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롯데건설과 한양이 사업비 약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광주 중앙1지구)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특수목적회사(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빛고을중앙)의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롯데건설과 한양이 상반된 의견을 내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20일 부동산개발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일 광주 중앙1지구 SPC인 빛고을중앙 지분 49%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한양은 곧바로 법원에서 빛고을중앙공원의 최대주주는 한양이라는 판결이 나왔다며 롯데건설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분 두고 법정 소송…진흙탕 싸움

그동안 빛고을중앙은 주주 간 지분 다툼이 커지면서 법정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10월 13일 빛고을중앙 주주인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SPC 주주권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양은 지난 10월 26일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연이은 법원 판결에 따라 우빈산업은 빛고을중앙 지분 24%를 케이앤지스틸에게 돌려주고, 한양도 490억원 규모 손해배상금과 함께 우빈산업의 빚고을중앙 지분 25%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빛고을중앙의 주요 주주는 ▲한양 30% ▲우빈산업 25% ▲케이앤지스틸 24% ▲파크엠 21% 등으로 구성됐다. 법원 판결로 한양은 보유하던 기존 지분 30%와 우빈산업 지분 25%을 더해 총 55% 지분율로 빛고을중앙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빈산업이 법원 판결 전 100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하던 채무 일부를 변제해주면서 우빈산업의 빛고을중앙 지분 49%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빛고을중앙은 이사회를 열고 롯데건설의 담보권 실행으로 인한 주주변경을 승인하면서 롯데건설이 49%의 지분을 가진 빛고을중앙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에 한양이 반격에 나섰다. 우빈산업은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약 1조원대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채무를 모두 상환할 수 있었지만, 롯데건설과 PF 주관사인 허브자산운용과 공모해 고의로 채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주장이다.

우빈산업이 100억원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직후 롯데건설이 곧바로 근질권을 실행해 지분 49%를 인수한 것은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하고 지분을 면탈하기 위한 금융사기로 볼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롯데건설은 절차에 따라 근질권 실행을 기반으로 지분을 정당하게 가져왔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업이 빛고을중앙 주주 간 다툼 때문에 오랜시간 지연됐는데 롯데건설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차질없이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우빈산업 등이 서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와 관계없이 롯데건설은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건설은 오로지 주주간의 분쟁을 종식시켜 사업에 불필요한 잡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기존 경영진과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 그간 수행해 온 모든 사업 내용, 특히 최근 풍암호수조성 및 교통시설 개선을 위한 광주시와 지역주민과의 약속 등 모든 사업내용이 바뀔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공익사업이 수익성 주택사업으로 변질”

한양은 법원 판결에 따른 빛고을중앙의 주주 구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형사고발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양 관계자는 “독단적인 운영과 위법, 탈법, 편법으로 SPC를 파행으로 몰고갔던 우빈산업이 주도해 시공사로 선정한 롯데건설이 빛고을중앙의 최대주주로 사업을 수행하고 공원‧비공원시설 건설공사를 맡게 되면 향후 도급 및 변경계약, 자금관리 등 시행‧시공 분리를 통한 정상적인 사업관리가 불가능하다”며 “공익사업으로 추진해야할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롯데건설 수익을 위한 주택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앤지스틸도 22일 롯데건설 대표이사, SPC 및 우빈산업 대표이사, SPC 이사진, 허브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업무상 배임 및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이 주도하는 SPC가 대출을 전액 상환할 수 있었는데도 고의 부도를 냈고 지급보증을 서고 빚을 갚은 롯데건설이 관련 지분을 헐값에 넘겨받아 다른 주주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민간자본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계획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고 나머지를 아파트로 짓는 사업이다. 광주 중앙공원1지구는 예상 사업비 2조1000억원 규모로 광주 서구 금호·화정·풍암동 일대 축구장 320개 크기인 243만5027㎡에 공원과 비공원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 동, 2772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현재 이 사업은 광주시로부터 주택사업계획을 승인받고 감리자 지정까지 마친 상태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앞서 롯데건설은 2021년 4월 도급계약을 맺고 대규모 지급보증을 통해 7800억원의 자금조달을 도왔다. 올해 8월 사업계획승인 후 9월 26일에는 약 1조원대의 대규모 PF조달을 마쳤다. 현재 1블록과 2블록 공동주택 전체에 대한 착공을 위해 대지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광주 중앙공원1지구는 주택사업 승인을 마치고 공사 폐기물 처리 작업과 건축물 색채공사 등 공원시설 조성 과정에 돌입했다”며 “이르면 오는 202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행자는 빛고을중앙이기 때문에 주주들 간의 지분에 대한 분쟁과는 관계없이 사업은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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