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싸고 빠르게”...1위 탈환 노리는 BMW
[수입차 1위 전쟁]①
전 세계 최초 공개로 한국 사랑 보여줘
2015년 이후 8년 만에 수입차 1위 코앞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라이벌(Rival). 유사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경쟁자라는 의미다. 적수·맞수·경쟁자 등 이를 가리키는 다양한 표현이 있다. 국내 수입자동차업계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두고 ‘라이벌’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시장 1위(연간 판매 실적 기준) 자리를 두고 매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이들은 올해도 수입차 왕좌를 두고 싸우고 있다. 최종 결과는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막판 역전극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BMW가 8년 만에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위 탈환은 곧 자존심 회복
2023년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최근 갑작스러운 한파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은 매우 뜨겁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벤츠와 BMW의 1위 싸움 때문이다.
요즘 BMW가 벤츠에 밀리면서 ‘만년 2위’로 불리지만, 과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때도 있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국내 판매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BMW가 매년 벤츠보다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BMW가 벤츠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기준 BMW의 국내 판매 실적은 6만9546대다. 같은 기간 6만8156대의 벤츠보다 1390대 많은 수치다. BMW가 올해 국내 수입차 1위에 오를 경우 2015년 이후 8년 만에 왕좌를 되찾는 것이다.
물론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벤츠가 12월 한 달 판매 실적을 늘리며 역전에 성공한 바 있어서다. 지난해 11월까지 선두 자리를 유지하던 BMW는 그해 12월 한 달 동안 9451대를 판매한 벤츠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지난해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2431대에 불과했다.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 입장에서 단순히 차를 많이 판매한다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다. 너무 많은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 차를 타면 희소성 등 프리미엄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수입차 1위 브랜드라는 타이틀에 주목하는 것은 ‘1등=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인식 탓이다. 결국 브랜드의 ‘자존심’과 연결된다.
상상 이상으로 한국 아낀다
BMW는 만년 2위라는 설움 속에서도 큰 그림을 그려왔다. 단순히 판매 실적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대신 브랜드 신뢰도 구축에 힘쓴 것이다. ‘한국에 진심’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공헌이다. 지난 2014년 아시아 최초,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를 위해 초기 700억원 이상을 투자했던 BMW는 추가 비용까지 투입하며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제한 없는 대규모 충전 시설도 구축했다.
적극적인 사후 처리도 BMW가 한국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BMM는 2018년 문제가 보고된 이후 매년 수십만 대의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BMW라서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입차는 고장·결함 발견 시 문제를 감추려는 태도를 보이는 데, BMW는 지속해서 개선 부품을 개발하면서 고객 서비스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해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BMW의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의 한국 출시를 앞두고 직원 격려 차원에서 마련된 일정이었다. 글로벌 그룹의 수장이 한국에 방문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중요도가 크다는 얘기다.
BMW의 최근 한국 출시 일정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BMW는 지난 10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신형 5시리즈(8세대 모델)를 출시했다. 지난 2020년 5월에는 7세대 부분 변경 모델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공개하기도 했다. 5시리즈는 1972년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뒤 전 세계에 800만대 이상 팔린 BMW의 주력 모델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재고 소진 목적으로 대규모 할인 정책을 펼친다. 다만 출시 몇 달도 되지 않은 신차를 할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BMW는 이달 신형 5시리즈를 할인 판매 중이다. 자동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BMW의 이달 신형 5시리즈 할인율은 최소 0.6%, 최대 12.4%다. 올해는 벤츠를 넘어서겠다는 BMW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EGR 사태 당시 BMW가 품질 결함에 대처하는 자세는 매우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자칫 브랜드 신뢰도가 바닥을 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단기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판매 실적을 봐도 알 수 있다. 2018년 EGR 사태 이후 2년 만에 판매 실적이 회복됐다. 올해는 BMW가 벤츠를 앞서고 있다. 단순한 할인 판매만으로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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