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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 규제 완화했지만 ‘실거주 의무’ 족쇄 여전

[규제 빗장 풀린 재건축] ②
부담금 면제 기준 8000만원, 부과 기준 5000만원으로 상향
2~5년 '실거주 의무' 폐기 주택법 개정안, 연내 통과 무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현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규제 강도가 17년 만에 완화됐다. 부담금 면제 기준이 8000만원으로 높아졌고, 부과 구간도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청약 당첨 후 입주를 앞둔 4만여 가구 주민들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한 모습이다.

20년 보유 1주택자 부담금 70%까지 감면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은 부담금의 부과 기준을 완화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을 감경해주는 것이 골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으로 책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왔다. 

이번 개정안을 살펴보면 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은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시킨다. 또 실수요자 부담 경감을 위해 주택을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1주택자의 부담금을 최대 70%까지 줄여준다. 15년 이상은 60%, 10년 이상은 50% 감면해준다.

규제 강도가 약해진 만큼 전국 재건축 부담금 부과 단지는 111곳에서 67곳으로 44곳 줄어들 전망이다. 평균 부과 금액도 전국 아파트는 8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줄어들고 서울 아파트는 2억13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경기는 77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줄고, 지방은 240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단지에 2~5년 이상 의무 거주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은 연내 처리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일 국토위가 개최한 법안심사소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 제도는 지난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입주 가능일로부터 2~5년 동안 거주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아파트 대비 시세 차익이 발생할 수 있어 투기 수요를 막고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정부 여당은 올해 1월 초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위축된 매수심리를 살리기 위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안이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법 두고 여야 갈등 첨예

야당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시세 차익을 목표로 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시점에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가 성행할 수 있어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또 실거주 의무 때문에 청약 신청을 포기한 예비 청약자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제도 폐기 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여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어려우면 제도는 유지하되 처음에는 전세를 놓을 수 있게 한 뒤 매도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전국 66개 단지, 4만3786가구다. 2025년부터 입주가 이뤄지는 주요 단지로는 1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3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8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 자이 폴라리스’(1045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전매제한 규제는 지난 4월 정부 시행령 개정으로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자금 조달 여력이 크지 않은 입주 예정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있다. 수분양자가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고 입주 전에 아파트를 팔았는데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를 1만2000여가구 규모로 새로 짓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권 거래는 10월 이후 5건에 그쳤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39건, 17건이 거래됐지만 4분기에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는 “전매제한 기간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8년이었는데 올해 규제 완화로 갑자기 1년이 됐다”면서도 “정부가 폐지한다고 했던 2년 실거주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기존 집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려 해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크지 않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급한 정책 발표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수요자들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유연한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법을 먼저 개정하고 전매제한 폐지를 추진했어야 한다”며 “야당 협조는 못 구하고 국민들만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수요자들을 투기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잔금이 부족해서 실제 입주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향적 입장에서 완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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