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웹툰 해외 IP 또 ‘영상화’ 확정…태국서 ‘섬머 나이트’ 제작
국내 웹툰 IP 넘어 해외 작품도 ‘영상화’ 활발…생태계 경쟁력 입증
아마추어 연재로 시작해 세계서 인기 끈 ‘섬머 나이트’…9800만뷰 돌파
네이버웹툰, 태국 대형 제작사 ‘GMMTV’와 협업…두 번째 드라마 제작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미국·일본·대만에 이어 이번엔 ‘태국’이다.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아마추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태국 작가의 웹툰이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태국에서 연재된 웹툰 ‘섬머 나이트’(Summer Night·ความลับในคืนฤดูร้อน)의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 태국 콘텐츠 제작사 ‘GMMTV’는 이날 2024년 상반기 출시 작품을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드라마 ‘섬머 나이트’의 예고편(Preview)을 최초로 공개했다.
태국 현지에서 발굴된 네이버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드라마가 제작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섬머 나이트’에 앞서 ‘틴맘’(คุณแม่วัยใส)이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 2017년 라인TV·GMMTV에서 방영된 바 있다. 10대 미혼모 이슈를 다룬 해당 작품은 라인TV에서만 누적 페이지 조회수 5000만회를 달성하며 당시 역대 최고 성과를 내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GMMTV와 드라마 ‘섬머 나이트’ 제작으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GMMTV는 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더 원 엔터프라이즈’(The One Enterprise)의 자회사다. 1995년부터 사업을 시작, 현재는 태국 내 대표 콘텐츠 제작사 지위를 구축했다. 이 기업은 네이버웹툰이 태국 사업을 본격화한 2014년 11월 이후로 지속해서 협업 사례를 늘리고 있다.
태국에선 현지 IP의 활용은 물론 국내 작품을 각색해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 국내 IP 중에선 올해에만 ‘내 ID는 강남미인’과 ‘한남동 케이하우스’가 태국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GMMTV는 이 중 ‘내 ID는 강남미인’의 태국 드라마 제작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GMMTV 외에도 다수의 제작사에서 웹툰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 제작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K-팝(POP) 등의 영향으로 한국 작품·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태국 내 콘텐츠 업계서도 웹툰 IP가 부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에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웹툰 ‘섬머 나이트’는 시장성 검증을 마친 IP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2018년 연재를 시작해 2022년 총 190화로 완결된 작품으로, 중국어·프랑스어로도 연재돼 세계 각국의 독자를 만난 바 있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는 9800만회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웹툰 ‘섬머 나이트’의 작가 보란과 요르문간드(Boran & Jormungand)는 해당 작품 완결 후 스핀오프 격으로 웹툰 ‘IVY’를 연재 중이다. IP 자체에 이미 탄탄한 팬덤이 구축돼 있고, 원작과 이어지는 스핀오프 이야기가 현재 진행 중이라 드라마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요인이 충분하다는 게 네이버웹툰의 내부 분석이다.
드라마 ‘섬머 나이트’에 출연하는 배우진 역시 흥행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각관계 학원물 장르에 맞춰 태국 라이징 스타가 캐스팅돼 이목을 끌고 있다. 드라마 ‘섬머 나이트’의 두 남자 주연 배우로 ‘푸윈 탕사큐엔’(Phuwin Tangsakyuen)과 ‘나타차이 분프라셋’(Natachai Boonprasert)이 이름을 올렸다. 푸윈은 2021년 태국 BL(Boy’s Love) 코미디 드라마 ‘피쉬 어폰 더 스카이’(Fish Upon the Sky)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나타차이는 2022년 BL 드라마 ‘내 마음속의 별’(Star and Sky Series: Star in My Mind)에 출연하며 태국은 물론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배우다.
‘흥행 보증수표’ 네이버웹툰 IP…세계서 ‘러브콜’
네이버웹툰은 이번 ‘섬머 나이트’ 드라마 제작이 ▲현지 생태계 구축의 사업성 입증 ▲작가 부가 가치 창출 시스템 안착 등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네이버웹툰은 사업을 세계로 확장하면서 지역별로 콘텐츠 수급이 가능한 자체적인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가 영상화·굿즈(MD) 등 별도 사업을 통해 원고료 이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구조가 세계 시장에 안착하면서 ‘섬머 나이트’와 같은 사례가 지속해 등장하고 있단 설명이다.
업계에선 웹툰 시장이 이제 태동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비교적 국내 IP의 영상화에만 집중됐던 현상이 세계 각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성숙기’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 해외 IP를 기반으로 영상화 제작을 확정한 소식이 속속 공개되는 추세다. 지역도 ▲북미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등으로 다양하다. 대만에서만 5편의 기대작이 공개됐고 ‘콘텐츠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로어 올림푸스(애니메이션) ▲그레모리 랜드(영화) ▲선배는 남자아이(애니메이션) 등의 제작 소식이 나왔다. 올해 10월 기준 네이버웹툰 IP를 활용해 세계 곳곳 제작이 중인 영상화 프로젝트는 약 300개에 달한다.
네이버웹툰 경쟁력 만든 ‘상생 생태계’
네이버웹툰은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대한민국을 ‘웹툰 종주국’으로 만든 기업이다. 2014년부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 현재 영어·중국어(간체·번체)·일본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8000만명이다. 이 중 80% 이상이 해외 이용자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사용자를 순차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독보적인 작가 발굴 시스템이 꼽힌다. 2006년 업계 최초로 국내 시장에 도입한 ‘도전만화’ 시스템을 해외에 접목, 각 국가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꾸렸다.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기 작품을 쉽게 선보이고 독자의 피드백을 즉각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양·동남아 시장에선 ‘캔버스’(CANVAS)를, 일본에선 ‘인디즈’(indies)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작가의 등단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네이버웹툰 창작 플랫폼(스토리테크)에서 활동 중인 프로·아마추어 작가 수는 약 900만명에 달한다.
2023년 1월 기준 캔버스 출신 해외 정식 연재 작가 비중은 ▲인도네시아 82% ▲태국 67% ▲프랑스 59% ▲영미권 54% 등으로 집계됐다. 주요 글로벌 플랫폼에서 정식 연재 중인 현지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캔버스를 통해 데뷔한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셈이다. 태국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된 웹툰 ‘섬머 나이트’ 작가도 캔버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네이버웹툰은 해외 IP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2차 창작물이 많아질수록 ‘원작 역주행’ 등으로 현지 플랫폼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서도 영상화를 통해 플랫폼 신규 유입이 증가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시장을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경우, 방영 후 10일 원작의 조회수·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바 있다. 방영 한 달 전과 비교해 조회수는 121배 늘었고, 거래액은 166배 증가했다. 대중의 관심은 웹툰 ‘마스크걸’의 작가 매미(글)·희세(그림)의 다른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이 기간 ▲팔이피플 ▲위대한 방옥숙의 조회수가 최대 40배 이상 뛰었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사냥개들’ 역시 방영 후 10일간 원작의 조회수·거래액이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194배·347배 증가했다. 현지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이 많아질수록 이 같은 이용자 유입 효과가 극대화, 시장 확장이 가능하리란 게 네이버웹툰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플랫폼보다 작가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상생 구조’를 사업 시작 이후로 지속해 왔고, 이를 진출한 국가에도 적용하면서 현지 생태계를 강화해 왔다”며 “상생 구조를 통해 유망한 창작자 영입은 물론 아마추어 작가 발굴에도 공을 들이면서 ‘해외 IP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 제작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가 원고료 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PPS(Partners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운영, 다양한 노하우를 쌓은 점도 사업 확장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PPS는 초기 9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캐릭터 상품·단행본은 물론 영상·게임·브랜드 협업 상품·공연·음원 등으로 영역을 넓혀 지금은 그 수가 21개에 달한다. PPS로 창출된 누적 수익 규모는 2022년 2조255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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