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강국 만든다는데, 우수학생은 의대로...교육부터 바로 잡아야
[반도체 살아야 한국 경제 산다]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제안
이과 응시생 중 3.9%만 과탐 II 선택…과탐 II 입시에서 불리
고교 교육 현장 점검해야…입시정책 개입 필요할 수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2024학년도 수능이 1994학년도 수능이 도입된 이래 31년 만에 이과생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체로 수능에서 문과·이과 비율은 2000년대 초반까지 7 대 3 정도였고, 2010년대 초반부터 6 대 4 정도를 기록했다. 2024학년도 치러진 대입 수능에서 이과생 비율이 51.7%로 역전된 상황이다.
명문 일반고, 자사고 등에서 학교 내 선택과목 기준으로 문·이과 구분은 이과가 사실상 8:2 정도로 문과를 압도하고 있다. 현행 학교내신, 수능은 모두 시험에 응시한 학생 수를 기준으로 4% 이내에 들어오면 1등급, 11% 안에 들어오면 2등급으로 등급상에서 내신, 수능 모두 동일하게 비율이 적용된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 응시생 규모가 작은 과목에서 이러한 적용방식으로 1, 2등급 진입이 매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 내신에서 1등급이 아예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과생 늘면서 이공계 일반학과보다 의대 쏠림
이러한 이유로 금년도 중3 학생들 중 문과를 지망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사실상 명문 일반고나 자사고에 선뜻 지원이 어렵다. 외고·국제고가 그나마 문과 학생들이 모여 있는 상위권 학교로 볼 수밖에 없다. 2024학년도 외고·국제고 전국 경쟁률이 최근 4년 동안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입 수능에서 이과학생들은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에서 Ⅰ, Ⅱ과목 전체 8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과목을 선택하거나 과학에서 1과목, 사회과목에서 1과목을 선택하는 이과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과학생들이 2024학년도 수능에서 과목당 선택상황은 수능 실제 응시생 기준으로 지구과학Ⅰ이 15만6681명(35.4%), 생명과학Ⅰ 14만7298명(33.3%), 물리Ⅰ 6만3162명(14.3%), 화학Ⅰ 5만8520명(13.2%), 과학탐구 Ⅰ 2만5661명(96.1%)이 선택했다. 심화과목인 과학탐구 Ⅱ과목에서는 생명과학Ⅱ 5583명(1.3%), 지구과학Ⅱ 4110명(0.9%), 물리Ⅱ 3803명(0.9%), 화학Ⅱ 3616명(0.8%)으로 과학 Ⅱ과목이 1만7112명으로 전체 과탐 응시생 44만2773명 중 3.9%이다.
과학 탐구에서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의 전체 수험생의 68.7%가 몰려있는 상황이다. 과탐 Ⅰ의 96.1%, 과탐 Ⅱ가 3.9%로 과탐 Ⅰ에 초집중된 상황이다.
서울대가 2024학년도 입시부터 과탐Ⅱ과목 필수 지정을 폐지했다. 일반대학 중 과탐 Ⅱ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대학은 단국대(천안) 의예과·치의예과·약학과, 동국대(WISE) 의예과, 가톨릭관동대 의예과, 경성
대 약학과 등으로 메디컬 분야에 집중됐다. 경상국립대 자연계열, 부경대 자연계열 등 일부 지방권 일반학과 정도에서 과탐Ⅱ과목에 대한 가산점이 부여된다.
이과생이 늘어나면서 이공계 일반학과에 대한 선호도보다 더 크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의대 쏠림현상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연고) 등 최상위권 이공계 대학에 합격해도 수시나 정시에서 의대에 복수 합격하여 빠져 나가는 인원이 상당하다. 이과학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상당수 의대 진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국 39개 의대 대부분이 과학탐구에서 Ⅰ과목만 시험을 치러도 되는 전형방식이다. 이러한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굳이 어려운 과탐 과목(물리, 화학), 심화 영역인 과탐 Ⅱ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과학 탐구 Ⅰ과목과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물리, 화학을 기피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연대·고대 등에서 첨단분야학과 394명 늘었지만…
2024년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에서 반도체 등 첨단분야학과에서 394명이 신설 또는 증원됐다. 이화여대·동국대 등을 포함할 경우, 서울권 소재대학에서만 667명이 증원된다. 금년도 과학탐구 과목에서 표준점수 최고점 인원은 8015명이 과학탐구 Ⅰ과목이었고, 이중 지구과학Ⅰ이 3757명, 생명과학Ⅰ 2316명, 물리학Ⅰ 990명, 화학Ⅰ이 952명이다. 표준점수 최고점 기준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물리, 화학Ⅰ과목보다 약 3배 정도 많게 지구과학과 생명과학에 집중된 상황이다.
심화과목인 과학 Ⅱ과목은 지구과학Ⅱ가 129명, 생명과학Ⅱ가 45명, 물리학Ⅱ가 65명, 화학Ⅱ가 9명이다. 물리학과 화학Ⅱ 최고점 인원이 74명에 불과하다. 이 74명의 인원이 의대로 얼마나 빠져나가고 또한 국어·수학 과목에서도 고득점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지 등 종합할 때 극히 드문 인원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첨단학과 등 집중 육성정책과 고교 단계에서 이와 같은 정책 등과 맞물리는 교육환경인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카이스트(KA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에서 2022년 기준으로 중도 탈락한 학생은 카이스트·유니스트(UNIST)·디지스트(DGIST)·지스트(GIST) 등에서 268명이 발생했다. 2021년 187명에 비해 43.3%나 급등했다. 이들 중도 탈락한 학생들이 이공계 꿈을 접고, 이공계 분야가 아닌 의대 등으로 흘러 들어갔을 추정이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상 감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22년 의대 수시 입시에서 의대를 합격하고도 다른 대학에 복수로 합격해 빠져나가 결국 수시에서 미충원 인원이 63명 발생했다. 이들 63명은 수시에 최종선발하지 못하고 정시에서 선발했다.
이들 인원을 입시 용어로 '수시 이월 인원'이라고 한다. 2023년에는 이러한 수시 이월 인원이 서울수도권 의대에서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지방권 의대에서만 12명 발생했다. 63명 의대 수시 이월 인원이 12명으로 급감했다. 수시는 사실상 내신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고교 현장에서도 학교내신이 최우수한 학생들은 무조건 의대에 들어가겠다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내신, 수능 모두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로 쏠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교에서 대학 진학단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에서 중도탈락한 학생은 인문, 자연 합산 401명이다. 이중 318명이 자연계열이고, 인문계는 83명에 불과하다.
의대 정원 확대 이후 ‘의대 쏠림’ 심화될 것
2022학년도부터 통합수능 체제가 도입되어 수학과목에서 특히 문·이과 간 유불리가 크게 발생했다.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소위 말하는 문과 침공현상이 벌어졌다. 입시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현상은 처음 예상이 나왔을 때는 전공이 부적합한 대학에 들어온다 해도 반수 등을 통해서 다시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고, 실제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것은 절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022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인문계 학과 전체 합격생 중 44.3%가 이과생이 차지했다. 이들 학생이 입학한 후 2022년도에 서울대 인문계에서 중도탈락한 학생은 83명이다. 통합수능 이전인 직전 연도에는 67명으로 소폭 상승 정도에 그쳤다. 부적합으로 중도 탈락자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는 현재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이과생이지만 대학 브랜드를 우선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과생들도 전공보다는 대학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의대 모집정원 확대가 구체화되면 이과 쏠림, 의대 쏠림 등이 현재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 첨단학과 등 미래 사회에 중요한 국가 성장 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에서는 고교 단계에서부터 종합적인 재점검, 진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반도체, 첨단학과에 대한 전문적인 분야에 연구진, 교수 등이 직접 현장상황을 점검해 보고 상황에 따라서는 입시 정책에도 어느 정도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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