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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부동산 PF '악재 산적'…하향에 무게 실리는 기업 신용등급

[신평사 등급 결산]①
신평 3사 등급 상하향배율 0.75배…신용도 하향 기조
경제성장률 내리고 금리 올라…기업 재무 상태 악화
“등급 하향 올해도 이어질 것…우려 업종은 건설업”
올해 전망도 ‘부정적’ 우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안혜신 기자] 국내 기업 신용도가 본격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본시장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기업 신용등급 줄강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신용등급 하향 건수는 상향 건수를 훌쩍 웃돌고 있다. 상향 건수가 우위였던 전년도와 비교할 때 급격히 반전된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 신용 위험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올해 ‘부정적’ 등급 전망이 ‘긍정적’ 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의 지난해 정기평가 장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중복포함)을 분석한 결과 3사의 평균 등급 상하향배율(업다운레이쇼)은 0.75로 하향 우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 건수를 하향 조정 건수로 나눈 값으로 1배 이상이면 등급 상향이 하향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졌던 신용등급 상향 기조는 확연히 꺾였다. 2022년 기업 장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상향 69건, 하향 51건, 상하향배율 1.34로 상향 기조가 두드러졌다. 반면 지난해 장기 신용등급 상향 건수는 상향 44건, 하향 61건을 기록하며 하향 우위로 돌아섰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 PF 유동성 위험이 늘어남에 따라 건설 및 부동산 기업들의 등급 강등이 이뤄진 탓이다. 영업환경 둔화로 인해 실적이 저하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석유화학, 철강 기업들 역시 신용등급 강등 대상이 됐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한 신용 등급 줄강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워크아웃 수순에 돌입한 태영건설(009410)은 ‘CCC’로 떨어졌고, GS건설(006360), 동부건설(005960) 등 건설사는 물론 오케이캐피탈, 엠캐피탈 등 제2금융권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도 하향됐다.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 추세 심화

무엇보다 작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들어 등급 하향이 두드러졌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 상반기 25개였던 ‘장단기등급 및 전망’ 변동 기준 상향 변동은 하반기 들어서 9개로 급감했다. 반면 하향 변동은 상반기 23개에서 하반기 20개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소폭 상향 우위였지만 하반기 들어서 하향 우위 추세가 심화한 것이다.

NICE신평 등급 변동 상황을 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확인 가능하다. NICE신평의 상반기 신용등급 상승 기업은 총 12개로 하락한 기업 11개보다 오히려 많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상승 기업 8개, 하락 기업 13개로 하향 우위로 뒤집혔다.

상반기에는 건설을 비롯해 석유화학·제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전환에 따른 자동차, 의류, 항공, 영화관 등 일부 업종 실적 회복 영향으로 상향과 하향 개수 차이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중기 NICE신평 기업평가1실장은 “미국 등 선진경제의 호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쟁에 따른 수요 증가, 코로나19 종료 등의 긍정적 영향을 받은 산업에서 등급이나 등급 전망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반면 중국관련 수출부진과 부동산 경기 약세에 따른 국내경제 성장약화 관련 업종은 등급이나 전망이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망도 ‘우울’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으로 급격히 무게가 쏠린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 위축 지속에 따른 PF 관련 우려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설사들은 물론 여기에 자금을 댄 제2금융권까지 위기가 확산하면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승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 위축 및 PF 우발채무 부담으로 건설사 신용위험 확대, 유통·석유화학 등 실적 부진이 신용도에 반영됐다”면서 “이에 따라 하반기 하향 우위가 심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비금융)부문과 금융부문 등급상하향배율만 봐도 쉽게 파악 가능하다. 한신평의 경우만 보더라도 비금융부문 등급상하향배율은 0.78배를 기록했지만, 금융부문은 0.38배로 하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비금융부문보다 금융부문에서 신용등급이 올라간 회사보다 내려간 회사가 훨씬 많았다는 소리다.

문제는 올해 역시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한신평의 아웃룩·와치리스트를 보면 긍정적 방향은 11건에 불과했지만 부정적 방향은 두 배가 넘는 23건을 기록했다. NICE신평 역시 금융업권과 비금융업권을 합한 긍정적 전망은 20건, 부정적 전망은 31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제2금융권 연체율 상승 등 올해 기업 발목을 붙잡을 부정적인 이벤트가 산적해 있다. 특히 태영건설(009410) 워크아웃으로 우려가 커진 건설업종과 제2금융권을 비롯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석유화학, 유통 등은 올해 신용위험이 커진 대표적인 업종이다.

그나마 자동차, 민자발전, 정유 등 업황 호조를 기반으로 한 영업실적 개선이나 자본확충 등을 통한 시장지위 개선 등이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 실장은 “올해 주요 거시적 외부환경의 변화는 비우호적”이라면서 “특히 금융업종의 경우 은행 등과 캐피탈 등 업종별로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올해도 이러한 업종별 수익성 차별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경제성장률은 내려가고 금리는 오르면서 기업의 영업환경이 악화했는데 외부 현금 유입이 줄어들고 이자 지출 비용이 늘면 재무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상황이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역시 하향 기조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고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꾸준히 나올 것”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역시 건설업”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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