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KB맨’ 양종희 회장, 든든한 조력자 자처[피플&피플]
[4대 금융 회장 인물 분석] ①
은행원으로 시작해 다방면 경험
소탈한 성격에 서포트 역할 중시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든든한 백’ 역할을 자처했다. 양 회장은 본인이 부각되기 보단, KB 계열사들의 서포터 역할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생금융’을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취약계층에게도 조력자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원 출신 ‘전략‧재무통’
양 회장은 지난해 11월 21일 KB금융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KB금융이 새 회장을 맞이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9년 만이다. 무려 9년간 그룹 회장 자리를 지켰던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 자리를 양 회장이 이어받으며 KB의 ‘양종희 시대’를 열었다.
1961년 전주 출신인 양 회장은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a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양 회장은 1989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은행원 출신으로, 올해로 36년째 KB금융의 금색 배지를 달고 있는 ‘KB맨’이다. 이후 2007년 국민은행 재무보고통제부장, 2008년 서초역 지점장을 지냈다.
2008년에는 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다. 2014년에는 지주 전략기획부 상무를 지내면서,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실사 총괄을 지휘했다. LIG손해보험은 지금의 KB손해보험이다. 양 회장은 동기들에 비해 승진 속도도 빨랐다. 상무 다음 직급인 전무를 뛰어넘고 1년 만에 부사장직으로 직행한 신화를 남겼다. LIG손해보험 인수를 안정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부사장 시절 재무 및 기업설명회(IR)와 인적자원(HR)부문을 총괄했다.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에 더해 빠른 의사결정이 강점으로 인정 받았다. 양 회장은 2016년에는 KB손해보험 대표 자리에 올라 2020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KB금융 보험부문 부문장, 부회장직을 수행했다.
KB ‘양종희 시대’ 활짝
지난해 11월 ‘양종희 시대’가 열린 후 연말인사에서 보인 양 회장의 행보는 ‘계열사 강화’로 정의된다. 양 회장은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KB손해보험, KB증권, KB자산운용 등에 내부 출신 대표를 발탁하면서 각자의 전문성에 힘을 실었다.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출신을 등용해 계열사 업무의 연속성을 높이면서 은행 외 비은행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재근 행장은 연임했다. 양 회장이 지주에서 그룹 전반을 두루 살피긴 했지만, 국민은행장을 지낸 적이 없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 수장을 유임하며 변화 속 안정을 꾀했다.
또 양 회장은 부회장직을 없애고, 기존 3명의 그룹 부회장 등이 총괄했던 10개 사업 부문을 3개로 축소했다. 부회장이 전체 사업부문을 나눠 담당하던 기존 방식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맡는 방식으로 변화를 줘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했다.
윤 전 회장 체제 하에서 그룹 위주로 진행되던 전략회의는 양 회장 취임 이후 각 계열사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쪽으로 변했다. 앞서 1월 12일에는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이 ‘2024년 전략회의’를 열었다. 이후 13일은 KB국민은행, 19일은 KB증권과 KB캐피탈이 회의를 개최해 임직원들과 경영전략 방향 및 목표를 공유했다.
KB금융 각 계열사는 회의 이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외부와 소통했다. 통상 그룹 전체 전략회의 보도자료를 통해 회장의 메시지만 공개하던 것과 달라진 방식이다. 각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양 회장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양 회장은 평소 소탈하고 직원들에도 먼저 호의적으로 다가가는 등의 모습을 보여 내부적으로도 평이 좋다. 그는 은행에 입사해 손해보험 쪽도 경험해 금융과 비금융 모두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 회장은 본인이 부각되기 보다는 ‘서포트’ 역할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회사관계자의 전언이다.
‘상생’ 진심 통할까…ELS 사태 등은 걸림돌
양 회장은 취임 때부터 ‘상생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월 5일 진행한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우리 사회에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찾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양 회장은 윤 전 회장이 일궈낸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1월 25일 기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4조8677억원으로 추정된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매년 경쟁하는 신한금융의 순이익 추정치 4조5048억원을 뛰어넘는다.
다만 올해는 상생금융 비용처리, 불확실성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금융사의 실적이 전년보다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 내 중론이다. 이에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다지는 것도 과제다.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4.7%다.
아직도 수익의 절반 이상이 은행에서 나오는 만큼 수익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 회장은 국내 리딩금융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2020년 인수 이후 5년간 순손실을 내고 있다. 양 회장도 부코핀은행의 부진을 인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약 8조원을 판매한 홍콩H지수 기반 주식연계증권(ELS)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의혹 대응도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 가능성 여부를 보기 위해 KB국민은행 현장조사까지 나섰다.
KB금융은 각종 조사와 함께 ELS 손실을 감내하는 것은 물론, 적정 수준의 피해 보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LS 손실로 인한 분쟁조정 신청과 과태료, CEO 징계 가능성 등 악재가 확산할 수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 회장의 묘수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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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출신 ‘전략‧재무통’
양 회장은 지난해 11월 21일 KB금융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KB금융이 새 회장을 맞이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9년 만이다. 무려 9년간 그룹 회장 자리를 지켰던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 자리를 양 회장이 이어받으며 KB의 ‘양종희 시대’를 열었다.
1961년 전주 출신인 양 회장은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a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양 회장은 1989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은행원 출신으로, 올해로 36년째 KB금융의 금색 배지를 달고 있는 ‘KB맨’이다. 이후 2007년 국민은행 재무보고통제부장, 2008년 서초역 지점장을 지냈다.
2008년에는 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다. 2014년에는 지주 전략기획부 상무를 지내면서,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실사 총괄을 지휘했다. LIG손해보험은 지금의 KB손해보험이다. 양 회장은 동기들에 비해 승진 속도도 빨랐다. 상무 다음 직급인 전무를 뛰어넘고 1년 만에 부사장직으로 직행한 신화를 남겼다. LIG손해보험 인수를 안정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부사장 시절 재무 및 기업설명회(IR)와 인적자원(HR)부문을 총괄했다.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에 더해 빠른 의사결정이 강점으로 인정 받았다. 양 회장은 2016년에는 KB손해보험 대표 자리에 올라 2020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KB금융 보험부문 부문장, 부회장직을 수행했다.
KB ‘양종희 시대’ 활짝
지난해 11월 ‘양종희 시대’가 열린 후 연말인사에서 보인 양 회장의 행보는 ‘계열사 강화’로 정의된다. 양 회장은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KB손해보험, KB증권, KB자산운용 등에 내부 출신 대표를 발탁하면서 각자의 전문성에 힘을 실었다.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출신을 등용해 계열사 업무의 연속성을 높이면서 은행 외 비은행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재근 행장은 연임했다. 양 회장이 지주에서 그룹 전반을 두루 살피긴 했지만, 국민은행장을 지낸 적이 없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 수장을 유임하며 변화 속 안정을 꾀했다.
또 양 회장은 부회장직을 없애고, 기존 3명의 그룹 부회장 등이 총괄했던 10개 사업 부문을 3개로 축소했다. 부회장이 전체 사업부문을 나눠 담당하던 기존 방식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맡는 방식으로 변화를 줘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했다.
윤 전 회장 체제 하에서 그룹 위주로 진행되던 전략회의는 양 회장 취임 이후 각 계열사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쪽으로 변했다. 앞서 1월 12일에는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이 ‘2024년 전략회의’를 열었다. 이후 13일은 KB국민은행, 19일은 KB증권과 KB캐피탈이 회의를 개최해 임직원들과 경영전략 방향 및 목표를 공유했다.
KB금융 각 계열사는 회의 이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외부와 소통했다. 통상 그룹 전체 전략회의 보도자료를 통해 회장의 메시지만 공개하던 것과 달라진 방식이다. 각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양 회장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양 회장은 평소 소탈하고 직원들에도 먼저 호의적으로 다가가는 등의 모습을 보여 내부적으로도 평이 좋다. 그는 은행에 입사해 손해보험 쪽도 경험해 금융과 비금융 모두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 회장은 본인이 부각되기 보다는 ‘서포트’ 역할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회사관계자의 전언이다.
‘상생’ 진심 통할까…ELS 사태 등은 걸림돌
양 회장은 취임 때부터 ‘상생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월 5일 진행한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우리 사회에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찾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양 회장은 윤 전 회장이 일궈낸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1월 25일 기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4조8677억원으로 추정된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매년 경쟁하는 신한금융의 순이익 추정치 4조5048억원을 뛰어넘는다.
다만 올해는 상생금융 비용처리, 불확실성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금융사의 실적이 전년보다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 내 중론이다. 이에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다지는 것도 과제다.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4.7%다.
아직도 수익의 절반 이상이 은행에서 나오는 만큼 수익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 회장은 국내 리딩금융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2020년 인수 이후 5년간 순손실을 내고 있다. 양 회장도 부코핀은행의 부진을 인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약 8조원을 판매한 홍콩H지수 기반 주식연계증권(ELS)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의혹 대응도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 가능성 여부를 보기 위해 KB국민은행 현장조사까지 나섰다.
KB금융은 각종 조사와 함께 ELS 손실을 감내하는 것은 물론, 적정 수준의 피해 보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LS 손실로 인한 분쟁조정 신청과 과태료, CEO 징계 가능성 등 악재가 확산할 수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 회장의 묘수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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