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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총보상 우위 맞아요?”…‘2위’ SK하닉 격려금에 삼성 반도체 ‘박탈감’

불황에 연간 적자 같은데…SK하이닉스, PI 50%에 격려금 400만원 추가 지급
삼성전자 DS부문 소속 직원 성과급 ‘0원’ 수두룩…“불황이 직원 탓은 아닌데”
사업별 과도한 차이도 볼멘소리…2위 경쟁사에도 밀리자, 노조 “격려금 지급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이라 입사를 결정했는데 지금은 박탈감을 느낀다. 회사가 공언해 온 ‘총보상 우위’는 말뿐인 것 같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DS)부문 소속의 한 직원은 SK하이닉스의 격려금 지급 결정 소식을 들은 뒤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DS부분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다. 이 직원은 역대급 반도체 불황이란 보릿고개를 보낸 건 같은데도 구성원부터 챙긴 경쟁사와 사뭇 다른 회사의 태도에 실망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 소속 지원의 2023년 성과급은 스마트폰·가전 등 다른 사업부와 비교해 턱없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2위’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 SK하이닉스에도 성과급 규모가 밀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내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성과급 ‘0원’ 직원 수두룩

삼성전자 DS부문의 2023년 초과이익성과급(OPI) 예상 지급률은 0%로 책정됐다. OPI는 직원들 사이에서 ‘연말 보너스’로 불리는 제도로, 회사는 이를 통해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매년 한 차례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2023년 OPI 지급률은 올해 1월 내 정확한 비율이 정해질 전망이지만, 예상치가 0%로 나오면서 직원 사이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OPI 지급률을 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2조7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4분기에도 최소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리라고 본다. OPI 예상 지급률이 0%로 책정된 배경이다. ‘역대급 반도체 불황’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직원 성과급도 쪼그라든 셈이다.

DS부문 직원들은 앞서 OPI와 함께 대표적인 삼성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인 목표달성장려금(TAI)에서도 홀대받았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DS 부문 중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2023년 하반기 TAI 지급률은 0%로 책정됐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성과급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직원이 수두룩한 셈이다. 그나마 ▲메모리사업부 12.5% ▲반도체연구소 25%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25% 등은 평년보다 적긴 하지만 TAI를 챙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 삼성전자]

“2위 기업 직원 챙길 때, 1위 기업 뭐하나”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직원에게 ‘통큰 격려’를 보내면서 불거졌다. 반도체 불황으로 장기간 적자 행보를 보였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같지만,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200만원의 격려금과 자사주 15주를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공시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자사주의 주당 가격은 14만800원이다. 격려금 200만원에 15주 가치인 211만2000원을 더하면 총 400만원이 넘는 격려금을 받는 셈이다. 회사가 직원의 마음을 챙기기 위해 자사주 지급으로 사용한 금액만 672억원이 넘는다. 격려금에도 670억원 안팎이 쓰인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성과급 지급에서도 삼성전자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연 1회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OPI와 마찬가지로 직원에게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PS는 연간 적자 기록에 따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회사는 이 대신 지난해 하반기 생산성격려금(PI) 지급으로 직원의 마음을 챙겼다.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지만, 월 기본급의 50%를 격려금으로 지급하면서 사기를 높인 셈이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하반기 PI에 더해 400만원이 넘는 격려금을 수령하게 됐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추가 격려금 지급에 임원을 제외했다는 점도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복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했고, 앞서 강조해 온 ‘리더의 솔선수범을 통한 위기극복’이 허울이 아니란 점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격려금과 자사주 지급을 발표하면서 “구성원과 달리 임원들은 2023년에 이어 2024년 연봉 등 모든 처우에 대한 결정을 회사가 확실하게 연속적인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시점 이후로 유보한다”면서도 “지난해 회사 임원과 구성원 모두는 한 팀으로 결속해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비용 절감을 실천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시장 예상보다 조기에 반도체 불황을 빠져나왔다는 점도 격려금 지급의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는 25일 실적발표를 통해 2023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론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DS부문 내부에서 “연간 적자인 점은 같은데 경쟁사의 접근과 너무 다른 모습이라 박탈감을 느낀다”는 식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이에 따라 격려금으로 월 기본급의 최대 200% 지급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같은 노조의 제안을 공식적으론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직원이 생산 라인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사업 부문별 차이도 ‘박탈감’…지독한 성과주의

삼성전자 DS부문 소속 직원이 성과급을 챙기지 못한 건 이례적이다. 그간 높은 수준의 OPI 지급률을 기록해 왔다. 2021년과 2022년 지급분에선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받기도 했다. 그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중 통상 50% 안팎을 DS부문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일 땐 70%를 넘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23년 반도체 불황이 나타났다고 그간의 성과를 무시한 채 성과급을 0원으로 책정한 처사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대외로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업황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성과급이 이렇게 쪼그라들 줄 몰랐다”며 “다른 부서에 다니는 동료들과 성과급 차이가 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다. 업황이 어려워진 게 직원 탓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DS부문 직원은 전혀 받지 못한 성과급을 해당 사업부 일부 임원은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밝힌 연결기준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4.92% 급감한 수치이지만, 반도체 불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가전·TV 등의 영역의 성과가 실적을 뒷받침한 결과다.

삼성전자 가전·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의 OPI 예상 지급률은 높게 책정됐다. DX 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소속 직원의 OPI 예상 지급률은 46∼50% 수준이다.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생활가전(DA) 사업부는 10~1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39∼43% 수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도 46∼49% 수준으로 정해졌다. 네트워크사업부도 연봉의 10∼12% 수준의 OPI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취임 후 반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총보상 우위’를 언급하며 업계 최고 기업의 처우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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