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데이터로 배달비 묶어…불경기 주문 감소 ‘방파제’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대가 온다]②
배민 ‘알뜰배달’, 쿠팡 ‘세이브배달’ 등 도입…배달 수요 감소 방어
다이내믹 프라이싱 적용 통해 탄력적 할인 도입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최근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배달 및 외식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업계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가격 변동제) 적용을 통해 배달비 인하에 나서는 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이 외식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특히 식당들은 최근 식자재 가격까지 크게 올라 손님은 줄어들면서 비용은 상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 하나하나 전과 비교하면 어느새 조금씩 재룟값이 다 오른 것 같다”며 “가격을 올려야지 생각하다가 손님들이 음식값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겁이 난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불경기로 배달 및 외식업계 시름
코로나19로 활성화된 배달 위주 외식업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외식업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업주와 소비자에 책정하는 배달비에서 소비자 배달비 부분의 인상을 희망하는 반면 이러한 흐름조차 소비자들에게는 물가 상승의 압박이 돼 배달 주문을 주저하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외식업주와 소비자들이 물가 압박을 느끼는 가운데, 배달업계는 업주와 소비자의 고민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월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에 새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선보였다. 알뜰배달은 주문 한 건에 들어가는 배달비의 총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기존 배민1 한 집배달과 동일하게 배민이 직접 배달까지 책임지면서도 동선에 따라 최적묶음 배달을 시행해 식당과 소비자의 배달 비용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배민은 서울 관악구를 시작으로 인천 연수구, 경기도 군포시, 대구 일부 지역에서 알뜰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뜰배달을 이용하면 식당업주는 배달비로 2500~33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배민은 지역별 배달 가격 등을 고려해 이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문 중개 이용료는 배민1, 오픈 리스트와 동일한 6.8%가 적용된다. 이와 별도로 소비자가 내는 배달 팁도 주문 금액과 거리·주문 시간대·지역에 따라 변하지만 평균 2000원 안팎으로 기존 배민1 한집배달보다는 평균 부담액이 줄어들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노하우와 빅데이터, 실시간 주문 배달량, 동선 등을 고려해 이번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알뜰배달이 단건배달의 장점은 살리고 높은 배달 비용이라는 단점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뜰배달은 기존 배민1 한집배달과 동일하게 라이더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고, 예상 도착 시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배달과 관련된 고객 응대 역시 배민에서 진행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소비자에겐 주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업주에겐 주문받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난다"며 "라이더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배달, 배송, 물류 쪽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이에 각 업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다 정확하고 소비자 편의에 맞는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해 왔다. 아울러 코로나19 과정을 거치며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및 노하우가 쌓이며 자동화된 가격 결정 정책도 고도화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MOBINN·나이스정보통신과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스템 통합과 운행 고도화를 위한 라스트마일 사업 협의체를 구성했다.
로봇배송에 이어 다양한 배달시스템 선보여
지난 4월에는 배달 로봇을 활용한 실증 사업에 참여했다. CU는 해당 사업에서 로봇 배송 상용화 가능성 검증을 위해 실증 점포(CU남양시티점)를 제공하고 로봇과 배달 시스템 간의 연동을 위한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로봇 배송은 점포에서 100M 떨어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임직원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로봇 배송은 포켓CU 혹은 배달앱을 통해 고객이 주문한 주소로 최적 경로가 설정되며 근무자가 로봇에 상품을 적재하면 자동으로 출발하는 방식이다. 배송 완료 후에는 출발지까지 돌아오며 눈, 비 등 악천후 조건에도 24시간 운영된다.
로봇 배송의 경우, 상품 보관함을 항시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어 과자, 도시락과 같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파손에 취약한 디저트, 즉석원두커피 등도 안정적인 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적재물 자동 전달 기술로 로봇이 스스로 내용물을 도착지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 CU를 포함한 라스트마일 사업 협의체는 로봇의 실내외 주행 성능과 장애물 극복 능력을 확인한 뒤 운영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이츠의 ‘세이브배달’, 요기요의 ‘요기패스X’ 또한 소비자 배달비 인하를 통해 배달 수요 감소를 방어하고자 하는 시도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과 가격 책정, 소비자 물가의 딜레마 속에서 외식업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배달플랫폼의 기술력을 통해 고안한 알뜰배달 등 외식업주와 배달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시도들이 외식업주의 부담을 낮춰줄 것”이라고 밝혔다.
세이브배달은 기존 운영방침이었던 단건배달이 아닌, 배달 노선이 비슷한 주문을 다른 주문과 함께 묶어 배달하는 형태다. 세이브배달을 선택한 이용자는 기상이나 교통 등 상황에 따라 최대 1000원을 추가 할인받을 수 있으며, 할인 비용은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한다.
‘요기패스X’는 요기요가 지난 2019년 국내 배달앱 최초로 선보인 구독 서비스의 3번째 모델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요기패스X’는 소비자가 월 9900원을 정기 결제하면 앱 내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최소 주문 금액 1만7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음식 배달은 물론 요편의점과 스토어 카테고리까지 배달요금 무료 혜택이 적용돼 소비자들의 편익을 더욱 확대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배송, 배달, 물류와 관련해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를 원하는 정도가 증가하고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원하게 된 만큼 이에 맞추기 위해 AI 고도화를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AI 기술뿐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적용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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