자. 회복 기간이 일주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 당장 알 수 없지만, 현 상태가 한 달 정도 지속되면 폐렴과 같은 고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전보다 체질이 약해진 가운데 느슷한 대응을 할 경우 심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만난 적이 없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너무나 큰 규모의 돈을 뿌리면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이례적이고 독특한 상황이라 여기며 금방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더 고착화될 수 있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노사 모두 임금 협상에서 물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연봉 인상률이 그 기준보다 높거나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높아진 임금은 기업의 상품 가격에 반영되고 그럼 물가는 또 오른다. 오른 만큼 임금도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주요 중앙은행은 아직 그 단계가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잘못된 판단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10년’을 만들 수도 있다.
Q.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높아졌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A. 2%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 오래 유지되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물가가 조금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에 당장 고착화가 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가가 더 오르면 그때는 고착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은 입장은 미 연준과는 조금 다른데,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금리를 추가 인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반면 한국은 수출 고전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 성장률 둔화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도 한은의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현 수준에서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 유출이 강해지고 환율이 지난해처럼 급격히 상승하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분명 높아진다.
Q.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이유는?
A.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에 부채를 늘리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 과거에 나타났던 낮은 금리를 더이상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시장은 초조해진다. 이처럼 추가 금리 인상 없이 현행 금리를 길게 유지하면 국민들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Q. 고물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산 관리 조언을 한다면.
A. 최근 경제 전망 시나리오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물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나 물가 안정이 올 것이란 기대에 따라 한 곳에 쏠림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특정 자산에만 투자하다가 시장 흐름이 반대로 나타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통화긴축에도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을 정부나 경제 주체들이 안이하게 바라볼 경우 1970년대 발생했던 ‘인플레이션 10년’을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물가가 최근 다소 해소됐다고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낙관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장미빛 기대’가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Q. 현재 물가 상황을 진단한다면?
A. 국민들은 ‘미래에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 같다. 경제 주체들도 물가가 금방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준금리가 곧 인하될 것으로 판단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2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Q.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 감기에 걸린 사람으로 예를 들어보자. 회복 기간이 일주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 당장 알 수 없지만, 현 상태가 한 달 정도 지속되면 폐렴과 같은 고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전보다 체질이 약해진 가운데 느슷한 대응을 할 경우 심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만난 적이 없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너무나 큰 규모의 돈을 뿌리면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이례적이고 독특한 상황이라 여기며 금방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더 고착화될 수 있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노사 모두 임금 협상에서 물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연봉 인상률이 그 기준보다 높거나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높아진 임금은 기업의 상품 가격에 반영되고 그럼 물가는 또 오른다. 오른 만큼 임금도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주요 중앙은행은 아직 그 단계가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잘못된 판단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10년’을 만들 수도 있다.
Q.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Q.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높아졌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A. 2%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 오래 유지되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물가가 조금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에 당장 고착화가 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가가 더 오르면 그때는 고착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은 입장은 미 연준과는 조금 다른데,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금리를 추가 인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반면 한국은 수출 고전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 성장률 둔화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도 한은의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현 수준에서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 유출이 강해지고 환율이 지난해처럼 급격히 상승하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분명 높아진다.
Q.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이유는?
A.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에 부채를 늘리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 과거에 나타났던 낮은 금리를 더이상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시장은 초조해진다. 이처럼 추가 금리 인상 없이 현행 금리를 길게 유지하면 국민들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Q. 고물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산 관리 조언을 한다면.
A. 최근 경제 전망 시나리오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물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나 물가 안정이 올 것이란 기대에 따라 한 곳에 쏠림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특정 자산에만 투자하다가 시장 흐름이 반대로 나타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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