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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네이버 vs ‘사면초가’ 카카오…“클래스 갈렸다” [기승전-플랫폼]

시장 상황 동일한데…3분기 연속 실적 喜悲 갈린 양대 플랫폼
실적·기술·경영 모두 “이젠 비교 불가”…조직 문화도 차이 극명
네이버, 성과 나오기 시작한 생성형 AI…사우디 사업도 ‘대박’
카카오, SM엔터 주가조작 의혹에 성장 동력 상실까지 ‘위기’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승승장구(乘勝長驅), 사면초가(四面楚歌).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다. 네이버는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사업적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부터 자회사 경영 부진까지 안팎에서 위기다. 자체적인 성장 동력도 상당부분 상실했단 분석도 나온다. 양사의 이런 경영 상황은 2023년도 3분기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날 전망이다. 그간 비교적 실적 증감이 비슷한 추이를 보였던 양사이지만, 3분기 연속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업계에선 “플랫폼 산업의 성장 요인인 기술 역량은 물론 기업 경영이나 조직 문화 등 전반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제는 같이 묶일 수준이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두 기업의 클래스(Class·계층)가 달라졌단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의 2023년 3분기 실적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 평균)는 매출 2조460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3676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59%, 영업이익은 11.32% 증가한 수치다. 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광고 시장 둔화에도 증권가에선 네이버가 올해 3분기에 성장을 이뤘다고 본 셈이다.

카카오에 대한 전망은 네이버와 정반대다. 카카오의 2023년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2276억원, 영업이익 128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8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영업이익은 14.44% 감소가 점쳐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으로 외연 확장은 이뤘지만, 올해 초부터 두드러진 수익성 악화가 3분기에도 지속됐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선 네이버가 그간 쌓은 기술 역량이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카카오는 성장 동력 상실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발생한 주가조작 혐의 등 사법 리스크(위험)가 겹쳤다는 점이 실적의 발목을 잡으리라고 봤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선임연구원은 최근 ‘카카오 – 성장 부재에 따른 디스카운트 지속’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포털비즈 부문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해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에스엠 주가조작 및 암호화폐 클레이 관련 사법 리스크가 발생했는데, 금융 자회사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카카오가 올해 3분기에 매출 2조1912억원, 영업이익 1188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4만5000원을 제시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숫자로 증명할 내공’이란 제목의 네이버 분석 보고서를 통해 “9월 큐:(cue:·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베타 서비스가 공개 후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지도·예약·쇼핑 등 네이버 자체 서비스들과 연동돼 탐색-구매-결제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구현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이용자들의 아쉬운 피드백이 있었지만, 네이버가 수익화할 수 있는 부분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다. 4분기부터 B2B 고객향 서비스가 시작되며 본격적으로 AI 관련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네이버가 올해 3분기에 매출 2조4900억원, 영업이익 3706억원을 기록하리라고 예상했다. 목표주가로는 29만원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11월 3일, 카카오는 11월 9일 각각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네이버(위)와 카카오 로고. [제공 각 사]

네카오, 계속 엇갈리는 喜悲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광고 시장 호·불황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광고 수익이 양사의 주요 매출원이라 실적의 증감도 비슷한 추이를 보여왔다.

양사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엇갈리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올 3분기 실적 컨센서스 수치에서도 나타났듯 네이버는 성장이, 카카오는 수익성 악화가 확실시된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두 기업의 사업이 이제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분기에 네이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지만, 카카오는 실적 충격(어닝 쇼크·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2조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3.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9.5% 올랐다. 반면 카카오는 올해 1분기에 매출 1조7403억원, 영업이익은 711억원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3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5.19% 감소했다.

이 같은 추이는 올 2분기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네이버는 이 기간 매출 2조4079억원, 영업이익 37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7%, 영업이익은 19.1% 올랐다. 카카오는 매출 2조425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 매출은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 줄었다. 지난 3월 약 1조3900억원을 들여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이 2023년도 2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처음으로 반영,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악화일로의 모습을 보였다.

미래 먹거리 AI…‘무소식’ 카카오 vs ‘본격화’ 네이버

양사의 이 같은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카카오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양사가 올해 초부터 강조해 온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관련 사업이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 미국 기업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후 촉발된 생성형 AI 경쟁에 대응해 양사 모두 사업 비전을 지난 2월부터 내놓았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한국 시장’에 맞는 형태로 모델을 개발, 챗GPT 등장 후 촉발된 기술 경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단 비슷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공개한 후 벌써 다수의 핵심 서비스를 출시했다. 반면 카카오의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코(Ko)-GPT 2.0의 출시는 감감무소식이다. 회사는 당초 올해 상반기로 계획했던 공개 시점을 지속해서 미루고 있다. 지난 8월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10월 이후 출시’란 계획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단 네이버뿐 아니라 ▲LG(엑사원 2.0) ▲SK텔레콤(에이닷) ▲KT(믿음·10월 31일 공개) ▲엔씨소프트(바르코 LLM) 등 숱한 모델이 시장 경쟁에 돌입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이란 카카오의 명성을 생각하면 시점도 개발 성과도 현재까진 초라한 편”이라며 “높아진 시장 기대에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출시 일정을 미루고 있을 수 있지만, 기술력 자체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DAN) 23’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키노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SM엔터 삼키다 탈 난 카카오

카카오는 여기에 더해 사법 리스크도 풀어야 할 숙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식 시세조종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금융감독원 등에서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서다. 지난 23일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이끈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됐다. 이 사건을 조사해 왔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6일 배 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법인 2곳 역시 마찬가지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일단 김 센터장이 빠지긴 했지만, 특사경이 ‘우선 송치’란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아직 특사경 차원에서 카카오그룹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고 시세조종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도 박탈된다.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처벌 이력이 생기면 인터넷은행 지분의 10%를 초과 소유가 불가능하다. 카카오가 현재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27%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가 한창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으로 경영이 흔들릴 때, 네이버는 해외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24일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와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 진행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1억 달러(약 135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제다·담맘·메카 5개 도시에 자사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한다. 향후 5년간 클라우드 기반의 3차원(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게 이번 계약의 핵심 골자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가상에 옮기는’ 기술이다. 실제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개념을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스마트시티 조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한국의 기술을 세계 중심에 세우고 있을 때, 카카오는 국내 시장을 병들게 했다는 평가가 이쪽 사람(IT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며 “다소 과한 시선일지 모르지만, 이를 마냥 부인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의 계약 체결을 바라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 진행한다. 앞줄 왼쪽이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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