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축제 재팬모빌리티쇼...현대차 자리는 없었다
[4년 만에 열린 도쿄 모터쇼]②
12년 만에 일본 시장 재도전 나섰지만 최대 규모 축제 불참
현대차그룹 계열 자동차 부품사 현대모비스 한국 대표 참가
[도쿄(일본)=글·사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독일, 미국과 함께 글로벌 3대 모터쇼로 꼽히던 ‘도쿄 모터쇼’가 재팬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으로 4년 만에 개최됐다. 일본 현지 핵심 기업부터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제조사까지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다만 과거의 실패를 딛고 현지 공략 재도전에 나선 현대자동차의 이름은 볼 수 없었다.
다시 문 열린 글로벌 자동차 축제
4년 만에 다시 열린 재팬모빌리티쇼(옛 도쿄 모터쇼)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토요타·렉서스·메르세데스-벤츠·BMW·비야디(BYD) 등이다.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완성차 업체들이 다수 참가했지만 한국 대표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불참했다. 2019년 도쿄 모터쇼 때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일본 승용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였다.
현대차의 올해 재팬모빌리티쇼 불참이 의외인 이유는 최근 현지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2001년 일본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지속된 판매 부진 끝에 2009년 말 승용 부문 철수에 이르렀다. 현지 승용 시장 진출 8년 만의 일이다. 이 기간 현대차가 일본 현지에서 판매한 총차량 대수 2만대가 되지 않는다. 이후 상용차 부문에 집중하던 현대차가 철수 12년 만인 지난해(2022년) 일본 승용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차별화를 위해 무공해 차량(Zero Emission Vehicle, 이하 ZEV) 중심의 라인업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시작은 배터리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수소전기차 넥쏘였다. 여기에 100% 온라인 채널 판매로 혁신성을 더했다. 11월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전기차(EV)도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현지 판매 전략과 부진한 판매 실적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내연기관차가 아닌 ZEV, 즉 EV와 FCV(수소연료전지차)만 100%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당 차종의 일본 현지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EV 판매 대수는 7만7238대(점유율 2.1%), FCV 판매 대수는 490대(0.01%)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일본 재진출 이후 판매 실적도 기대 이하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승용차 누적 판매 대수는 518대였다. 올해도 1월부터 8월까지 264대를 판매한 것이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5가 일본에서 상품성을 인정받는 모습이지만, 판매 측면에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본은 수입차들의 무덤이라 불린다”면서 “모터쇼 참가에 따른 효과가 예년 같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브랜드 및 제품 홍보에 열중하는 대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현재 현대차일본판매법인은 IT기획, 운영부터 인사, 총무, 회계, 판매, 모빌리티,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현대모비스
재팬모빌리티쇼 2023에 현대차는 없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참가해 아쉬움을 달랬다. 과거 도쿄 모터쇼를 포함해 일본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관련 행사에 현대모비스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모비스는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전동화, 램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등 전략 제품을 전시했다. 다만 관련 제품을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현지 완성차 등 주요 고객사와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 탓이다.
현대모비스의 재팬모빌리티쇼 2023 참가 목적은 명확하다. 해외 시장 공략 및 글로벌 수주 확대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 중인 일본 자동차 시장 환경에 대응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상반기 현지 고객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일본 내 영업과 수주 활동을 총괄하는 완성차 출신 임원급 전문가 2명도 영입했다. 일본 완성차와 부품 업체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폭넓은 업무 경험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인물들이다. 전략적 포석으로 차근차근 일본 내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해온 셈이다.
당장 대형 계약이 성사되지 않겠지만, 현지 반응은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11월 5일까지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약속이 모두 잡힌 상태”라며 “여기에 토요타, 혼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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