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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신한금융 회장’ 진옥동, 과제는 산적[피플&피플]

[4대 금융 회장 인물 분석] ②
재일교포 신뢰 쌓으며 경쟁력 갖춘 인물로
한일 관계 정상 복원 힘 쏟으며 실력 발휘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오케이 진’, ‘돈키호테’

시장에선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말할 때 이렇게 부른다. 하지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겐 진 회장은 ‘준비된 회장’으로 인식된다. 진 회장이 신한에서 쌓아온 경력과 업무 경험이 이전 회장들보다 훨씬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임자들보다 탄탄한 경력 갖춘 회장

올해 3월 진 회장은 임기 1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신한금융 회장에 선임됐다. 당시엔 회장추천위원회 최종 면접 당일까지도 조용병 전 회장의 3연임이 예측됐지만,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런 용퇴로 진 회장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신한금융에선 ‘새로운 회장 선임’이 예상외의 결과는 아니었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의하면 새로운 회장 선임 가능성은 이전부터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 대상이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끈끈한 친화력을 형성해온 진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태생부터 재일교포 출자를 통해 설립된 은행으로 지금도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분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조 전 회장이 재임 시절 재판과 당국 제재를 받으면서 3연임 성공은 곧바로 ‘신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 전 회장과 달리 진 회장은 지난해 초까지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며 라임 사태를 순조롭게 수습했고, 당국으로부터도 경징계 처분을 받아내 차기 회장에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행장 시절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업계 주목을 이끌었기에 진 회장 선임이 의외의 결과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신한은행 본점. [사진 연합뉴스]
진 회장은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하며 ‘고졸신화’로 유명했다. 뒤늦게 한국방송통신대(경영학과)와 중앙대(경영학)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금융인의 삶을 시작했고, 신한은행에는 1986년 들어와 ‘신한맨’이 됐다. 

진 회장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보여준 시기는 2008년부터로 여겨진다. 그는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5년을 근무한 후 2002년에 한국에 복귀했고, 2008년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사카지점장을 역임하며 SBJ은행이 일본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후로도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법인장을 역임하는 등 18년을 일본에서 근무, 신한금융 안에서 성공한 ‘일본통’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조 전 회장이 인사·기획·글로벌 등 전통 엘리트 금융인으로 평가는 받았어도, 일본과는 인연이 없었던 점과는 큰 차별점이었다. 일본에서의 화려한 경력에다 신한은행장 경력까지 갖춘 진 회장에 조 전 회장이 뒤처졌던 셈이다. 

취임 100일 전후로도 금융권에선 진 회장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당시 한·일 간 관계 정상화가 중요한 시점에서 진 회장은 취임 후 첫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일본에서 개최했다. 신한금융만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이런 행보는 금융권에선 진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진 회장은 양국의 무역 정상화에 대한 수출입 기업 지원, 민간 교류 증진 등에도 힘을 쏟았다. ‘일본통’ 경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금융그룹 세대교체를 원하는 당국에서도 진 회장이 차기 회장에 적합한 인물로 여겼던 것”이라고 했다. 

‘돈키호테’식 업무 추진력 갖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7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한은행 블루캠퍼스를 방문해 신입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추진한 배달앱 ‘땡겨요’의 시장 안착에 이어 최근 통합앱 ‘신한 슈퍼 SOL(솔)’ 출시에서도 진 회장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선보인 ‘신한 슈퍼솔’은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저축은행 등 주요 5개 그룹사 앱의 핵심 기능을 결합해 고객이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게 한 디지털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신규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인 기존 신한 솔뱅크 이용 고객들은 은행 서비스보다 카드, 증권, 라이프 등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진 회장의 전략이 시장에 통했다는 설명이다.

과감한 업무 추진으로 인해 ‘돈키호테’라는 닉네임이 붙었지만 진 회장은 ‘소통의 대가’로 유명하다. 잘 웃는 얼굴상으로 성격이 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회의에서 ‘오케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주말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는 소문에 ‘오케이 진’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직접 찍은 ‘브이로그’를 직원들과 공유하며 소통력을 과시했다. 

신한금융 실적은 부담으로…신한은행 ‘3위’로 떨어져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신한금융 실적은 분명 큰 과제로 여겨진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81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줄었다. 경쟁사인 KB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704억원으로 8.2% 증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누적 순이익 차이는 5500억원이상 확대됐다. 핵심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의 순이자이익을 보면,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8조8472억원을 달성했고, 신한금융은 8조313억원을 달성해 차이는 더 컸다.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실적을 보면 더 심각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하나은행 순이익은 23.3% 급증한 2조7664억원으로 신한은행(2조5991억원)을 압도했다. 그렇게 신한은행은 업계 3위로 밀렸다. 

올해 진 회장이 주요 자회사 대표들을 대거 연임시키면서 혼란을 최소화한 것도 이런 실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력이 화려해도 회장 재임 기간 실적이 경쟁사보다 나쁘면 연임 시기에 가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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