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시장은 커가는데…웹툰 작가 처우는 그대로?
[K-웹툰 전성시대 빛과 그림자]②
코로나19 종식 이후 웹툰 작가 수입 정체기 맞아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문제도 심각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웹툰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웹툰 제작사 매출과 작가 수입은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지난 1월 18일 공개한 ‘2023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및 ‘2023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웹툰 산업의 총매출액은 1조82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조5660억원)보다 16.8% 증가한 수치다.
웹툰 산업 매출액은 2018년 문체부와 한콘진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후 5년간 꾸준하게 성장했다. 2017년 3799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1조538억원을 기록해 1조원의 벽을 넘었고 2021년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2022년 웹툰 산업 주체 중 플랫폼 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플랫폼 기업 매출액은 2022년 1조1277억원으로, 전년(8241억원)보다 36.8% 증가했다. 2022년 웹툰 업계에서 평균 21개 작품을 해외에 수출했으며, 웹툰 사업체의 수출액 평균은 470만4700달러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일본으로의 수출 비중이 45.6%로 가장 컸다. 중화권(14.0%), 북미(13.5%), 동남아(1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년 내내 연재한 웹툰 작가 연 평균 수입 9840만원
반면 스튜디오·에이전시 등 콘텐츠제공사(CP)의 매출액은 전년(7419억원) 대비 5.47% 줄어든 7013억원에 그쳤다.
웹툰 작가 수입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7월 1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약 60일간 ‘웹툰 작가 실태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기간 응답자는 총 800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내내 연재한 웹툰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984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30만원 감소한 수치다. 최근 1년 내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의 수입 역시 전년 대비 2097만원 줄어든 6476만원으로 조사됐다.
한콘진 관계자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웹툰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으나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인한 외부 활동 활성화, 과도한 작품 경쟁 등으로 인해 최근 1년 내내 연재한 작가의 연 수입이 정체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작가 활동 분야 별로는 스토리와 콘티를 담당하는 글 작가의 총수입이 연평균 1억220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작화 전반(3376만원)과 채색·밑색·효과 작화 담당(3463만원)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웹툰 작가들은 일주일 중 5.8일을 창작 활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6일’의 비율이 36.9%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7일’(33.1%), ‘5일’(18.5%), ‘4일 이하’(11.5%)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창작하는 날에는 평균 9.5시간을 창작 활동에 쓰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한콘진에서 진행한 창작 시간 관련 좌담회에 따르면, 주간 연재를 하는 작가들은 거의 매일 작업을 하며,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거의 전부 작업에 할애한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창작 시간이라는 표현이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토리 구상을 위해 단순히 메모하는 것도 창작 시간이라 생각하는 작가도 있지만 스토리 구상 시간은 창작 시간에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3년 차 작가는 “일주일에 하루는 좀 쉬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 6일에 자는 시간 8시간 빼고 다 작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 작업 방식의 경우, ‘모든 과정을 단독으로 창작’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작가가 39.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단독 창작’(보조작가 있음)(19.0%), ‘작가와 공동작업’(12.9%), ‘임시 고용해 단독 창작’(11.5%) 순으로 나타났다. 작업에 참여한 보조작가 수를 살펴보면, ‘1명’의 보조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35.9%로 가장 많았다. 월평균 창작활동 비용은 평균 249만원으로, ‘200만 원 이상’이 4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위염,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염 등 달고 살아”
웹툰 창작 시 애로사항을 묻는 설문에는 100점 평균을 기준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76.4점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정신·육체 건강 악화’(76.3점), ‘작업·휴식 시간 부족’(75.3점), ‘플랫폼과 수익 배분 갈등’(61.2점), ‘에이전시와 수익 배분 갈등’(59.0점), ‘악성 댓글 스트레스’(54.7점), ‘작업실 운영 어려움’(53.4점), ‘에이전시와의 관계’(46.3점), ‘플랫폼과의 관계’(45.1점)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악성 댓글을 경험한 비율은 56.8%였으며, 그중 71.8%는 악성 댓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좌담회에 참석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데뷔 이후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물은 결과, 주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이나 번아웃 증후군을 공통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손목건초염, 디스크와 같은 주로 정형외과와 관련된 질환을 주로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 9년 차 작가는 “위염,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염, 디스크, 건초염 같은 건 기본으로 다 있고, 수면 장애, 거북목, 시력 저하도 왔다”며 “다른 작가들도 밤낮 바뀌어서 작업하다 보니 휴재 기간에 한 달 동안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웹툰 작가의 27.9%가 불공정 계약·행위를 경험했으며, 39.6%는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주변 동료가 경험한 경우였다.
작가들 상당수가 표준계약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잘 활용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 작가 800명 중 표준계약서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2023년 기준 67%였지만, 이 양식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이들의 비율은 16.4%에 그쳤다. 일부 계약 조항만 활용했다는 응답은 32.3%였고, 활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51.3%였다.
이와 관련해 한콘진 관계자는 “현행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가 업계 계약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산업 안에서 표준화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건강한 계약 문화 확립과 웹툰 분야 조사의 신뢰도와 타당도 확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계약 용어 사용이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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